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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 Jul 18. 2024

신부님은 어떤 일을 하나요?: 무교 관점 천주교 이야기

다양한 직업에 관하여 - 가톨릭 사제 오병웅님



인터뷰에 들어가기 전

오늘의 주인공 오병웅님 소개


안녕하세요, 오늘의 주인공은 가톨릭 사제 오병웅님입니다. 종교에 관심이 생겼지만 엄숙한 분위기에 행동으로 옮기기까지 1년의 시간이 걸렸어요. 우연히 예비자 교리에 대해 알게 되어 신청하게 되었고, 생각보다 유쾌하게 다닐 수 있었습니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제가 성당에 다니기 전, 무교일 때 궁금했던 점을 신부님께 여쭤보았어요. 저처럼 종교에 관심이 생겼지만, 망설이는 분들에게 이 글이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성당에 가보고 싶지만, 아무것도 몰라서 두려운 분들을 위해 

아래에 미사 통상문 가이드 문서를 첨부했으니 확인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오병웅



가톨릭 사제입니다.


contact: obw0101@naver.com





Q.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가톨릭 사제로서 6년 차 신부 생활을 하고 있는 오병웅 베드로입니다.





Q. 신부가 되기로 결심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어릴 적부터 성당에 다녔기에 막연하게 사제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러던 중 고등학교 때 우연히 어떤 한 신부님을 만났는데, 그분의 삶이 너무나 행복하게 보였습니다. 평생 남들을 위해 봉사하며 살아가는 그 모습이 저에게 너무 멋있게 보였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저 역시도 그 행복의 길에 동참하기로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Q. 신부님은 어떤 일을 하시나요?


평일에는 주로 미사와 기도, 강론 준비를 합니다. 나머지 시간에는 제가 맡은 본당 내 각종 단체를 관리하는 일을 합니다. 그리고 매월 있는 다양한 행사를 준비하기도 하고요! 또한 한 달에 한 번 아픈 환자분들의 집에 방문하여 함께 기도도 해드리고 있습니다. 바쁘면서도 여유가 있고, 여유가 있으면서도 바쁜 생활인 것 같아요. 사제 생활은 흔히 떠돌이 생활이라고 이야기해요. 왜냐하면 한 성당에서 2년, 길게는 5년밖에 머물지 못하기 때문이에요. 임기가 끝나면 늘 다른 곳으로 이동해야 합니다. 대부분의 사제들은 성당 안에 숙소가 있고요, 만으로 70세가 되면 은퇴를 하게 됩니다. 은퇴 후에는 은퇴하신 신부님들이 계시는 '은퇴사제숙소'에 머물게 되고, 그곳에서 자유로이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습니다. 책을 집필하는 분도 계시고, 강의를 하시는 분도 있고, 신심 단체를 맡아 지도를 하기도 합니다.





Q. 신부님과 수녀님은 어떤 차이가 있나요?


가톨릭 교회 안에는 다양한 신분이 존재합니다. 이 신분은 누가 높고 낮음을 구별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다양한 역할이 존재한다는 것을 뜻하는데요! 교회 안에서 각각의 역할에 따라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로 불리게 됩니다.


신부님은 성직자의 신분에 속하게 되고요, 교회의 전례나 예식을 주례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우실 거예요. 수녀님은 수도자의 신분에 속해요. 수도자는 자신의 삶을 온전히 하느님께 봉헌하고 자신이 받은 직무에 따라 평생을 봉사하며 살아가는 분들입니다. 그리고 평신도는 가정을 이루며 각자의 삶의 자리에서 복음을 선포하며 살아가는 일반 신자분들을 지칭하는 표현입니다. 그래서 신부님과 수녀님의 차이는 성직자와 수도자라는 신분의 차이가 있습니다.





