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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 Sep 21. 2020

그 모든 게 발리에 있었다

새로운 문이 열리는 순간 

조급하고, 때로는 무너지고, 나 자신에게 실망하고, 가끔은 아직도 불안한 나 자신을 사랑하고 싶었다. 지난 실패에 움츠러들고, 망설이는 나 자신도, 매일의 평온을 유지하지 못하고 가끔은 무너지는 나 자신도 사랑하고 싶었다. 그리고 그렇게 조건 없이 나 자신을 사랑해야 다른 사람도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을 삶에서 실현하고 싶었다. 나 자신을 조건 없이 사랑하는 삶. 그렇게 사랑으로 자연스럽게 삶이 물드는 그런 삶을 맛보고 싶었다. 지금 이 생애에서, 지금 이 순간. 놓치고 싶지 않았다. 




“선경님, 발리 같이 가실래요?”

작년 10월 12일, 내 생일. 나는 발리 공항에 있었다. 두 번째 떠나는 명상 여행. 이번에는 발리였다. 오키나와를 추천해주었던 친구가 이번에는 발리에 함께 가자고 연락이 왔다. 고민하지 않고 따라 나섰다. 처음 가는 동남아 여행, 그것도 내가 좋아하는 명상과 요가를 함께 할 수 있는 여행이라니!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그렇게 나는 발리 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공항에서 한 시간쯤 차로 달려 호텔에 도착했다. 자연과 잘 어우러진 수영장이 딸린 시원한 호텔. 친절한 현지 직원들. 처음 맛보는 맛있는 식사까지, 그야말로 천국이 따로 없었다. 열 다섯 명 남짓한 클래스에서 동양인은 나와 친구, 단 두 명 뿐이었지만, 함께 하는 사람들 모두 친절했다. 미국, 캐나다, 호주, 스위스 등 각국에서 온 사람들과 아침과 저녁, 하루 2차례 요가와 명상 수업을 들으며 우리는 마음껏 힐링하고 자신을 충전했다. 특히 아침의 청량한 빛과 지저귀는 새 소리를 들으며 야외에서 하는, 아침 요가 시간은 그야말로 꿀이었다. 지상에 천국이 있다면, 바로 이 곳이었다. 


자연을 느끼며 요가 동작에 몸을 맡기면, 폭신한 편안함과 함께 새로운 영감도 찾아왔다. 일주일의 클래스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영감은, ‘나 자신을 조건 없이 사랑해야 다른 사람도 조건 없이 사랑할 수 있다는 요가 선생님 말씀이었다. 책에서 많이 봤던 구절이지만, 그 때 발리에서 느낀 영감은 남달랐다. 내 마음 속 깊이 잠들어 있던 어떤 열망을, 그 하나의 문장이 꺼내어 준 느낌이었다. 



이후, 나는 발리의 수영장 앞 거실에서 따스한 햇빛을 맞으며, 풍요일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하루 10개씩, 내가 삶에서 받은 풍요와 축복을 찾아 블로그에 나누는 프로젝트다. 그렇게 190일 동안, 1900개의 축복을 찾아 나누었다. 풍요일기 프로젝트가 도화선이 되어 지난 2월, 70장의 글을 완성하는 토글스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었고, 매일 1장씩 70일 동안 70장의 글을 5월에 완성했다. 


나의 글은 발리에서 시작됐다. 따스한 빛과 새소리가 주는 자연의 넉넉한 평온함 안에서, 푸른 나무가 주는 싱그러움 안에서 나는 내가 사랑하는 일을 드디어 시작하게 되었다. 내 인생의 새로운 챕터, 새로운 문이 열리는 순간이었다. 


조급하고, 때로는 무너지고, 나 자신에게 실망하고, 가끔은 아직도 불안한 나 자신을 사랑하고 싶었다. 지난 실패에 움츠러들고, 망설이는 나 자신도, 매일의 평온을 유지하지 못하고 가끔은 무너지는 나 자신도 사랑하고 싶었다. 그리고 그렇게 조건 없이 나 자신을 사랑해야 다른 사람도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을 삶에서 실현하고 싶었다. 나 자신을 조건 없이 사랑하는 삶. 그렇게 사랑으로 자연스럽게 삶이 물드는 그런 삶을 맛보고 싶었다. 지금 이 생애에서, 지금 이 순간.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 어떤 순간에도 나의 가치는 변하지 않는다는, 바위같이 흔들리지 않는 굳건한 믿음. 지금 충분한 것, 지금 가지고 있는 것, 지금까지 누려온 것들에 집중하며 느끼는 축복의 기쁨. 그 모든 것이 발리에 있었다. 내가 돌아가고 싶은 곳. 내가 보고 싶었던 진짜 나. 그 모든 게 발리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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