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이라는 물을 주는 것
“저기 저 필통하고, 이 펜들 다 주세요!”
조그만 초등학생이었던 언젠가, 엄마가 한 달 용돈을 준 적이 있다. 원래 용돈을 받지 않고 그 때 그 때 필요한 돈을 주었던 엄마지만, 웬일인지 그 날은 엄마가 마음먹고 한 달 용돈으로 오 천원을 주었다. 그리고 그 돈을 들고 내가 향한 곳은, 집 바로 옆에 있었던 문구점이었다.
그 날 나는 그 한 달 용돈을 그 곳에서 다 쓰고 말았다. 제일 갖고 싶었던 필통과 연필, 지우개, 펜 등 갖가지 쓸 것들로 필통을 채우느라 신이 난 것이다. 오 천원은 분명 한 달 용돈이었는데.. 나는 그 날 엄마에게 된통 혼이 났다. 그리고 이후로 내게 용돈은 없었다.
이 날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게 머릿속에 남는 이유는, 그 날 신나게 내가 샀던 것이 필통과 펜이었기 때문이다. 다른 것들을 살 수도 있었는데, 신기하게 나는 그 날 필통과 연필을 샀다. 글 짓기를 할 때, 독후감을 쓸 때 누구보다 신이 나고 재밌어 했던 어릴 때 나와 오버랩 되며, 그 날 기억은 조금 특별한 추억으로 내 가슴에 남아있다.
‘그래, 나는 글을 짓고 글을 쓰는 것을
참 좋아했던 초딩이었구나.’
글 쓰기는 나에게 가장 재밌는 놀이였다. 쓰기만 하면 상을 받았으니 그럴 만도 했다. 신나게 놀았는데, 반 아이들 앞에서 상도 받고, 선생님은 물론 엄마 아빠의 칭찬까지 받으니, 이만큼 즐거운 놀이도 없었다. 하얀 원고지에 뾰족하게 연필을 깎아 내 느낌대로, 내 의식이 흐르는 대로 글자를 써내려 가는 그 순간이, 나에게는 그 어떤 놀이보다 행복한 축제의 시간이었다.
그 때 그 기억 때문인지, 나는 지금도 쓰는 게 참 좋다. 내가 돈을 쓰는 많은 항목들 중에, 절대 뒤돌아보지 않고 바로 사는 물건이 바로 노트와 펜이다. 노트와 펜에는 절대 돈을 아끼지 않는다. 아직도 여전히 나에게는 가장 재미있는 놀이이자 장난감이기 때문이다. 내 마음이 흐르는 대로, 감사한 것도 적고, 내 꿈도 적고, 힘든 감정도 적고, 또 이렇게 그 경험들을 모아 글도 적고… 나는 그 시간이 정말 참 좋다.
누구에게나 자기 자신을 다독일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 있다. 그것이 나에게는 노트와 일기 쓰기다. 다른 누군가에게는 운동이 될 수 있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산책 혹은 명상이 될 수도 있다. 각자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 다른 사람의 방법을 참고하여 시도해보되, 가장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나에게 가장 맞는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나라는 선물의 포장을 뜯듯, 섬세하게 나를 들여다보자.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지, 언제 나는 행복한지, 언제 나는 기쁜지, 언제 나는 가슴이 뛰는지, 언제 따뜻한 안정을 느끼는지. 그리고 그 찬란한 시간을 나에게 선물해주자. 나라는 꽃이 잘 자랄 수 있도록, 기쁨이라는 물을 주는 것이다. 나를 활짝 피우는 것은, 결국 내가 가진 소중한 시간을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에 달렸다.
우리는 누구나 나 자신이라는 빛나는 꽃을 피울 수 있다. 그 꽃은 본래 활짝 피어나도록 운명 지어졌다. 우리가 이 세상에 태어난 그 순간부터 이미 그 운명은 정해져 있다고 나는 믿는다. 나라는 꽃을 활짝 피우기 위해 지금부터 나는 무엇을 할까? 즐겁게, 재미있게, 신나게 그 여행을 즐겨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