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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뉴욕꼬질이들 Jul 25. 2021

가다실 9가 자궁경부암 백신 맞은 후기

메스껍고 기절할 것 같다

다들 코로나 백신을 맞는 이 시국에

나는 당당히 자궁경부암 백신을 맞기로 했다.


예전에 한 번 맞아본 적이 있는 것 같은데

4가인지 뭔지 알지도 못하고

2차까지만 맞은 것 같기도 하고

대학교에 다닐 때 무작정 좋다고 제대로 알아보지 않고 근처 가정의학과에 가서 맞아본 적이 있다.


미국 학교는 보험 가입을 의무로 하는데, 학생들에게 각종 검진을 무료로 해준다. 에이즈 바이러스로 유명한 HIV 테스트를 포함한 성병 검진 및 심리 상담, 마사지나 심지어 침 시술도 무료로 예약하고 받아볼 수 있다.


덕분에 학교 다닐 때 조금만 불안하거나 몸이 안 좋으면 학교에서 피검사를 비롯해 각종 검진을 받아본 적이 있다.


한국에 오고 나서 짝수 연도에 건강 검진을 받을 때 산부인과 검진과 자궁경부암 검사도 함께 받았다.


다 건강하고 무탈했는데, 자궁경부암 검사에서 반응성 세포변화라는 결과를 받았다.

의사 선생님은 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없어질 수 있는 거고 흔히 나오는 결과라서 신경 쓰지 않아도 되며, 1년에 한 번씩 검진을 받으면 된다고 말씀해주셨다. 그러려니 하고 지나갔다.


지난 6월 나의 컨설팅을 들으러 키가 크고 동그란 얼굴에 귀여운 앞머리 유난히 뽀얀 피부를 가진 귀여운 수강생이 왔다.


키 170에 몸무게는 60킬로 후반으로 보기 좋게 통통한 편인데, 운동을 한 몸처럼 보인다.


스트레스를 받거나 긴장을 하면 발달하는 승모근 아래쪽 근육이 뼈처럼 뭉쳐있다. 깜짝 놀라 물었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긴장을 하는 편이신가요?”


그렇다고 한다.


친구와 함께 왔는데 배려도 잘하고 이야기도 잘 들어주고 많은 것을 맞춰주는 스타일이다.


착하고 예민하고 섬세한 사람이다.


작년 9월에는 100킬로가 넘게 나갔다고 했다.


사람 하나가 반년만에 몸에서 빠져나가다니,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끔 수강생 분들 중에 30kg 이상 체중 감량하신 분들이 온다. 그때마다 말만 다이어트를 14년째 외치는 내가 무색해지며 존경심이 든다.


먹는 것을 너무 좋아하는 내게는 살을 빼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 세상에 또 있을까 싶다.


요즘은 의식하며 먹으면 된다고 해서 천천히 위를 채워가는 느낌을 받으며 식사를 한다.

위의 7-80%가 채워지면 숟가락을 놓으라는데, 나는 욕심이 생겨서 130%까지 채운다.

의미가 없다.


아무튼 수강생 분에게 컨설팅을 해 드리고, 체형 변화로 옷장에 입을 옷이 없어서 동행 쇼핑을 도왔다.


쇼핑을 하면서 나도 의지를 다지기 위해 너무 궁금했던 다이어트 비결을 물었다.

그러자 수강생 분은 사실 몸이 아파서 체중을 감량해야 했다고 털어놓으셨다.


생리가 3개월 동안 멈추지 않았다고 했다.

병원에 가보니 자궁암이란다.

자궁을 들어내는 수술이 필요한데, 20대 후반의 여성이 듣기에는 너무 가혹한 말이었다.

의사 선생님은 비만이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라 체중을 감량하면 나아질 수 있다고 하셨단다.


8월에 재검사를 받을 때까지 죽을힘을 다해 운동을 했고,

스트레스의 근원이었던 회사를 그만두었고,

하고 싶었던 제과 제빵을 배우고 있다고 했다.


생각지도 못한 크고 무겁고 슬픈 이야기를 들으니 머리가 멍해졌다.


