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 밥상 앞에서 8할은 울었던 것 같다.
밥 먹음서 말 한다고, 쩝쩝 소리 낸다고,
고기 반찬에만 너무 많이 손이 간다고
그중에서도 젓가락질 못한다고 많이 혼났다.
그날도 어머니께선 참고 참으셨지만,
결국 숟가락이 날아왔고
머리 위에 번쩍하고 별이 돌았다.
참았던 울음이 터지고 서러워서 목이 메였다.
“앙~ 밥먹을 때는 개도 안건든다는디.”
더 이상 밥이 넘어가지 않아
얼굴이 시뻘게져 꾸역꾸역 볼만 부풀어 있을 때,
아버지가 입을 여셨다.
“너도 언젠가 결혼하고 싶은 여자가 생길거여. 그리고 그 여자 부모님 앞에서 밥을 먹을텐디.
밥상 앞에서 어르신들 모시고 뭘 보여줄꺼여?
그 앞에서 재주를 넘을거여? 성적표를 보여줄꺼여?
젓가락질도 못하고 식사예절도 모르는 놈한테
어떤 부모가 자기 딸을 줄랑가 모르겠네..”
어린 나이에도 결혼은 하고 싶었는지
눈물을 닦고 정신을 집중해서
젖가락으로 콩자반을 들어올려 보이니,
아버지는 별 놈 다보겠다는 듯 웃어버리셨고
나도 웃었다.
그렇게 또 한 번 울다가 웃는 바람에
마침내 나는 엉덩이에 털이 난 어른이 되었고
그렇게 울면서 배웠던 젓가락질 덕분에
장인어른의 두터운 신임을 얻어,
그분의 딸과 행복하게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