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면 없어진다
과거를 끊어내는 방법은,
과거를 내 안에서 밀어내는 것이 아니라,
‘과거를 사랑하는 것’ 입니다.
과거를 따뜻하게 안아주고 감싸 안을 때,
비로소 과거가 주는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일전에 말씀드렸듯이, 저는 창업에 한 번 실패한 경험이 있습니다. 창업의 실패가 제게 가져다준 것은 바로 빚이었습니다. 그동안 제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빚이라는 엄청난 무게가 제 삶을 짓눌렀지요.
창업 뒤에 남은 빚은, 단순히 내가 은행에 갚아야 할 돈이 아닙니다. 실제 당사자에게는 엄청난 부담과 자괴감, 수치심, 열등감, 실패감 등의 부정적 감정을 가져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다시 시작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만든다는 것입니다. 나는 한번 실패했기 때문에, 다시 시작할 가치나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내가 내 의지로 내 생각 시스템을 바꿔주지 않으면, 내 생각이 자연스럽게 그렇게 흘러가는 것입니다.
다행히 제게는 ‘다시 시작하고 싶은 의지’가 있었습니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뛰어넘을 강한 의지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과거를 다시 쓰기로 했습니다. 처음 꿈을 꿀 때, 꿈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했던 것처럼, 지금은 꿈과 두려움 사이에서 고민하는 나를 스스로 꺼내 줄 유일한 방법은 과거에 대한 나의 인식을 바꾸는 것이었습니다.
과거에 대한 내 모든 인식들을 적고, 다시 써보았습니다. 과거를 탓하거나 과거에 대한 부끄러운 마음 없이, 과거를 사랑하고 과거에 진심으로 감사하는 마음으로 적어보았습니다. 그리고 알게 되었습니다. 그토록 내가 하고 싶어 했던, 과거를 끊어내는 방법은, 과거를 내 안에서 밀어내는 것이 아니라, ‘과거를 사랑하는 것’이라는 것을. 과거를 따뜻하게 안아주고 감싸 안을 때, 비로소 과거가 주는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과거를 사랑스럽게 바라보고, 과거로부터 배우는 것. 과거를 잘 활용하는 것. 과거에 감사하고, 그 과거를 내 삶의 축복으로 바라보는 것. 바로 이것이 과거와 완전히 헤어지는 방법이었습니다.
그동안 저는 어떻게 하면 이 실패의 경험, 실패가 주었던 이 모든 감정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까 끊임없이 고민했습니다. 생각을 뒤집어보기도 하고, 여러 확언도 해보고, 질문을 하고 스스로 답을 해보기도 하고요. 하지만 그 모든 방법의 밑바탕에는, 과거는 없애야 하는 것. 좋지 않은 것. 나에게 부끄러운 것이라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토록 끊어내고 싶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끊어내려 하면 할수록 더 끈질기게 남아있었고, 그 모든 감정은 제 안에, 제 자신을 믿지 못하는 불확신으로 남았습니다.
과거에 감사하며, 과거를 다시 바라보니, 자연스럽게 나 자신도 다시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부끄러운 나의 과거가 아닌, 자랑스러운 나의 과거로 인식을 바꾸면서, 나 자신도 실패자가 아니라, 꿈을 위해 용기를 내고, 실패를 잘 이겨낸 자랑스러운 존재가 되었습니다. 참으로 신기하지요. 이렇게 한 순간에, 내가 나를 바꾸다니요. 내가 바라보는 나를 바꿈으로써 나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습니다.
저는 이 모든 과정을 통해 두려움이라는 감정도 나 자신과 마찬가지로 존중받고 싶어 한다는 것. 사랑받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나쁜 감정으로 생각하고 피하는 것이 아니라, 따뜻하게 사랑으로 안아줄 때 그 감정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거기 내 안에 있다는 것을 알아주고, 바꾸거나 피하거나 억누르지 않고, 있는 그대로 존중해주면, 두려움이 먼저 나를 놓아준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두려움도, 삶의 다른 모든 것과 마찬가지로, 내가 사랑의 존재임을 체험하게 해주는 축복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