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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 Apr 11. 2020

솜사탕처럼 달콤한 나의 두려움

돈과 멀어지는 감정을 다루는 법


모든 감정은  청개구리 같아요.

두렵고 싶어생각할수록 두려움이 작아지지만,
두렵고 싶지 않아.  두려움이 싫어라고 
생각할수록 
두려움이 커지거든요.





“오빠! 저는 제 그릇이 어느 정도 되는지 알고 싶어요.”


MBA에 다닐 때 친했던 반 친구와 나눈 대화예요. 20대 중반의 저는 이런 사람이었어요. 내가 누구인지, 내가 어디까지 해낼 수 있는 사람인지, 끊임없이 배우고, 도전하고, 이것 저것 시도하고. 그때마다 생각했지요. 내 그릇이 어느 정도인지, 내 그릇이 어디까지 클 수 있는지, 계속 키우고 싶다. 그리고 그렇게 세월이 지난 지금은 생각해요. ‘애초에 나는 그릇이 아니었구나. 크기가 정해진 그릇과 같은 존재가 아니었구나.’



감정을 진심으로 존중하는 법


처음에는 나라는 그릇에 붙어있는 돈과 관련된 모든 감정을 깨끗이 다 떼어내고 싶었어요. 깨끗한 그릇으로 다시 태어나고 싶었어요. 그래서 하나하나 들여다보고 직면했어요. 과거에 대한 수치심. 부모님께 가졌던 죄책감. 항상 기본 옵션으로 가지고 있었던 두려움과 불안, 걱정. 돈에 대한 무력감까지. 지금이 아니면 다시는 기회가 없다는 생각으로 절실하게 직면했어요. 이번이 아니면 평생 기회가 없을 것 같았어요. 시간도 시간이지만, 제가 이렇게 이 주제에 대해 간절할 것 같지 않았어요.


그 감정들을 들여다보고 깨끗이 씻어내는 과정에서, 그 감정도 나와 똑같은 존재라는 걸 알았어요. 다그치거나 화내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 존재를 존중해주는 따뜻한 사랑. 내가 받고 싶었던 그 사랑을 그 감정도 똑같이 바란다는 걸 알게 됐지요. 감정을 진심으로 존중하는 법을 알게 됐어요.



며칠 전에는 이런 생각이 올라왔어요. ‘나는 아직도 돈에 자신 없는 내가 싫어!’ 온라인 코칭도 하고, 강의도 하고 싶은데, 머뭇거리는 제가 싫었어요. 나에 대한 자신감, 결국 돈에 대한 확신이 아직도 부족한 게 그 원인이라는 생각이 들자, 정말 기분이 좋지 않더라고요. ‘이렇게 글을 수십 개를 쓰고도 아직인가? 도대체 언제쯤 그 확신을 얻을 수 있는 거지? 역시 난 안 되는구나.’ 생각이 생각의 꼬리를 물고, 두려움을 끌어들였죠.


예전 같으면 계속 그 생각이 이어졌겠지만, 지금은 감정이 올라와 마음이 불편할 때, 예전보다 훨씬 빨리 알아차려요. 그리고 그 생각에 나쁘다는 꼬리표를 붙이지 않죠. 있는 그대로 바라봐요. 그 생각이 무슨 소리를 하는지 귀 기울여 정성껏 들어줘요. 그리고 따뜻하고 다정하게 그 감정에게 말해주죠. ‘일루 와. 안아줄게!’


생각과 감정을 밀어낼 때는 오히려 그 감정이 더 커졌는데,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따뜻하게 안아주니, 오히려 ‘더 불안하고 싶어’라고 생각할 정도로, 그 감정이 내가 다룰 수 있는 가벼운 존재가 됐어요. 돌덩이처럼 무거웠던 감정이, 솜사탕처럼 가벼워졌어요. 참 신기하죠?




모든 감정은 꼭 청개구리 같아요. ‘두렵고 싶어’ 생각할수록 두려움이 작아지지만, ‘두렵고 싶지 않아. 이 두려움이 싫어’라고 생각할수록 두려움이 커지거든요. ‘두려워도 된다. 두려움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자. 두 팔 벌려 환영하자.’ 그래서 이렇게 노트에 적어뒀어요. 두려움뿐 아니라 불안, 걱정, 죄책감 등 돈과 멀어지게 하는 모든 감정이 다 마찬가지예요.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내가 받고 싶은 사랑을 그 감정에게 먼저 주면, 반드시 그 감정에서 풀려나게 돼요. 저는 감정으로부터 풀려나 가벼워지는 그 순간이 정말 좋아요. 감정이 가벼워지듯, 내가 솜사탕처럼 가벼워지는 그 순간을 정말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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