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직업에 관하여 - 헬스케어 디자이너 데이브 님
오늘의 주인공 데이브님 소개
오늘의 주인공은 멘탈 케어 서비스를 디자인하고 계신 헬스케어 디자이너 데이브님 입니다! 멘탈 케어 서비스가 뭔지 궁금해서 이야기를 시작했는데, 되려 위로받는 시간이었어요. 우연히 이 글을 마주친 분들도 제가 그랬듯 데이브님과의 대화에서 위로 또는 도움을 받는다면 좋겠어요!
남의 건강을 내 건강보다 더 고민하고 있는 헬스케어 디자이너 데이브입니다. 다채롭게 살아내는 게 목표라서, 봄에는 화관을 만들고, 여름에는 다이빙을 합니다. 계획이 안 서면 걱정을 하지만, 한 치 앞도 모르는 게 좋아 탱고를 춥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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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하우스에서 듣고 떠든 이야기들을 글로 남기고 있습니다 ✍️
안녕하세요. 헬스케어 전문가와 일반 사용자 사이를 잇는 헬스케어 디자이너 데이브입니다. 어떤 문제를 해결할 건지 정의 내리고, 관찰하고, 해결방법의 아주 구체적인 모양새를 상상해내는 일을 하고 있어요. 저는 저 스스로가 하는 일이 소설가, 또는 극작가의 그것과 닮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대학 내 헬스케어 센터에서 사용하게 될 상담용 웹-앱 서비스에요. 선생님과 내담자가 직접 만나서 진행하는 상담 서비스를 온라인의 영역으로 확장시켜 상담의 효율과 퀄리티를 높이는 게 목적입니다. 상담과 인터넷이 만나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상담사가 아이패드를 들고 있다면 뭘 보고 있는 걸까? 그 장면에서 다른 등장인물은 누구고 뭘 하고 있지? 를 상상하고 구현하고 있습니다.
가장 우선으로는 "상담과정에서 어떻게 상담 선생님이 다음 회차 상담을 미리 준비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을까?" 그리고 "상담 중에 내담자를 끌어들이려면 뭐가 필요할까" 를 고민하고 있어요. 이걸 위해 실제 상담 선생님들을 찾아가거나 또 상담 선생님을 관리하는 상급자분을 인터뷰하기도 해요. 상담을 받아본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하기도 하고요.
상담을 이루고 있는 요소들 중 어느 걸 온라인으로 당겨갈 수 있는지 고르는 과정이 제일 길었던 것 같아요. 결국에는 의료 서비스에서 파생된 데이터를 다루는 거라 민감한 정보이기 때문에 어떤 데이터를 왜 수집해야만 하고, 어떻게 가공할 거고, 어떻게 치료에 도움을 줄 건지에 대한 계획을 세웁니다. 그 다음 그걸 들고 모든 스테이크홀더*들을 설득하는 과정도 하고 있어요.
*스테이크홀더(stakeholder): 모든 관련자들, 상담이나 관심이 한 번도 없던 사람들을 포함해서 영향을 직 간접적으로 받거나, 서비스의 변화의 결정권을 갖고 있는 사람들을 말한다.
인지행동 상담이란 걸 좀 더 자세히 이해할 필요가 있어서, 상담사 선생님들이 공부하실 때 보는 책을 탐독하기도 했고, 상담 경험이 있는 친구들에게 상담 경험들을 묻고 다니기도 했어요. 여러분 인지행동 상담의 결승선은 내담자 스스로가 자신의 인지행동 치료사가 되는 거라는 거 아시나요?
놀라웠던 건, 친구들에게 이런 걸 한다고 밝히고 난 다음에 저한테 조심스럽게 "나 사실 상담받고 있다"라고 이야기해오는 친구들이 꽤나 있었어요. 겉으로는 엄청 밝고 잘 살고 있는 줄 알았는데, 사실은 우울증이 있고 무기력이 찾아오면서 지연 행동이 굳어지고 이런 친구들이 너무 많이 있었던 거죠. 지연 행동을 설명했을 때, '그런 것도 상담이 돼? 그런 것도 치료의 대상이 돼?' 라는 질문도 참 많이 받았던 것 같아요.
지연 행동이라고 부르니까 굉장히 딱딱하게 들리실 텐데, 사실 모두가 한 번쯤은 겪어 보셨을 거예요. 해야 할 일이 있는데 미룬다거나, 오히려 딴짓을 더 하신 적이 있지 않나요? 제 때 해내지 못하면 불이익이 생길 것을 알지만 미루는 행동 양상을 지연 행동이라 해요.
대표적으로 두 가지 형태가 있는데, 우선 일을 시작하기 어려워하는 착수 지연이 있어요. 5일 뒤에 과제를 제출해야 하는데, 조금씩 해나가면 될 걸 제출 직전 날까지 미루는 거죠. 반대로 완수 지연은 일을 끝마치기를 주저하는 거예요. 이미 다 써놓은 보고서를 가지고 다시 읽고, 마음에 안 든다고 또 고치고 하면서, 결국엔 기한을 오 분 넘겨서 제출하거나 마감 직전에 가까스로 제출하는 거지요.
이런 행동은 반복될수록 자기 효능감을 너무 쉽게 깎아 먹습니다. 자기 스스로가 게으르고 못나서 이런 일이 생긴다는 생각이 쌓이면서, 자연스럽게 우울한 기분이 들게 되고, 깊어지면 빠져나오기 힘들어요. 지연 행동은 우울증이 불러왔을 수도 있고, 완벽주의자 성향이 불러왔을 수 있고, 너무나 업무에 매몰되서 생긴 일일 수도 있어요. 단순히 천성이 게으른 사람이어서 그런 게 아니며, 혼자서는 해결하기 어려운 일인 게 맞고, 상담을 통해서 원인을 찾고 개선할 수 있다는 점을 꼭 알려드리고 싶어요.