무슨 말로 위로를 해야 할지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물어보지 말 걸 그랬나 잠시 후회가 되었다.


급격히 살을 뺐더니 살갗이 늘어져 속상하다는 말을 덤덤하게 하는 그녀가 더욱 대단해 보인다.


나 같으면 이미 멘탈이 무너져서 아무것도 하기 싫었을 텐데…

물론 그런 과정을 이미 겪었겠지만.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부디 재검사 결과가 좋기를 바란다는 말 한마디

제과점 오픈하면 알려달라고 꼭 들르겠다는 약속

가장 예쁘고 잘 어울리는 옷들을 찾아주는 것뿐이었다.




그리고 내가 받았던 검사 결과가 떠올랐다.

불안한 마음에 폭풍 검색을 해 보았다.

희박하지만 가능한 확률로 암의 전단계일 수 있다는 글이 있었다.


HPV 바이러스 중 고위험군에 감염되면 높은 확률로 자궁경부암을 일으킨다.

HPV 바이러스는 매우 다양한 종류가 있는데, 성 경험에 의해서 뿐만 아니라 사람이 있는 공간에는 거의 어디에나 존재할 수 있으며 성인 여성의 5-80%가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쉽게 전파되는 바이러스이다. 몸에 나는 사마귀의 원인도 이것이다.


다만 고위험군에 감염된 경우 면역력이 저하되면 자궁경부암을 일으킬 수 있다.


자궁경부암이 발생하는 순서는 다음과 같다.


반응성 세포변화(고위험군에 감염되지 않아도 발생할 수 있으며 자연 소멸 가능)

->CIN1(세포 이형성증. 고위험군에 감염되지 않아도 발생할 수 있으며 자연 소멸 가능)

->CIN2(이때부터는 고위험군에 감염되었을 확률이 높으며 경부암으로 발전될 가능성이 있어 시술이나 수술이 필요)

->CIN3(고위험군에 감염되었을 확률이 높으며 경부암으로 발전될 가능성이 있어 시술이나 수술이 필요)

->CIN4(자궁경부암 0단계)


무서운 생각이 든다.

다시 산부인과에 가서 기본 검진, 자궁경부암 검사와 초음파 검진을 받았다.

다행히 이제는 세포 변화도 없고 모든 것이 깨끗하고 건강하고 정상이다.

다만 자궁경부암 백신은 맞아도 항체가 생겼는지 확인할 길이 없다. 모호하면 다시 맞는 수밖에 없다.


모든 것이 정상인 상태에서 백신을 맞으면 앞으로의 감염을 방지하고 바이러스를 보유하고 있을지라도 증상을 약하게 만들 수 있다.


나쁜 놈이 숨었는지 죽었는지 살았는지 어떤 놈인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백신을 다시 맞기로 했다.


시중에 나온 자궁경부암 백신 중에 가장 많은 범위의 HPV 바이러스를 예방하는 백신은 가다실 9가이다.


2달, 4달 간격으로 총 3회를 맞아야 하는데, 내가 다니는 병원은 1회 당 23만 원이다. 3회면 69만 원이다. 운전면허를 따고 말지, 비싸도 너무 비싸다.

그래도 암에 걸리면 더 비싸고 아프다.


가다실 9가는 병원마다 가격이 조금씩 달라서 최저가를 검색해볼 수 있다고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홈페이지에서 백신 최저금액을 검색할 수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비급여 진료비 정보-기관별 현황 정보-예방접종료-가다실 9 프리필드 시린지


가장 저렴한 보라매병원은 백신이 모두 떨어졌고, 재입고도 언제 될지 모른다 했다. 목록에서 그나마 가장 가기 편한 병원에 전화를 걸어 당일 예약을 하고 진료비 3만 원을 포함해 18만 원 정도에 1회 차 접종을 했다.


(내가 체험한) 가다실 9 부작용

근육주사라 아픈 주사란다. 아픔을 잘 견디는 편이라 참을만했다.


