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 하늘을 달리다

비움과 놓아버림

by SUN

파란 하늘을 달리고 있다. 저 멀리 보이는 넓고 광활한 하늘, 그리고 나. 세상에 이 둘 뿐 인 것 같다. 세상을 다 가진 듯한 이 충만한 느낌. 그리고 그 느낌 말고는 모든 걸 다 놓아버린 듯한 이 황홀한 느낌. 이 달콤한 느낌을 또 어디서 느낄 수 있을까. 2013년 11월, 나는 샌프란시스코에 있었다. 사업을 하는 지인의 초대로 나는 샌프란시스코에 리프레시 여행을 떠났다. 그 곳에서 둘러본 모든 곳이 다 좋았지만, 가장 좋았던 것은 광활한 길을 달리고 또 달렸던 드라이브였다. 한국에서는 경험한 적 없는 그 느낌. 그 강렬한 느낌을 가슴에 담아 나는 한국에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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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강렬한 느낌, 기쁨과 열정, 사랑과 축복, 그리고 풍요. 이 모든 느낌을 빼고 다른 모든 생각과 감정을 놓아버릴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우리가 이 세상을 살면서 느끼는 그 수많은 감정들에게 휘둘리지 않고, 차분히 바라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감정 안에서 헤매는 것이 아니라, 감정과 하나되지 않고, 감정과 완벽히 분리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샌프란시스코의 하늘과 완벽하게 하나가 되었던 그 때의 그 순간은, 마음 공부를 하며 나에게 언제나 이런 의문들을 남겼다.


그리고 그 의문이 마음 속에 담겨 있던 어느 날, 감정을 사람으로 의인화해서 생각해 보았다. 감정이 사람이라면, 우리가 그 사람을 진정으로 사랑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바꾸려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존중해주는 것. 존중에서 더 나아가 따뜻하게 안아주는 것. 그 존재 자체를 존중하고 안아주는 것. 바로 그 ‘안음’이 감정과 나를 분리하는 출발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나를 안을 수는 없다. 안는다는 행위 자체가 그 존재와 나를 분리하는 시작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 모든 과정 전에는, 나를 관찰하는 것. 나의 감정과 그 감정을 만드는 생각을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모든 것의 시작은 나를 바라보는 것이다. 그리고 나에게 있어 나를 바라보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노트를 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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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창조의 시작은 영감이다. 그리고 그 영감은 반드시 내가 기분 좋은 상태, 내가 평안한 상태에서 온다. 내가 불편하고 기분이 좋지 않을 때 새로운 영감과 아이디어가 찾아오는 경우는 없다. 그래서 나를 기분 좋게 하는 것. 그 기분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그 기분을 유지하기 위해 나를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 다운된 감정과 생각이 가득 찬 상태에서 아무리 기분 좋으려고 노력해도, 짐이 가득 찬 수레 바퀴를 억지로 움직이려는 것과 같이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이다.


채우는 것이 아니라, 비우는 것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래서 나는 항상 내가 충분히 비워져 있는지 점검한다. 필요 없는 감정들이 내 안에서 나를 붙들고 있는지 않는지 예의 주시한다. 나를 관찰한다. 그리고 버릴 것이 생기면 하얀 노트를 펴고, 놓아버릴 준비를 한다. 펜과 노트, 그리고 손. 나에게 필요한 건 이게 전부다.


비움과 놓아버림. 노트와 펜, 혼자만의 조용한 시간. 이것이 나를 기분 좋게 하고, 모든 영감을 찾아오게 하는 기본 토대라는 것을 이제 알게 되었다. 이 모든 것이 참 소중하고 감사하다. 삶의 기쁨과 열정, 축복을 만들어주는 이 모든 시간이 나에게는 진정한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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