특정 상황에서 자꾸 반복되고 이를 조절할 수 없다면 상담을 받아보시길 추천합니다. 사람에 따라서는 밤에 잠자는 걸 미루는 것도 일종의 지연 행동일 수 있어요. 버거운 순간이 사는 동안 언제든 몇 번이고 찾아올 수 있어요.나는 절대 안 그럴 거라고 누구도 장담할 수 없어요. 중요한 건 그 상태에서 자기 자신을 끌고 나오는 거예요. 일종의 회복력이라고 할까? 그래서 제가 소개해드린 상담이나 인지치료에서는, 지연 행동이 나타날 때 자기 스스로 믿고 있는 어떤 생각의 사슬을 깨부수는 훈련을 시켜요.
지연 행동을 인지행동 측면에서 어떻게 보냐면, "기능적이지 않은(dis-functional, 역-기능적인) 사고나 믿음이 있다"라고 표현을 해요. 안 하면 안 되는 걸 아는데도, 못하게 만드는 고착된 사고방식이 존재한다는 거죠. 이걸 인지적으로 논박하는 연습, 즉 스스로 깨부수는 훈련을 시키면서 해결을 해요. 미루기 행동에 주요한 역기능적 사고 중에 하나는, "나는 실패자야", "나는 이걸 절대로 끝내지 못할 거야" 같은 생각인데, 이걸 해결하는 방법은 증거를 대는 거예요. 저런 극단적인 자기 평가는 사실 별 근거가 없어요.
그냥 자기 눈에 씐 콩깍지인 거죠. "일을 시작할 엄두가 안 나요" 하는 상황일 때에는
"딱 한 줄만 쓰자", "책상에 앉아서 일하는 척만 하자"는 식으로 아니면, "오늘은 딱 세 줄만 쓰고 게임을 할 거야" 같이 보상 체계를 정하고, 스스로 한 약속을 지키면서 강화할 수도 있고요.
아래는 제가 만든 지연 행동 일지 서식인데요.
인지행동 상담 때 실제로 쓰이는 미루기 일지라는 것을 들고 와 봤습니다! 논박하기 훈련용 서식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지연 행동을 해결하기 위한 인지치료 상담은 지연 행동이 뭔지 알고, 어떻게 대처할지 훈련시켜주는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하셔도 좋을 것 같네요.
맞아요! 게으름에 대한 자기 계발 책에서 스스로 시도할 수 있는 여러 훈련법을 찾아보실 수 있는데, 대표적인 책을 조금 찾아왔습니다.
게으름이 습관이 되기 전에 (스티브 스콧 저) - 지연 행동 유형검사가 실려있어서 좋아요
굿바이 게으름 (문요한 저) - 작가분이 정신과 의사 분이셔서 보다 구체적이고 분석적이에요
진짜 게으른 사람이 쓴 게으름 탈출법 (지이 저) - 실천하기 좋은 사례들이 수록되어 있어요 ("유치원생 키우는 마음으로 나 자신 구워삶기" 부분 등등)
게으름이라고 쓰여 있지만, 사실 이런 책이나 상담 프로그램들은 사람들의 마음에 주는 문턱을 낮추기 위해서 시간관리나 습관 개선이라는 타이틀로 홍보할 때가 많이 있어요. 이야기하고자 하는 전체적인 방향이나 실천하는 내용은 비슷합니다.스스로가 평가 내린 자기 자신이 남이 봤을 때도 진짜 그렇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고, 자신에게 결점 없어야 한다는 채점기준표를 들이대고 있는 건 아닌지 다시 생각해보자는 거죠.
(치료의 핵심은 내가 나를 사랑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의료서비스는 validation이 생명! 새로운 시도들은 안전한 지를 검증해야만 해요. DO-NO-HARM이라는, 해를 끼칠 것 같으면 차라리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의료인들의 철칙을 저희라고 침범할 수는 없는 거죠. 아직은 디지털 테라퓨틱스라는 것이 데이터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이제 막 포문을 연 단계이다 보니까, 아무래도 검증을 위한 수단이나 기법들이 춘추 전국시대입니다. 골든 스탠다드라고 할만한 게 아직은 부족하고, 하나의 새로운 시도마다 하나의 새로이 제안된 검증도구를 필요로 하는 형국이에요.
민감정보에 대한 보안이나, 의료진이 환자를 어떻게 식별하게 할 거냐 라든가, 치료를 위한 의사결정에서 의료진의 업무를 어느 만큼 서비스에서 들고 갈 건지, 법적인 한계, 이런 것들이 다른 도메인에서는 없는 저희만의 고민들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지구 정복입니다. 군사 정치 관점에서 정복을 하겠다!는 아니에요. 사람들의 생각 속을 지구 정복하고 싶다는 뜻이었어요. 현재 세상에 대입해보면 대표적으로 애플이 있을 것 같아요. 애플하고 진짜 사과를 떠올리기보다 브랜드를 떠올리잖아요? 연락할게!가 카톡 할게!라고 변한 것 같은 거요. 저는 사람의 사고체계를 바꾸는 것을 지구 정복이라고 생각해요.
사람들의 사고 체계와 멘탈 모델을 주무르고 싶은 게 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