열이나 오한이 있을 수 있으며, 과격한 운동, 술, 목욕 등을 금해야 한다고 간호사 분이 말한다.


접종 후 20분 간 병원에 앉아있다 가라고 한다. 코로나 백신으로 유명해진 아나필락시스 현상이 있을 수 있어서란다.


나는 백신이나 예방접종을 맞고 아픈 적이 없다. 이번에도 그럴 거라 생각했다. 그래도 아나필락시스는 무서우니까 20분 앉았다가 집으로 향했다.


증상은 다음날부터 시작되었는데,

주사를 맞은 팔이 뻐근하거나 간지럽고,

때때로 기절할 것 같이 어질어질하고,

토할 것 같이 울렁거리고 메스꺼웠다.


특히 오심이 가장 심했는데, 소화제를 먹고 겨우 잠들 정도로 구역질이 나왔다.


접종한 왼쪽 팔에 작은 사마귀들이 다닥다닥 돋았다. 간지러웠지만 긁거나 터트리면 옮아갈 것 같아서 아시클로버를 발랐다. 이내 가라앉았지만 아직 자국이 남아있다.


할머니가 떠올랐다. 작년에 췌장암으로 돌아가신 할머니 몸에는 유난히 사마귀가 많았다.


오늘 저녁에도 소화가 잘 되는 죽을 먹어야 했다.

백신 맞고 이렇게 아파본 적은 처음이다.


의사 선생님과 대화를 나눈 후 알게 된 정보들을 몇 가지 더 적어보자면,


코로나 백신과는 적어도 2주 텀을 주고 맞아야 한다.

부작용을 겪어보니 적어도 한 달은 지나고 맞는 게 좋을 것 같다. 수많은 바이러스를 혼자 감당할 몸이 너무 불쌍하다.


서양의 일부 국가는 9-13세의 나이에 HPV(자궁경부암) 백신을 의무적으로 맞도록 하고 있다.


자궁경부암 백신은 남성도 꼭 맞아야 한다.

HPV 바이러스는 남성에게 곤지름과 같은 성기 사마귀나 항문암 등을 유발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도 자신이 사랑하는 여성에게 자궁경부암을 안겨줄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여성에게 항체가 있어도 100%는 아니기 때문에 바이러스를 보유한 남성과 지속적인 교류가 있을 경우 감염이 될 수 있고, 핑퐁 감염으로 성관계 시마다 서로에게 지속적으로 옮길 수 있다.


콘돔은 HPV 바이러스 예방에는 도움이 안 된다.

콘돔을 써도 바이러스이기 때문에 침을 포함해 체액이 접촉하는 순간 감염될 수 있다.


고위험군으로부터 서로를 지키는 방법은 백신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이미 감염된 경우에도 40대까지는 백신을 맞을 것을 권장한다.

바이러스가 사라진 상태에서 백신을 맞으면 앞으로의 지속적인 감염을 방지하고 증상을 약하게 만들 수 있다.




내가 다니던 고등학교 생물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1일 선생님 되기 프로젝트를 한 적이 있다. 나는 성교육 선생님을 자청했다. 파격적인 성교육으로 반향을 일으키던 구성애 아주머니가 유행하던 때라 나는 조사를 열심히 해서 신나고 재미있게 수업을 했다.

학기가 마치고 성적표에 그 선생님이 적어준 글귀는,

‘자신의 성경험을 바탕으로 …’ 어쩌고 이 따위로 적었다. 나를 문란한 학생으로 생각한 것 같다. 당시 경험이 전무했던 나는 썩 유쾌하지 않았다.


 이상 학교와 사회에서 ‘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문란한 사람이라는 프레임이 사라지면 좋겠다. (음담패설 제외)


그러면 성병에 걸려 자책하거나 가해자를 원망하는 무지 희생자가 줄어들  있다.


내게 경각심을 준 귀여운 수강생 분에게 감사하다.

틈틈이 생각날 때마다 그분의 쾌유를 빌고 있다.

내 글을 읽는 분들이 막을 수 있는 병들로부터 스스로를 지켜서 건강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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