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딸, 로이에게-1
사랑이 밥 먹여주냐?
원망 어린 목소리로
외할머니가 어머니에게 던진 말이다.
어쩌자고 아버지같은 사람을 만났냐며
대학 간다고 서울 올라간 어머니가
시커먼 아버지와 함께 나타나
넙죽 큰절을 하자
외할아버지는 손사래를 치며
돌아앉으셨다고.
목포 대성동 천사이발관 골목에서
가장 큰 기와집 장녀였던 어머니는
아버지를 만나 곰팡이 냄새 나는 단칸방에 살면서.
인형 눈을 붙이고, 오토바이를 타고 우유배달을 했다.
사랑이 밥 먹여주냐는 할머니의 질문에
어머니는 45kg에서 지금의 65kg로
최소한 세 체급 이상을 석권하시며
온몸으로 'YES' 라고 대답하셨다.
아무것도 없이 시작한 어머니, 아버지는
그렇게 사랑이 어떻게 밥을 먹여주는지 보여주셨다.
아내가 말한다.
여보, 글쎄 또 살이 쪘어요.
나는 행복하다.
우리 아내도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내 옆에 머물면서
사랑이 정말 밥 먹여준다는 것을
온 몸으로 보여주고 있다.
어제는 아내의 치마 지퍼를
아내와 내가 힘을 합쳐 올렸다.
(자- 올린다. 힘 줘, 하나, 둘, 셋)
3포, 5포, 7포를 넘어
N포 세대를 살아갈 우리 딸 '로이'는
금수저도 아니고 흙수저도 아니라
'사랑'이 밥 먹여 준다는 것을 알았으면.
잠든 로이의 조그마한 입술이 오늘따라 빨갛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