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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빈 터에 있다

별들이 사는 집_김수복

by 하나부터
[별들이 사는 집]_김수복

별들이 사는 집은
내 마음의 빈 터에 있다.

뒷산 상수리나무 서걱거리는
저녁에 왔다가

이른 아침 호수에 내리는
비를 바라보는
내 마음의 빈 터에 있다




이른 아침이면 창밖을 한참 바라본다. 바쁘게 움직이는 노랗고 빨간 자동차의 불빛, 건너편 건물에 켜진 서너 개의 하얀 불빛.


까만 아침, 하늘에 떠 있는 나의 별들을 보며, 내 마음의 빈 터에 대해 생각한다. 때로는 채워지기도, 때로는 비어 있기도 하는 마음의 공간. 영영 채워지지 않을지도 모를 내 마음의 빈 터.


사위가 어두운 시간이면 마음의 빈 터는 더욱 깊어진다. 문득 『달과 6펜스』의 스트릭랜드가 떠오른다. 대개의 사람들이 틀에 박힌 생활의 궤도에 편안히 정착하는 마흔일곱의 나이에, 그는 새로운 세계를 향해 떠났다. 자신을 채우기 위해 모든 것을 내던졌던 사람. 온몸이 썩어가면서도 자신만의 아름다움을 끝내 그려낸 사람. 그의 삶을 떠올리면 마음이 잔잔히 흔들린다.


나는 내 안의 별빛을 듣고 있을까. 내면의 목소리에 하릴없이 이끌려 살고 싶다는 소망을 가져 본다.

내 마음의 빈 터에 별들이 사는 집이 있음을 믿는다. 그 별이 내게 건네는 목소리에, 더 자주 귀 기울이고 싶다.


내 안의 어둠 속에서 반짝이는 별빛을 가만히 찾아보는 이른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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