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온도가 말해주는 이별 공식
하나의 심장이 다른 하나의 심장을 만나 코드라도 연결해 둔 것처럼, 연인이 되어 뜨겁게 사랑하는 동안 심장들은 두 개의 불꽃이 되어 두 사람을 환하게 비춘다.
그래서 새로 연애하는 사람들 얼굴을 보면 주변 사람들이 얼굴에서 광이 난다고 하는 걸까?
갑자기 차갑게 식어버렸어.
며칠 전까지만 해도 한여름 뙤약볕처럼 활활 타오르던 심장이 겨울바람에 밀려온 검은 파도가 덮친 것처럼 차가워졌다.
이 과정은 익숙해지지 않아도 슬프고, 익숙해져도 슬프다.
이번에는 좀 다를 거라고 생각했는데.
서로 다른 각자의 속도로 조금씩 달아오르던 따뜻했던 심장들은, 종종 그렇게 차가워진다.
식어가고 있어!
예전에는 화내고 싸우고 토라지거나 혹은 대화를 통해 풀어보려는 노력을 하기도 하고, 끝내 헤어지자는 말로 몹쓸 엄포를 놓기도 했다.
하지만 연애와 이별을 반복할수록 내 식어가는 마음을 호소하는 것이 어렵다. 어렵다기보다는 무의미하게 느껴진다.
사람은 변한다지만, 너를 변화시키고 싶지 않아. 왜냐면 네가 나를 그 자체로 존중해주길 바라듯 나 또한 너를 그 자체로 사랑해주고 싶거든. 하지만 정말 내가 견딜 수 없는 치명적인 부분들을 발견했을 때, 너를 내 식대로 바꾸기 위해 드는 내 정신적 물질적 에너지가 이제는 좀 아깝게 느껴져.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기도 하고, 나도 네가 나를 자꾸 바꾸려고 한다면 기분이 썩 좋을 것 같지는 않거든.
나도 연애를 통해 고친 치명적인 점들이 있다. 화날 때 전화 그냥 끊어버리지 않기. 잠수타지 않기. 화난다고 무작정 헤어지자고 하지 않기.
그런데 아직도 이별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좋은 이별이라는 게 뭔지도 모르겠다.
그냥 어느 한쪽이 손을 놓아버리는 건데, 같이 웃으면서 그래, 기분 좋게 놓자 하는 것이 과연 좋은 이별일까?
서로 별로 좋아하지 않을 때만 가능한 것 같다. 아니면 그런 이별을 몇 번 반복해서 더 이상 소용이 없다고 둘 다 깨달았거나.
이별 공식 중 흔히 알려진 것들 몇 가지에 관한 내 생각들은 이렇다.
이별은 만나서 얼굴 보고해야 해요.
이제 우리 그만 헤어지는 게 좋겠어. 하는 순간 상대의 표정과 말투와 행동 하나하나를 실시간으로 오감을 통해 송두리째 느낄 수 있는 방법으로 지구 최강 새디스트가 만들어 낸 이별 방식이며 연인들에게 가장 고전적이며 예의 있는 방식이라고 일컬어짐. 나도 어쩔 수 없이 이 방법을 택하지만 이별 후 집에 돌아오는 길에 세상에서 제일 잔인한 사람이 된 것 같은 더러운 기분이 든다.
좋았던 점과 나빴던 점을 리스트로 만들고 나쁜 점을 되새겨요.
앞으로의 내 선택에 도움이 되는 것이 목적임은 알겠으나, 좋은 점을 쓰면서는 그에게 전화기를 집어 드는 내 모습을 발견할 가능성이 있고, 나쁜 점을 쓸 때는 내가 이렇게 나쁜 놈과 만났다니. 나는 사람 보는 눈이 이렇게도 없나? 하고 자책하며 나와 그, 우리, 그리고 우리가 함께했던 시간들을 원망하게 만드는 허무 리스트
다시 만나봤자 똑같은 이유로 헤어지게 될 거예요. 한 번 헤어지기로 했으면 미련을 버려요.
헤어졌다 다시 안 만나본 사람들이 들으면 그거 먹어봤자 원래 알고 있는 똑같은 맛이에요. 맛있었겠지만 미련을 버려요. 같은 돼지껍데기 같은 말
학교에서 가르치는 과목들은 이런 것들이다.
연애가 성공이라면 이별은 실패한 걸까?
결혼하지 않을 거면 연애는 애초부터 필요가 없는 걸까?
아이를 가지지 않을 거라면 결혼은 할 필요가 없을까?(아이 있는 부부, 없는 부부 초청 강연)
혼자 사는 게 행복할까 둘이 사는 게 행복할까? (이것도 강사 초청: 성인 이후 30년간 미혼으로 행복하게/평범하게/불행하게 사신 아무개님들, 성인 이후 30년 간 결혼 후 싸운 부부/평범한 부부/잉꼬부부)
결혼은 종족을 안전하게 번식시키기 위해 인간들이 만든 제도일까?
아름다운 이별은 무엇일까? 어떻게 헤어져야 잘 헤어진 걸까?
좀 더 나은 사람을 만나기 위해 다음 사람을 고를 때 고려해야 할 점은 무엇일까?
이별 후 아픈 상처 달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모든 주제에는 정답이 없다. 선택지와 사례를 보여줄 뿐 생각은 본인의 몫이다.
하지만 집에서 혼자 청승맞게 눈물을 흘리며 남자 친구나 나 자신을 원망하거나, 죄 없는 친구들을 붙잡고 침 튀기며 전 남자 친구에 대해 열변을 토하는 패턴을 반복하는 나 같은 연약한 영혼들이 모여서, 차가운 심장을 부여잡고 열띈 토론을 하며 다 같이 울기도 웃기도 하고 결국은 네 이별도 이 많은 이별 중에 하나의 이별이다 라는 것을 깨닫고 극복할 용기를 얻을 수 있다면, 그건 상대방에게 있어서 가장 잔인한 수업일까?
서로의 온도를 잴 수 있었으면, 차가워질 것 같으면 식어가는 마음에 따뜻하게 이불을 덮어 줄 수 있게.
식기 전에 서로 노력하는 진작부터 똑똑한 사람들이 많아져서 자신만의 비법들을 세상에 널리 전파해줬으면. 요즘 난무하는 수박겉핧기식의 남녀 꼬시기 방법 말고.
내가 이별에 시큰둥해지거나 여전히 아프거나 해도 결국 또다시 작은 불꽃이 피워도 될만한 곳에, 예쁘게 피어올랐으면, 그리고 이번에는 허투루 꺼지지 않았으면,
정말 좋겠다.
Jenn.
일과 사랑을 적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