Q. 성당에서 제공하는 성체와 포도주는 어떻게 만들어지나요?


성체를 들고 있는 예수님

성체(제병)는 순수한 밀을 사용하여 만듭니다. 국내에서 이 빵을 만드는 곳은 주로 가르멜 수녀회로, 수녀님들이 서울을 비롯한 전국의 각 성당에 필요한 제병 생산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제병을 만드는 과정은 쉽게 빵을 만드는 경우를 연상하면 됩니다. 제병의 재료가 되는 밀가루는 부패 방지를 위해 최근의 것으로 최고급품을 사용합니다. 또한, 만드는 과정에서도 물 이외에 누룩이나 기타 이물질을 전혀 첨가하지 않습니다.


미사주로 사용되는 포도주는 이물질을 일절 첨가하지 않은 순수 양조주로, 8~10월에 수확한 당도가 높은 양질의 포도만을 그 재료로 사용합니다. 식용 포도와는 전혀 질이 다른 양조용 포도인 싸이벨, 리슬링, 마스캇트, MBA 중에서도 최고급으로 평가되는 리슬링만을 사용합니다. 미사주는 담금, 발효, 저장, 제품화, 포장, 출하의 순서로 제조되며 최소 1년 이상 저장된 고급품만을 출하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1977년부터 주류회사와 계약을 맺어 포도주 제조 공정의 책임을 맡기고 있습니다.





Q. 오래된 종교다 보니 세월이 흐르면서 변화가 있었을 것 같아요.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가톨릭의 진리는 변하지 않지만, 세계 각 나라에 신앙이 뿌리내린 모습은 조금씩 차이가 있어요. 우리는 이것을 '신학의 토착화'라고 이야기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제사를 예로 들면 이해하기 쉬울 것 같아요. 조선시대에 가톨릭 교회가 박해를 받았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조상의 제사에 대한 문제 때문이었습니다. 그 당시 교회는 조상제사가 우상숭배라고 여겼기에 금지했고, 그것으로 인해 많은 신자분들이 탄압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지금 가톨릭 교회는 조상에 대한 제사를 허락하고 있습니다. 이는 교리가 바뀐 것이 아니라 우리 민족의 전통을 더 잘 이해하게 된 것인데요.

조상께 드리는 제사가 단순히 우상숭배가 아니라 부모에 대한 효와 가족 공동체의 화목과 유대를 이루게 하는 데 있다는 것을 이해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진리는 변하지 않지만 각 지역의 문화와 심성에 맞게 표현하려고 노력합니다. 우리는 이것을 토착화라고 이야기합니다.





Q. 교회와 성당의 차이는 무엇인가요?


사실 성당과 교회의 차이점이라는 질문은 잘못된 질문이에요. 가톨릭과 개신교 모두 '교회'라는 말을 쓰기 때문인데요. 다만, 우리는 가톨릭과 개신교를 구분하기 위해 성당과 교회라는 말을 사용하곤 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가장 큰 차이점은 한 마디로 '갈라진 형제'라는 표현이 적합할 것 같아요. 예수님을 믿는 그리스도교는 처음에 모두 한 뿌리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1054년에 ‘동방 정교회’가 갈라져 나가면서 서방교회(가톨릭)와 동방교회(정교회)로 분리되었어요. 이후 16세기에 서방교회(가톨릭) 내부에서 종교개혁이 일어나 개신교(프로테스탄트)가 갈라져 나가게 되었습니다.

비록 한 뿌리에서 여러 갈래로 나뉘고 분열되었지만, 중요한 것은 우리 그리스도인 모두가 예수님을 믿는다는 사실입니다. 따라서 서로 싸우는 모습보다는 대화를 통해 평화와 일치를 추구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가톨릭에서는 개신교와 달리 성경을 봉독 할 때 낮은 톤으로 읽는 것 같아요. 이유가 있나요?


