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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OIS May 06. 2018

짝짝이 구두

눈먼 사랑에 대하여

어머니와 아버지가 결혼을 하시고 몇 달이 지났을무렵.

현관에서 신발정리를 하시던 어머니께서 아버지를 불렀다.


“여보, 아무래도 목욕탕에서 구두를 바꿔신고 왔나봐요.

 당신 구두가 짝짝이네요. 한쪽 굽이 유난히 높아요.”


어머니 말씀에, 아버지는 당황해서 한 동안 말을 잃었다.

그리고 잠시 정적이 흐른 뒤 입을 때셨다.


“여보, 나는 당신이 당연히 알고 있을 줄 알았어.”


사실, 짝짝이인 것은 구두가 아니라 아버지의 한 쪽 다리였다.
어릴적 당했던 교통사고와 돌팔이 의사 때문에
아버지는 한 쪽 다리가 검지손가락 길이 만큼 짧았다.


구두를 가르키며 이상하다고 하는 어머니를 보시고
아버지는 정말 놀라셨다고 했다.

'이상한건 구두가 아니라, 내 다린데... 아니 정말 몰랐을까?'

아버지는 아마도 이렇게 생각하셨을 것이다.

어머니와 데이트의 8할은 걷는 것이었는데,

어머니와 걷는 내내 한 쪽 어깨가 수도 없이 올라갔다 내려갔다했고

그렇게 '나는 한 쪽 다리가 불편해요'라고 온 몸으로 말했는데,

그래서 굳이 ‘나는 절름발이에요’라고 고백할 필요도 없는 줄 알았는데,

이제와서 새삼스레 다리에 대해 묻다니..


하지만 어머니는 정말로 아버지 다리가 불편한지 몰랐다고 했다.
연애시절 차비를 털어 정동극장에서 심야영화를 보고
밤 새도록 걸어 집에 돌아가는 길,

벤치가 나타날 때 마다 잠시 앉아 이야기를 하자시던 아버지가 마냥 좋았다고 했다.

불편한 다리로 오래 걷는 것이 힘들었을 텐데,
어머니는 그것도 모르고 아버지한테 자주 업어달라고 하셨다고.


어머니 이야기를 들으며 사랑에 눈이 멀었다는 말이 단순한 시적 표현이 아니라는 것을 새삼 느낀다.

사랑은 기적이고 동시에 현실이다.
우리 아버지 어머니가 만나서 사랑한 것이 기적이고 내가 태어난 것이 현실이듯.

아버지 이야기를 하시면 아직도 입가에 웃음이 번지는 어머니를 보며

오늘은 아버지 대신 내가 어머니를 업어드려야 겠다는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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