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UN Sep 22. 2020

샌프란시스코, 하늘을 달리다

비움과 놓아버림

파란 하늘을 달리고 있다. 저 멀리 보이는 넓고 광활한 하늘, 그리고 나. 세상에 이 둘 뿐 인 것 같다. 세상을 다 가진 듯한 이 충만한 느낌. 그리고 그 느낌 말고는 모든 걸 다 놓아버린 듯한 이 황홀한 느낌. 이 달콤한 느낌을 또 어디서 느낄 수 있을까. 2013년 11월, 나는 샌프란시스코에 있었다. 사업을 하는 지인의 초대로 나는 샌프란시스코에 리프레시 여행을 떠났다. 그 곳에서 둘러본 모든 곳이 다 좋았지만, 가장 좋았던 것은 광활한 길을 달리고 또 달렸던 드라이브였다. 한국에서는 경험한 적 없는 그 느낌. 그 강렬한 느낌을 가슴에 담아 나는 한국에 돌아왔다.



가장 강렬한 느낌, 기쁨과 열정, 사랑과 축복, 그리고 풍요. 이 모든 느낌을 빼고 다른 모든 생각과 감정을 놓아버릴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우리가 이 세상을 살면서 느끼는 그 수많은 감정들에게 휘둘리지 않고, 차분히 바라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감정 안에서 헤매는 것이 아니라, 감정과 하나되지 않고, 감정과 완벽히 분리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샌프란시스코의 하늘과 완벽하게 하나가 되었던 그 때의 그 순간은, 마음 공부를 하며 나에게 언제나 이런 의문들을 남겼다. 


그리고 그 의문이 마음 속에 담겨 있던 어느 날, 감정을 사람으로 의인화해서 생각해 보았다. 감정이 사람이라면, 우리가 그 사람을 진정으로 사랑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바꾸려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존중해주는 것. 존중에서 더 나아가 따뜻하게 안아주는 것. 그 존재 자체를 존중하고 안아주는 것. 바로 그 ‘안음’이 감정과 나를 분리하는 출발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나를 안을 수는 없다. 안는다는 행위 자체가 그 존재와 나를 분리하는 시작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 모든 과정 전에는, 나를 관찰하는 것. 나의 감정과 그 감정을 만드는 생각을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모든 것의 시작은 나를 바라보는 것이다. 그리고 나에게 있어 나를 바라보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노트를 쓰는 것’이다. 



모든 창조의 시작은 영감이다. 그리고 그 영감은 반드시 내가 기분 좋은 상태, 내가 평안한 상태에서 온다. 내가 불편하고 기분이 좋지 않을 때 새로운 영감과 아이디어가 찾아오는 경우는 없다. 그래서 나를 기분 좋게 하는 것. 그 기분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그 기분을 유지하기 위해 나를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 다운된 감정과 생각이 가득 찬 상태에서 아무리 기분 좋으려고 노력해도, 짐이 가득 찬 수레 바퀴를 억지로 움직이려는 것과 같이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이다. 


채우는 것이 아니라, 비우는 것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래서 나는 항상 내가 충분히 비워져 있는지 점검한다. 필요 없는 감정들이 내 안에서 나를 붙들고 있는지 않는지 예의 주시한다. 나를 관찰한다. 그리고 버릴 것이 생기면 하얀 노트를 펴고, 놓아버릴 준비를 한다. 펜과 노트, 그리고 손. 나에게 필요한 건 이게 전부다.


비움과 놓아버림. 노트와 펜, 혼자만의 조용한 시간. 이것이 나를 기분 좋게 하고, 모든 영감을 찾아오게 하는 기본 토대라는 것을 이제 알게 되었다. 이 모든 것이 참 소중하고 감사하다. 삶의 기쁨과 열정, 축복을 만들어주는 이 모든 시간이 나에게는 진정한 행복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그 모든 게 발리에 있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