성경은 곧 하느님의 말씀이기 때문에 최대한 정확하고, 일정한 톤을 유지하며 봉독 합니다. 때때로 노래의 선율에 맞추어 성경을 봉독 하기도 합니다





Q. 가톨릭은 귀신의 존재를 인정하나요?


가톨릭에서는 귀신의 존재는 인정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우리 가톨릭 교회에서는 사람은 죽어서 심판을 받고 천국과 연옥, 그리고 지옥에 간다고 가르치는데요. 그 말은 결국 죽은 사람은 모두 하느님 지배 아래 있다는 뜻입니다. 한 사람도 예외가 있을 수 없는 것이지요. 우리가 말하는 귀신은 곧 악령입니다. 가톨릭 교회는 악한 영은 존재한다고 분명 가르칩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도 마귀를 쫓아내는 구마의식을 하셨지요. 악한 영은 하느님 창조의 결과물이 아니라 그들 스스로의 선택이었습니다. 하느님 없이도 잘 살 수 있다는 교만으로 인해 생겨난 존재들인 것이지요. 악마는 여전히 우리 삶 한가운데 존재하며 사람들을 하느님으로부터 멀어지게 만듭니다. 전쟁, 폭력, 살인 등 인간으로 하여금 끔찍한 일을 벌이게 만듭니다. 이처럼 우리 삶의 행복과 평화를 앗아가는 존재가 바로 악령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Q. 하느님은 왜 착하게 살라고 하면서 악한 마음을 가지게 만드셨을까요?


만약 부모님이 자녀에게 “너는 내가 낳았으니 내 말만 들어야 해!”라며 모든 행동을 강요한다면, 그것은 진정한 사랑일까요? 아니면 자녀가 어떤 선택을 하든지 존중하고 이해해 주는 것이 사랑일까요? 아마 대부분은 후자를 선택할 것입니다. 이처럼 하느님께서도 우리를 창조하실 때 자유의지를 주셨습니다. 무조건 착하게 당신 말만 듣는 로봇을 만드신 것이 아니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의지를 주신 것입니다. 사랑은 절대로 강요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지요.


누군가가 우리에게 사랑을 고백했을 때, 우리는 두 가지 선택이 있습니다. 그 사람을 사랑할 것인지, 아니면 그 사랑을 받지 않을 것인지에 대한 자유로운 의지가 있습니다. 내가 좋아한다고 해서 그 사람도 나를 꼭 좋아해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만약 그것을 강요한다면, 그것은 사랑이 아니라 폭력에 가깝습니다. 거부하는 것마저 존중해 주는 것이 진정한 사랑인 것이지요.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창조하시고 자유로운 의지를 주셨습니다. 강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유롭게 하느님을 사랑하기를 바라셨습니다. 스스로 자유롭게 선을 행하며 살도록 창조하셨지요.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반대의 길을 선택합니다. 그 안에서 악이 생겨납니다. 하느님께서 악을 만드신 것이 아니라, 인간의 자유의지 안에서 악이 생겨난 것이지요.


뉴스를 보면 정말 악한 사람들의 모습을 자주 보게 됩니다. 그들은 자유로운 선택으로 스스로를 불행에 빠트린 사람들입니다. 하느님이 시켜서 한 것이 아니라, 그들이 하느님께 받은 자유라는 선물을 오용해서 생긴 결과물입니다. 그것을 우리는 악이라고 이야기합니다.





Q. 하느님을 실제로 볼 수 없는데 믿는다는 게 어려운 것 같아요. 

신부님은 어떻게 믿음을 유지하시나요?


“하느님을 실제로 볼 수 없는데 믿는다는 게 어렵다” 는 질문 자체에 과학적인 사고가 들어있는 것 같아요! 

보고, 증명된 것만 믿을 수 있다는 것이 현대인들의 사고방식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믿음이라는 것은 꼭 과학적인 지식을 통해서만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우리 인간의 삶에는 과학적이고 경험적인 것들을 뛰어넘는 영역이 존재하기 때문이에요.


