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UN May 12. 2020

실패가 달콤한 이유

내 인생 최고의 순간

그리고 깨달았어요.
나는 항상  자신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다는 .

창업에 실패해서 빚만  내가 아니라,
창업을 하기 전의 나도,
 훨씬 전의 나도,
나는 좋아하지 않았다는 .

 눈은 항상 나를 바라볼 ,
부족한 부분, 못난 부분만 보고 있었다는 .
그게 보이니까  눈물이 났어요,
나한테 너무 미안해서.




제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때를 꼽으라면, 창업에 실패해서 다시 회사에 들어가려고 준비했던 때.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일을 시작하기 직전, 바로 그때 일 거예요. ‘난 실패했어. 완전히 내가 틀렸어. 난 실패한 사람이야’라는 목소리와 그럼에도 먹고살기 위해 회사에 들어가려고 지원하고, 인터뷰를 봐야 하는 상황이 섞여서 정신적으로는 정말 최악으로 많이 고통스러웠던 때였어요. 그때쯤이었던가. 어느 날 방에 누워있는데, 너무 무기력해서 아무것도 하기 싫고, 나 스스로에게도 계속 ‘넌 안돼. 어차피 넌 안되니까 이제 아무것도 하지 마’ 생각하며, 아주 힘들었던 그때. 계속 나 스스로에게 안 좋은 생각들을 하다가 정말 이제 내 인생은 끝이구나 느꼈을 때쯤, 아주 작게 마음속 어딘가에서 희미한 목소리가 들려왔어요.


‘선경아, 왜 그렇게 너 스스로를 괴롭혀. 왜 그렇게 너를 힘들게 해.’


뭔가 벼락을 번쩍 맞은 듯한 느낌이었어요. 벌떡 일어나 노트북을 들고 근처 스타벅스에 갔지요. 그리고 지금 이 상황과 내가 하는 생각들을 바라보며 성찰하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깨달았어요. 나는 항상 나 자신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다는 걸. 창업에 실패해서 빚만 진 내가 아니라, 창업을 하기 전의 나도, 그 훨씬 전의 나도, 나는 좋아하지 않았다는 걸. 내 눈은 항상 나를 바라볼 때, 부족한 부분, 못난 부분만 보고 있었다는 걸. 그게 보이니까 막 눈물이 났어요, 나한테 너무 미안해서.



나는 나에게 어떤 사람일까


나는 나 자신의 친구가 아니라, 항상 못된 시어머니였어요. 이거 해라, 저거 해라. 저건 왜 이러냐. 이건 더 해야 하지 않냐. 이건 남들보다 못한 거 같다. 이건 더 노력해야 한다. 내가 나 스스로에게 하는 주된 말은 이런 거였어요. 그리고 나는 나를 좋아하지 않았어요. 그게 정말 너무 미안했어요. 내가 나에게 그렇게 미안했던 적은 살면서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못되게 대해서, 좋아해 주지 않아서, 따뜻하게 안아주지 못해서 정말 미안했어요. 누구보다 지금 이 상황에서 제일 힘들어할 사람은 바로 나인데, 나는 나를 일으켜 세우기는커녕 아예 일어나지 못하도록 더 쏘아붙이고 아픈 말만 했어요. 마치, 싫어하는 누군가가 좋은 기회라도 잡은 양 이때다 싶어 더 쏘아붙이는 느낌이랄까. 나를 바라보니 그러고 있더라고요.


그때 살면서 처음으로 정말 따뜻하게 나를 안아줬어요.


‘다 괜찮아. 괜찮아. 넌 다시 일어날 수 있어. 지금 이건 길게 보면 아무것도 아니야. 너 그동안 정말 잘했어. 정말 열심히 살아왔어. 넌 최고야.’


그렇게 눈물범벅이 되게 울고, 나 자신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따뜻하게 안아주고, 그 날부터 시작한 일이 있어요. 바로 나 자신을 칭찬하는 칭찬 일기예요. 그동안 인정해주지 못한 제 자신에게 미안해서 사죄하는 마음으로, 그리고 무엇보다 자꾸 나의 부족함만 보는 제 눈을 바꾸려고 나를 칭찬하는 일기를 쓰기 시작했어요. 큰 게 아니어도 아주 작은 것이라도, 내가 잘 한 점을 찾고 인정해주는 습관을 갖기로 한 거죠. 하루에 3개씩! 그냥 찾아서 쓰는 거예요. 무엇이든! 출근을 10분 일찍 한 것도, 같이 일하는 동료에게 웃으며 먼저 인사한 것도, 교육 내용을 정리해서 퇴근 후에 다시 공부한 것도, 예전에는 그냥 지나친 일이었지만, 이제 나를 칭찬할 거리가 됐어요. 작은 것일수록 더 크게 보고, 나를 인정해줬어요. 저는 그렇게 서서히 제 자신을 보는 눈을 바닥에서 맨 위로 끌어올려주기 시작했어요. 매일 쓰는 일기를 통해서요.




내가 나를 보는 눈을 바닥까지 끌어내렸고, 그 바닥에서 다시 끌어올릴 수 있는 힘을 주었기에 저는 제 창업의 실패가 제 삶의 가장 큰 자산이자 축복이라고 생각해요. 다시 끌어올린 힘을 통해, 그 누구도 내가 허락하지 않는 한, ‘나를 보는 나의 눈’을 바꿀 수 없다는 걸 알았어요. 그 눈은 온전히 제가 만든 것이고, 그 과정에서 만들어진 힘은 어떤 상황에서도 없어지지 않음을 알아요.

매거진의 이전글 실패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