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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 Nov 08. 2020

홀딱 반한 열정의 맛

여전히 진행 중!

“선경님, 좋아하는 술 종류 있으세요?”

“저 막걸리요! 우리 다같이 막걸리 먹으러 가요!”

“좋아요. 그럼 강남에 괜찮은 막걸리 집 찾아서 우리 예약해요.”



구글 첫 회식 장소는 압구정 로데오 근처 묵전이었다. 당시 밤 막걸리에 푹 빠져 있던 내가 자신있게 막걸리를 외친 덕분이다. 따끈한 모둠 전과 묵직하고 달콤한 밤 막걸리. 내가 입사하여 처음 맞는 팀 회식 메뉴로는 최고였다. 강남에 이렇게 괜찮은 막걸리 집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맛도, 분위기도 참 좋았다. 마음에 들었다. 


몽글몽글 기분 좋은 분위기 탓인지, 재미있는 얘기들이 오갔고,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그 때 누군가 어떻게 구글에서 일하고 싶은지, 어떻게 시간을 보내고 싶은지 나에게 물었다. 며칠 전, 퇴근 후 집에 오는 길에 산책을 하며, 나 자신에게 물었던 바로 그 질문이다. ‘아, 나 정말 다시 이렇게 일하고 싶어!’ 생각했던 옛날 바로 그 장면. 그 때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풀어보았다. 


“예전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일할 때, 정말 재미있었던 때가 있었어요. 아무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던 고객사에 컨택해서, 영업 기회를 만들었던 경험 이예요. 예전부터 마이크로소프트와 관계가 좋지 않아서, 영업 담당자가 연락을 하면, 잘 받지도 않고, 받아도 시큰둥 얘기도 잘 안 하던 곳이었는데, 그걸 알고 계속 컨택해서 결국 클라우드 제품을 팔았지요.”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었어요?”


“그냥 진심으로 대했던 것 같아요. 어렵게 전화가 연결됐을 때, 제 소개를 하면서 말했어요. 예전 저희 담당자가 고객 입장에서 좀 더 배려하지 못했던 부분이 있다면,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대신 사과드립니다. 하지만 이제 담당자가 바뀌었으니, 앞으로는 고객 입장에서 더욱 세심하게 케어하고, 더욱 고객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영업 담당자가 되겠습니다. 새롭게 담당하게 되었으니, 직접 뵙고 인사드리고, 이야기를 듣는 시간을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렇게요. 그게 일부러 미리 만든 멘트가 아니었고, 그냥 떠오른 말이었어요. 먼저 왜 관계가 안 좋아졌는지, 어떤 부분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고객의 얘기를 충분히 들었더니, 마음이 좀 열리신 것 같더라고요. 그리고 나서 이렇게 진지하게 말씀드리니, 흔쾌히 미팅 일정을 만들 수 있었어요.”


“와, 선경님 정말 대단한대요?”


“그냥 저는 이렇게 주도적으로, 일하고 싶어요. 그리고 열정적으로요. 다른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제 자신을 위해서요. 제 자신을 위해 여기에서 일하는 시간을 누구보다 잘 활용하고 싶어요.”




내 진정한 꿈이 아닌, 그 꿈과는 다른 회사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며, 나는 항상 발이 조금 붕 떠 있는 사람 같았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은 이게 아니라는 생각 때문에 스스로를 많이 괴롭히기도 했다. 내 생각과는 상관 없이, 삶의 모든 순간이 소중하고 귀하다는 삶의 진실을 그 때 미리 알았더라면, 조금 떠 있던 그 발을, 지금 이 순간의 현실에 더 잘 붙일 수 있었을텐데. 그 때의 나는 그것을 잘 알지 못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회사를 다니며, 짜릿한 열정을 맛본 순간들이 있다. 그 기나긴 시간을 빨간 열정의 맛으로 물들였던 그 소중한 순간들. 그 순간들 덕분에 나는 버텼고 견딜 수 있었다. 


지금 돌아보면, 그 순간들이 진심으로 감사한 것은, 그 때의 나도 끊임없이 성장했다는 사실 때문이다. 회사에 다니던 그 때도, 나의 꿈은 현재 진행형이었고, 나의 성장 일기 또한 여전히 진행 중이었다. 새로운 환경과 새로운 상황, 새로운 사람들과의 협업 속에서 나는 끊임없이 새로운 나를 발견해가며, 창조해갔다. 그 때 그 모든 일 또한 반드시 내가 겪어내야 할 소중한 순간들이었음을, 나를 만들어가는 소중한 재료들이었음을 지금의 나는 안다. 


그리고 앞으로도, 내가 맞이할 삶의 모든 순간들을 소중히 여기고 귀하게 여기고 싶다. 그 순간들을 정성스럽게 살아내고 싶다. 더욱 열정적으로, 뜨겁게 즐기고 싶다. 아무도 생각 못한 반전처럼, 짜릿했던 그 때의 그 열정과 환희를 더욱 많이 앞으로도 삶에서 만들어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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