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하루와 그 속의 나를 조금 더 사랑하게 만드는 일기 쓰기 방법
”올해 졸업전시회 우승자를 발표하겠습니다.
우승자는......
....... 자이언티!!!!”
이것은 실제로 나의 졸업전시회에서 벌어진 일이다. 인도에서 온 여자아이 이름이 자이언티였다. 정확히 말하면 자이안티 였지만 나는 그녀를 자이언티라고 불렀다. 크크.
그 친구와는 1학년부터 수업을 같이 들었다. 인도에서 프리랜서 화가로 활동했다는 열아홉 살의 열정 넘치는 그 친구는, 그림도 잘 그리고 색채도 풍부하고 여러 방면으로 잘한다고 느껴지긴 했지만 어딘가 투박하고 그다지 창의력이 넘쳐 보이지는 않았다. 유학 오기 직전까지 한국에서 유학미술학원을 1년 정도 다니며 온갖 기술을 전수받고 온 나는 내가 같이 학교를 다니는 친구들에 비해 굉장히 잘한다고 생각하며 꽤 우쭐거리며 학교를 다녔다.
그런데 그 기술이 한계가 있었는지, 아니면 친구들의 잠재력이 폭발하는 순간이 있는 건지, 그것도 아니면 둘 다인지, 그 친구의 마지막 작품은 내가 보기에도 대단해 보였다. 어떻게 저런 생각을 했을까 싶을 정도로 내 작품에 비해 훨씬 멋져 보여서 부럽기도 하고 괜스레 배가 아프기도 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어려서부터 그랬다.
같이 노는 친구와 외모를 비교하고, 성격을 비교하고,
‘나는 왜 저 친구보다 안 예쁠까?, 나는 왜 저 친구처럼 날씬하지 않을까? 나도 저 친구처럼 재미있었으면 좋겠다. 나도 저 친구처럼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가 더 많았으면 좋겠다.’
디자인을 배우고서부터는
‘나도 저 사람처럼 돈 걱정 없이 살고 싶다, 나도 누군가처럼 천재적이고 독창적이고 창의력이 넘치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 나도 저 교수님에게 저 친구처럼 인정받고 싶다. 저 친구의 작품처럼 반 친구들이 내 작품을 보고 감명받았으면 좋겠다. ‘
남들과 비교하는 순간, 그 비교는 결국 끝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리고 마지막엔 한없이 작아진 내 모습만이 남아있을 것을 알면서도 멈추지를 못하는 것이다.
특히나 내가 자신 있다고 자부하며 도전하고 있는 이 분야에 있어서 남들과 비교하고 나도 모르게 경계하며 평가에 더욱 민감해지는 것 같았다.
이런 일들이 반복되다 제풀에 지쳐 갖고 있던 불같은 열정마저 사그라지려 하던 무렵, 이래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때부터 무던히도 노력했다.
자존감에 관한 온갖 책을 주문해서 밑줄까지 그어가며 열심히 공부하고, ‘좋은 사람 되는 법, 나를 사랑하는 법, 비교하지 않고 행복해지는 법’ 등을 인터넷에서 찾아보기도 하고, 유튜브에 스님을 비롯한 각종 종교인, 교수님, 의사 선생님, 심리상담가 분들 등 각종 강연들에서 답을 찾아보기도 했다.
결과적으로는 모든 방법들이 다 도움이 되었다. 무슨 일이든 내가 나 자체를 절대적으로 사랑해주지 않고, 상대적으로 누군가와 비교하며 나 자신이 부족하다고 느낄 때 매우 불행해진다는 것 또한 새삼 깨달았다.
그래서 누군가와 비교하지 않고 절대적으로 나를 사랑하며 내 하루 그리고 그 속의 나를 소중히 여길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생각을 해보다 나만의 방식으로 일기를 써 보기로 했다.
일기의 맥락은 대충 이렇다.
애매하면 별표로 표시한다. 다섯 개 중 네 개만 칠한다던지 하는 식으로.
깎아먹은 점수 혹은 별표에 대해 써 본다. 내가 느낀 팩트만 간략하게.
부족하게 느껴진 부분을 좋게 만들 수 있는 해결책이 있다면 생각나는 대로 적는다. 해결책이 딱히 없어도 그냥 없는 대로 둔다. 이런 문제가 있어 기분이 안 좋았다는 점을 알게 된 것만이라도 큰 수확이기 때문에.
이제 내 점수를 혹은 별표를 채워 준 부분을 적는다.
하루 중 정말 사소하지만 좋았던 점이라던지, 뿌듯한 점이나 자랑스러운 점들을 적으면 된다.
일기의 예를 들어보자면,
79점
오늘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을 제대로 시원하게 하지 못했다.
날씨가 안 좋았다.
일이 너무 힘들었다.
하고 싶은 말을 해보도록 적어도 하루에 한 번씩 시도해보자(기왕이면 목표를 구체적으로 적는다)
날씨가 내일은 좋네?
직장이 나한테 안 맞다면 이직을 고려해보자
잘 맞는데 힘든 거면 컨디션 조절을 해가며 일할 수 있도록 내일은 나에게 좀 더 신경 써 봐야겠다.
아침에 커피 살 때 아르바이트생이 너무 잘생겼다! 꺅
델리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생과 즐겁게 얘기했다
오늘 직장동료들과 사이가 좋았다
오늘 일 완전 열심히 했다. 대견해!!!
엄마랑 통화함
신기하게도 이런 과정을 거치다 보면 내 하루가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고, 고마운 일이 생각보다 많았다는 것도 깨닫게 되며, 결국은 내가 하루를 잘 버텼다는 생각에 대견해지기도 해서 내 하루의 점수를 다시 올려 매기기도 한다.
사실 아직도 매일같이 노력 중이다. 혹시 인간관계에서 상처가 될만한 말을 들으면 개인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으려 노력하고, 그 사람의 입장에서 이해하려 하며, 상처를 주려고 하는 말들에 상처를 받으면 그건 그 사람이 원하는 대로 이뤄지는 것일 뿐이라고 스스로 마인드 컨트롤을 하기도 하고, 돈이 많든 적든, 실력이 있든 없든 남과 비교하기보다는 그저 각자의 시간과 속도에 따라 맞춰서 잘 가고 있기 때문에 혹시나 내가 좀 늦다고 느껴지더라도 나는 내 속도에 맞춰 잘 가고 있을 뿐이라고 스스로를 다독이기도 하고.
힘들었던 하루를 마치고 돌아와 마신 따뜻한 차 한잔에 사르르 몸과 마음을 녹이고, 따뜻한 샤워로 케케묵은 온갖 감정들을 개운하게 씻겨보낸 후, 일기로 마무리 한 오늘의 나는 내가 누구보다도 좋아서, 살짝 공유해보았다.
아무쪼록 도움이 되시기를 바라고, 서론이 참으로 길었던 이번 글을 마칩니다.
아, 마지막으로
이 땅의 모든 디자이너분들, 파이팅.
젠(Jenn)
일과 사랑을 적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