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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수빈 May 16. 2024

멋진 발표의 시작은 스크립트 작성입니다.

#스크립트 작성 요령 #익숙해질 때까지 #나만의 발표 언어

정해진 시간과 공간에 모인 사람들이 오늘 어떤 것을 보게 될까 기대합니다. 이윽고 차례가 되어 주인공이 등장합니다. 그리고 무대가 시작됩니다.


연극, 콘서트와 같은 공연과 발표는 다를 게 없습니다. 발표자가 되어 직접 선보인다는 것은 배우나 보컬리스트가 되어 무대에 오르는 것과 같습니다. 긴장되고 떨리는 일이지만 실은 설레고 흥분되는 일이에요. 


모두의 시선을 한몸에 받으며 준비한 것을 멋지게 펼쳐 보이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자신감이 우러나오기 위한 탄탄한 준비가 필요합니다. 공연에는 대본과 시나리오가 있듯이 우리도 발표를 위해 스크립트를 작성해 봅니다. 잘 짜인 스크립트는 가장 든든한 무기이자 지원군입니다. 


스크립트는 '발표 시간보다 짧게' 작성합니다.


스크립트의 분량은 어느 정도가 적절할까요? 주어진 발표 시간보다 짧게 하는 게 여러모로 좋습니다. 발표 시간이 15분이면 12분, 20분이면 15분, 30분이면 20분가량이 좋습니다. 현장에서 진행하다 보면 준비했던 것보다 길어지면 길어졌지 줄어들지는 않습니다.


스크립트 작성 훈련으로 '나만의 발표 언어'를 만드세요.


글자 수 제한이 있는 글쓰기를 할 때는 처음부터 그 안에 맞추려고 하지 않아도 됩니다. 쓰고 싶은 만큼 길게 쓰세요. 편집은 그다음에 합니다. 슬라이드 내용에 맞춰 스크립트 작성을 시작하는데, 전혀 내용을 모르는 사람이 그대로 읽어도 전달이 될 정도로 완벽한 대본처럼 작성합니다. 처음에는 번거롭더라도 이렇게 훈련이 되면 나중에는 슬라이드를 보고 바로 말이 나오게 됩니다. 나만의 발표 언어가 정리될 때까지는 이렇게 꼼꼼하게 스크립트를 작성하는 훈련을 하시면 좋습니다.


모든 내용을 다 넣어 충분히 작성한 후에 시간에 맞게 편집합니다. 


슬라이드에 있는 내용을 모두 언급하면서 추가적인 설명까지 더하면 꽤 길어졌을 거예요. 그러면 지금부터 편집을 하면서 줄입니다. 이때 단계별로 저장을 해두는 게 좋아요. 20분 발표라면 15분 분량이 최종 목표인데 아마 초기 버전은 30분이 훨씬 넘을 거예요. 편집하면서 25분 버전, 20분 버전, 15분 버전으로 중간 저장을 해두면 나중에 다시 고치고 싶을 때 훨씬 좋습니다. 스크립트를 발표하듯이 직접 읽으면서 시간을 체크합니다. 


스크립트는 처음부터 '글인 아닌 말로' 작성합니다. 


스톱워치 대신 녹음하면서 시간을 확인하세요. 아마 놀라실 거예요. 인사하고 목차 소개하고 회사 소개하다 보면 벌써 5분 이상 훌쩍 지났다는 사실에 말이죠. 글로 쓴 스크립트는 문어체라서 그대로 읽으면 어색할 거예요. 처음부터 입으로 말하면서 자연스러운 문장으로 작성하는 게 좋습니다. 녹음하신 파일은 나중에 목소리 톤을 모니터링할 때도 유용합니다. 


다시 시간 얘기로 돌아와서 그래도 짧게 작성하는 게 마땅치 않으면 발표 시간 20분에 맞춰서 작성하세요. 그리고 만약의 경우 생략해도 되는 5분 정도는 다른 색상으로 표시를 해두세요. 실제 발표하시면서 필요한 경우 분량 조절을 할 수 있는 여유가 생깁니다.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이런저런 말들을 덧붙이면 내용이 길어집니다. 


현장에 가면 왜 준비했던 것보다 발표가 길어질까요? 다른 팀의 앞선 발표에서 나에게 없는 내용이나 표현이 좋게 들립니다. 그래서 덩달아 갖다 붙이는데 이건 좋은 생각이 아니에요. 나에게는 나만의 스토리가 있는데 거기에 다른 내용이 아무리 좋다 한들 덧붙여봐야 논리만 흔들리고 장황해집니다. 덧댄 내용 때문에 다시 원래 흐름으로 돌아오려면 또 덧붙여야 하고 즉석에서 그런 편집이 자연스럽고 유연할 수 있다면 이미 당신은 발표의 베테랑입니다. 


청중들의 반응이 심드렁해서 뭔가 더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사람들의 반응이 신통치 않으면 점점 불안해지면서 준비한 것만으로는 부족하니 뭔가를 더 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다 보니 갑자기 엉뚱한 내용을 추가하는데 그래도 표정은 그대로입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관객들은 무표정입니다. 방송에서 가끔 객석을 비출 때 클로즈업되는 사람들의 주변을 보세요. 빅팬으로 보이는 몇몇을 제외하고는 모두 뚱한 얼굴입니다. 시간을 내어 그곳까지 왔으면 그래도 내용에 관심이 있는 건데 말이죠. 의식하지 않은 표정은 대부분 그래요. 특별히 마음에 들지 않아 그런 게 아니니 청중의 반응에 흔들리지 마시고 여러분의 갈 길을 꿋꿋하게 가세요. 


발표 현장에서는 다양한 변수와 오류를 감안해야 합니다. 


마이크나 노트북, 프로젝터와 같은 장비 상의 문제가 발생하면 수습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발표자가 긴장해서 틀리다 보니 그 말을 계속 반복하면서 진도를 못 나가기도 해요. 핵심 내용은 결론 부분에 있는데 어느덧 주어진 시간이 다 흘러가서 정작 중요한 부분은 설명하지도 못한 채 건너뛰면서 급하게 마무리하게 되기도 합니다.


발표 시간 자체가 줄어드는 경우도 있습니다. 


앞에서 발표하는 팀들이 계속 길게 하다 보니 전체 발표에 할당된 시간 안에 마무리하기 위해서 뒤에 있는 팀에게는 주어지는 시간이 줄어들기도 합니다. 불공정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가능한 일이에요. 이런 경우에도 잘 대처하는 능력이 있으면 좋겠지요. 사기업에서는 주로 실무자들로 편성된 심사위원들이 진행하다가 갑자기 사장님이나 회장님이 등장하는 때가 있어요. 그분들의 등장만으로도 긴장감이 더해지는데 참을성도 없고 시간도 없는 그분들은 어려운 요구를 하기도 합니다. "거 앞에 회사 소개, 시장조사 그런 거 됐고, 그래서 어떻게 할지 그것부터 말해보게나." 이럴 때는 차례대로 들으셔야 스토리가 연결된다고 설득하기보다는 바로 핵심 전략으로 넘어가는 게 좋습니다. 전체 스크립트를 길이에 따라 전략적으로 준비했다면 이럴 때 큰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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