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미국의 서부를 보여줄게 2탄

상냥한 뉴욕꼬질이의 꽤 주관적인 미서부 여행기 시애틀 둘째 날

by 뉴욕꼬질이들


인트로.


첫 번째 올렸던 나의 서부 여행기가 예상보다 조회수가 훨씬 많이 나와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얼마나 여행을 좋아하는지 새삼 다시 깨달았어.

정처 없이 써내려 간 글을 재미있게 읽어준 너에게 고맙기도 하고, 더 정성껏 내 후기를 들려줘야겠단 생각도 들었어.


sticker sticker

- 고마와.



이미 네가 눈치를 채고도 남았겠지만,


난 여행을 엄청 좋아해.


여태껏 가본 곳들을 큼직하게(?) 말하자면, 국내에서는 서울-경기도-전라도-경상도-충청도-제주도-강원도를 가봤고(다 간 건가?;;), 외국은 미국-호주-홍콩-스위스-오스트리아-프랑스-이탈리아-체코를 가봤어. 모든 동네를 샅샅이 뒤지고 다닌 건 아니지만 난 그만큼 새로운 곳에 가는 걸 좋아해.


여행을 다니기 시작한 초반에는 모두에게 알려진 유명한 명소들을 다 둘러봐야 직성이 풀렸다.

근데 이탈리아 여행을 다니면서 조금 생각이 바뀌었어. 내가 역알못(역사를 알지 못하는 사람)이라 그런지, 그 유명한 콜로세움은 그냥 무너져가는 돌무데기같이 보였고, 정치가들이 정치에 대한 토론을 하던 신전이란 곳은 말 그대로 돌무덤이었어. 물론 돌아다니다 우연히 손을 짚는 곳마다 엄청난 역사를 품고 있단 것과, 땅만 파면 옛날 것들이 막 나와서 함부로 공사도 못한다는, 말 그대로 도시 전체가 유적지인 이탈리아는 아무리 역알못인 나에게도 온몸에 전율이 올만큼 아름다웠어.


하지만 이태리에서 오히려 내 기억에 더 값지게 남은 것은 각설탕을 두 개나 넣고 이 것이 커피인지 설탕인지 알 수 없게 만들어 마셨던 맛있는 에스프레소, 일 년에 한 번 뿐인 불꽃놀이가 베니스의 밤하늘을 밝히며 빵빵 터지는 사이에 숙소를 예약한 종이를 잃어버려 엄청난 인파를 헤집고 숙소를 찾아 정신없이 헤매던 기억 같은 것들이었어.


이번 미국 여행은 미국에서 나름 너무 고생하며 살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쉬엄쉬엄 다니고 싶었다. 낯선 곳, 낯선 사람들 사이에서 낯선 메뉴를 시켜놓고 그 낯섦을 한껏 즐기는 것. 그 정도가 내 이번 여행의 목표였거든. 근데 나와 이번 여행을 함께 한 친한 언니는 여행의 목표가 나와는 조금 다른 듯했어. 언니는 파이팅이 넘쳤고, 모든 유명한 곳을 둘러보는 것을 좋아했지.


결론적으로 언니 덕분에 많은 구경을 잘하고 다녔어.


가끔 목적지 없이 돌아다니며 쉬고 싶을 때도 있고, 느긋이 카페나 바에서 여유를 즐기고 싶기도 했지만, 인생에서 두 번 다시 가기 힘든 곳이라면 하드코어 여행을 하는 것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해. 언니도 더 돌아다니고 싶었는데 나 때문에 많이 참았을 수도 있으니까 고맙기도 하고.


여행은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 쉬어가는 의미도 있지만, 그 여행을 누군가와 함께 한다면 서로의 의견을 나누고 조율하는 과정에서 상대방에 대해 더 잘 알아가고, 그 관계가 더 깊어질 수도, 얕아지는 계기가 될 수도 있는 것 같아. 서로의 여행하는 스타일이 달라 이해가 안 되고 답답할 수도 있었는데, 마지막까지 둘이 하는 여행을 잘 마치고 무사히 돌아와 준 우리에게 고마울 뿐이야.


여행을 다니다 보면 인생이 더 깊게 들여다 보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아무튼 우리의 여정은 누가 봐도 관광객의 체크체크 명소 + 나만의 지극히 주관적이고 감명 깊었던 장소나 분위기 등을 중점으로 말한단 것을 알아줬으면 해.



잠 못 이룰 만큼 아름다운 시애틀에서의 둘째 날 일정 요약.


숙소(시티 호스텔) 출발 -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 - 스타벅스 1호점 - Avar's Restaurant(Seafood) - 아쿠아리움 -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 - 숙소 컴백


(가능한) 이동수단.



우린 주로 우버를 이용하긴 했지만,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으로 가는 길 곳곳에 다소 자유로운 모습으로 놓여있던 자전거가 눈에 뜨였어.

알고 보니 시애틀 어디에서나 이용할 수 있는 공유 자전거들이었어. 라임 바이크(limebike)라는 앱을 통해 자전거 위치 파악 및 대여가 가능한데 자전거에 있는 바코드를 내 핸드폰의 앱으로 스캔하면 돼. 반납도 마찬가지. 아침에 간단히 자전거로 시애틀을 둘러보며 운동하고 싶은 사람도 대여와 반납이 자유로우니 편리해.

그런데 요즘 자전거 도난 및 파손의 문제가 많아서 라임 바이크 회사 측에서 앞으로 일반 자전거를 차차 없애고 전기 자전거로 모두 전환하겠다고 하네. 일반 자전거는 1달러 사용료에 1분당 5 센트라 저렴한 이용이 가능했는데, 전기자전거로 바뀌면 사용료는 똑같이 1불이지만 가격은 1분당 15 센트라 다소 비싸진다고 하니 참고하도록 :)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후편에서 좀 더 자세히 보여줄게!)