예를 들어 ‘사랑’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고, 과학적으로도 정확히 무엇이라고 정의할 수 없지만 우리는 모두 사랑이 있다고 믿으며 살아가지요. 선과 악에 관한 문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당연하다고 믿는 많은 것들이 사실 따지고 보면 경험의 영역을 뛰어넘는 선험적인 것, 형이상학적인 것들입니다. 우리는 과학적으로 명확하게 정의되지 않는 것들도 믿으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믿음은 꼭 과학적으로 증명되어야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씀드리고 싶어요. 이는 신앙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느님은 보이지 않고, 증명할 수 없지만 우리는 믿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믿는다는 것은 단순히 머리로 아는 것이 아니라 내 삶을 투신하는 일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들을 믿고 살아갈 때 우리는 그것이 없는 것이 아니라 내 삶에 실재한다는 것을 체험하게 될 것입니다.





Q. 종교를 믿을지 고민하는 분들에게 어떤 말씀을 해주고 싶으신가요?


보통 사람들은 ‘종교’를 믿는다는 것이 단순히 일요일에 성당이나 교회, 절에 가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실 우리는 모두 종교적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국어사전에 따르면, 종교의 뜻은 '인간 생활의 고뇌를 해결하거나 삶의 궁극적인 의미와 깨달음을 추구하는 행위'입니다. 단순히 신이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신의 유무가 왜 나에게 문제가 되는지를 고민해야 하는 것이지요.


인생을 살아가며 단 한 번이라도 삶의 의미와 목적에 대해 궁금증을 가졌다면, 우리는 이미 종교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예전에 '알쓸신잡'이라는 프로그램에서 과학자 김상욱 씨가 이런 말을 했었죠. “왜 인간은 돼지보다 소중한가? 인간이 다른 가축을 죽일 수 있는 권리는 누가 준 것인가? 과학자의 시선으로 보았을 때는 인간과 돼지는 별 차이가 없다. 이처럼 우리 문명의 기반에 질문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것들에는 종교가 깃들어있다.” 이처럼 우리가 사회적으로 당연하다고 여기는 인간의 합의 안에는 종교가 깃들어 있습니다. 천부인권사상, 상선벌악, 각종 윤리의 문제 등 모든 것은 종교에서부터 시작된 것이기 때문이지요.


결국 종교를 갖는다는 것은 더욱 의미 있고 깊이 있는 삶을 살기 위한 것입니다. 종교에 대해 고민하는 모든 분들이 종교를 통해 각자의 삶에 대한 물음을 잘 대답해 나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Q. 가톨릭 사제를 하면서 크게 고민이 되는 점이 있을까요?


요즘 가장 큰 어려움은 많은 신자분들이 성당에 나오지 않거나, 신앙을 버리는 일인 것 같아요.


과학과 기술이 발전하면서 많은 분들이 신앙에서 점차 멀어지는 모습을 보며 가슴이 아플 때가 참 많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지금의 상황이 위기이자 또 다른 기회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인간은 눈에 보이는 것만을 추구하며 사는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을 수 있는 기회의 시간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이 오히려 저에게 성장의 기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Q. 신부님은 어떤 신부님이 되고 싶은가요?


저는 커다란 나무 같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사람들이 지치고 힘들 때 와서 잠시 쉬어가고, 열매도 먹으며 다시 힘을 얻을 수 있는 나무 같은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내 자리를 내어주고, 내가 가진 것을 나누어주며 서로 위로와 힘이 되어주는 삶, 그것이 진정한 삶의 행복이자 기쁨이 아닐까요?





+


혹시 이 글을 읽고 가톨릭에 관심이 생겼는데, 처음이라 망설이는 분들이 있을 것 같아서, 

성당에서 지내는 미사통상문을 첨부하였습니다. 

이외에도 성당 별로 미사통상문을 띄워주는 성당도 있으니, 편히 가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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