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 찮, 타

내리는 눈발 속에서는_서정주

by 하나부터
[내리는 눈발 속에서는]_서정주
괜, 찮, 타, ······
괜, 찮, 타, ······
괜, 찮, 타, ······
괜, 찮, 타, ······
수부룩이 내려오는 눈발 속에서는
까투리 메추래기 새끼들도 깃들어서 오는 소리 ······

괜찮타, ······ 괜찮타, ······ 괜찮타, ······ 괜찮타, ······
폭으은히 내려오는 눈발 속에서는
낯이 붉은 처녀 아이들도 깃들이어 오는 소리 ······

울고
웃고
수구리고
새파라니 얼어서
운명들이 모두 다 안기어 드는 소리, ······

큰놈에겐 큰 눈물 자죽, 작은놈에겐 작은 웃음 흔적,
큰 이얘기, 작은 이얘기들이 오부록이 도란 그리며 안기어 오는 소리, ······

괜찮타, ······
괜찮타, ······
괜찮타, ······
괜찮타, ······

끊임없이 내리는 눈발 속에서는

산도 산도 청산도 안끼어 드는 소리, ······




첫 번째 실패를 경험했던 스물다섯의 겨울, 괜찮타는 글자가 잔뜩 적힌 시를 적은 편지를 보냈던 기억이 난다. 끊임없이 내리는 눈발 속에 서 있는 마음으로 오들오들 떨던 그 시간.


무엇이든 흰색으로 가리어 주는 눈. 그 사실이 큰 위안이 될 때가 있다.

큰 놈의 눈물 자죽, 작은 놈의 웃음 흔적.

운명들을 모두 다 껴안는 눈.


오늘만큼은 그 눈 아래에,

말로 다 하지 못한 것들을 조용히 두어도 좋을 것 같다.


12월의 마지막 밤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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