드디어 도착한 마켓. 숙소에서는 한 10분-15분 정도의 거리에 있었던 것 같아. 우리는 반드시 가야 할 곳이 있었기에 천천히 둘러보기 전에 곧장 그곳으로 향했어.


그곳은 바로...


그 이름도 유명한 스타벅스 1호점.


재미있는 사실은 함께 한 언니도 나도 커피를 잘 안 마시고 커피에 대해 1도 모르는 사람들이라는 것(...) 그래도 뭐 전 세계의 구석구석에 자리 잡은 커피전문점은 뭔가 이유가 있겠지? 좋은 정기를 받자며 맘 편히 보러 갔어.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 입구에서 오른쪽으로 꺾어서 쭈-욱 들어가다 보면, 누가 봐도 '여기는 스타벅스 1호 점이다!!!' 온몸으로 외치고 있는 곳이 보여.


딱히 간판을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어.


스타벅스 내부에는 음악이 안 나와. 대신 앞에서 육성 노래 및 하모니카도 모자라 기타까지 트리플 콤보로 치는 할아버지가 멋들어진 연주를 하시지.


시애틀은 물이 맑아서 커피와 맥주가 맛있대.



(좌) 스타벅스 1호점 컵에 적힌 내 이름 (우) 서부에서 많이 사마신 로컬들이 마시는 물 Arrowhead... 번역하면 화살머리, 응?


커피는 직원 추천, 맛집은 택시기사님들 추천


직원이 시애틀 스타벅스 1호점에만 있다는 메뉴 flat white를 추천해줬어.

카페라테 같은 맛이었는데 뭔가 더 깊고, 부드럽고, 맑은 물 맛(?)이 좀 났다는 느낌이야. 근데 그렇다고 믿고 먹어서 그럴 수도 있지만 그럼 또 뭐 어때, 그치?


앞치마가 100불이라니. 우린 아무것도 사지 않았다...

직원들은 매우 활기찼고, 뭔가 1호점의 직원들이라는 자부심이 느껴져서 좋았어. 그냥 무표정으로 커피를 내리며 기계처럼 일을 하는 것보다는 엄청 바쁜데 그걸 즐기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어.


나는 궁금한 걸 못 참아서 웬만한 건 물어봐야 직성이 풀린다.

손님들이 하도 많으니 줄을 서서 입장을 해야 하는데, 매장 입구에서 줄을 세우던 직원에게 큰 맘먹고 물어봤어.


"너네 가게가 사람을 뽑는 기준은 다른 지점이랑 좀 다르니?"


너무 바쁘니까 월급을 더 많이 준다던가 뭐 그런 게 있나 싶어서 물어본 건데, 직원에게 돌아온 답변은


"음. 딱히 다른 점은 없고 우린 성격을 많이 봐."


라는 대답을 들을 수 있었어. 더 바쁘고 잘 나가는 가게여도 딱히 차별을 두진 않는가봉가?? 그럼 왜 굳이 바쁜 데다 지원을 해서 일을 하지????


스벅 1호점 출신의 자부심을 얻을 수 있는 건가. 단 한 번의 질의응답을 통해 나만의 세계에 빠져 한동안 허우적거렸다.


여기서 아마 모든 이에게 가장 인상 깊었던 건, 그들이 이 곳을 찾았던 이유 중에 하나일, 바로 이 문구였을 거야.

이 곳은 내 꿈을 시작한 곳이야. 나의 꿈은 존경과 품위라는 가치를 조성하는 회사를 세우는 것, 커피 한 잔을 두고 우리가 모두 함께 모일 수 있는 곳을 만드는 것이었지.


뭔가 멋지지 않아? 왠지 나도 멋진 사업가가 될 수 있을 것만 같은 열정 같은 것이 갑자기 심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단다.


이제 커피를 마셨으니 배를 채워야지.



밥집.


다시 한번, 커피는 직원 추천, 맛집은 택시기사님들 추천!


"Do you have any recommending restaurants in here?"(두유햅 애니 뤠커멘딩 뤠스토란츠 인 히얼?)


맛있는 것 먹을 때가 행복하고 먹는 것을 삶에서 빼놓기 힘든 내게 이 질문은 내가 택시에 탈 때마다 했던 것 같아. 보통 먹을 것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신이 나서 줄줄줄 말해주시는데, 현지 추천 레스토랑은 만국 공통 택시기사님인가 싶을 정도야. 그분이 신뢰가 안 가면 구글 맵을 검색 해봐도 좋지만 웬만하면 모두 성공적이었으니 한 번 써먹어보는 것도 좋을 거야.


아무튼 우리가 추천받은 곳은 Ivar's restaurant이라는 해산물 음식점. 우린 피쉬&칩스와 쉬림프 요리를 시켜먹었는데, 새우 요리는 나에게 좀 달긴 했지만 괜찮았어. 분위기도 좋고,


무엇보다 맥주 맛이 끝내줬지.


나중에 물 맑은 바닷가 근처에 살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예전의 배를 개조한 듯한 레스토랑의 분위기.



아웃트로.


프로먹성러인 나는 먹을 것을 마지막으로 글을 마무리하는 것을 지향하려 해.

사실 너무 오래 쓰고 있자니 지구력이 딸린다 얘.

고작 첫날인데 뭐 이렇게 사진이 많은지.

그래도 한 번 말해줄 때 제대로 알려주기 위해 앞으로도 심사숙고해서 알짜 정보들을 선별하려고 노력해볼게.


그럼 오늘 하루도 힘내서 열심히 일하구, 우리 시애틀로 떠나자!!!

(갑자기 분위기 시애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