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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수빈 May 30. 2024

발표를 부드럽게 한 잔에 담는 방법

#하나의 스토리로 완성되도록 내용을 연결합니다.

1) 핵심 내용은 그대로 두고 불필요한 표현은 걷어냅니다.

2) 발표가 하나의 스토리로 완성되도록 연결합니다. 

3) 청중이 이해하기 쉽도록 친절한 표현을 씁니다.




지난 시간에는 불필요한 표현을 걷어내고 핵심만 남겨서 에스프레소의 진한 향기만 추출했습니다. 오늘은 그 내용들을 부드럽게 연결하는 표현을 알아볼게요.


TED나 세바시는 편안하게 하나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들려주며 메시지를 전하는 강연입니다. (그래도 내용을 듣다 보면 기승전결의 구조가 있어요.) 비즈니스용 발표는 목적에 따라 일반적인 구조가 거의 정해져 있거나 RFP에 정해진 대로 따릅니다. 그러다 보니 내용에 구획이 있어 분명 한 몸인데 영역마다 끊기는 면이 있습니다. 눈으로 보는 제안서는 이렇게 된 구성이 빠르게 흡수하기 좋습니다만 '말'로 전할 때에는 물 흐르듯이 전개하는 게 좋아요. 하나의 재미있는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저절로 빠져들 수 있거든요. 


비즈니스 발표라는 목적에 부합하면서도 전체를 스토리로 만들어 하나의 메시지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경계를 연결하면 됩니다. 


항목별로 끊기지 않도록 연결하면 청중이 내용에 집중하고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4번을 마치고 5번으로 넘어갑니다. 어떻게 연결하면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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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전략

5. 자금 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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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전략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다음은 자금 유치 방법입니다."


이렇게 해도 무난하고 깔끔합니다. 그런데 중간에 흐름을 끊지 않고 이어주면 듣는 사람의 집중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이렇게 새로운 전략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예산이 필요한데요, 이를 위해 마련한 자금 확보 계획입니다."


다음 항목으로 넘어갈 때 설명을 덧붙여주는 것도 좋습니다.


"이번에는 여타 업체들과는 다른 저희 회사 만의 경쟁력입니다."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정말 많은 고민 끝에 도출한 전략, 보시겠습니다."

"OOO컴퍼니가 남다르게 확보한 마케팅 채널을 소개합니다."


지금부터는 슬라이드의 내용을 어떻게 전달하면 좋을지 볼게요. 


슬라이드 안에는 텍스트를 많이 넣지 않는 게 좋다고 프레젠테이션 책에서 자주 말합니다. 특히 외국 서적에서 더 그런 편이에요. 스티브 잡스가 하던 애플의 신제품 발표처럼 시각적인 표현을 쓰면 좋은데 막상 현실에서는 그러기가 쉽지 않아요. 모든 발표가 신제품 소개의 콘셉트를 따를 수는 없으니까요. 텍스트 위주로 슬라이드를 그대로 읽는 발표자들이 많습니다. 목차 소개 때 말씀드렸듯이 한국어는 청중도 읽을 줄 압니다. 좋은 목소리로 매끄럽게 읽으면 그나마 다행인데 그게 또 그렇지가 않아요. (이 부분은 보이스 코칭 때 더 다룰게요.) 


청중의 눈이 슬라이드를 향하는 동안, 귀에는 새로운 정보를 들려주세요,


다음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올해 2월에 발표한 <2024년 주요 정책 추진계획>의 홍보 자료의 일부입니다. 세 개의 박스 중에서 가장 왼쪽을 한 장의 슬라이드라 가정하고 발표해 봅니다. 


2024년 주요 정책 추진계획 / 문화체육관광부


인공지능, 디지털 기술에 선제적 대응을 하겠습니다.

생성형 AI 관련 저작권 제도를 개선하겠습니다.

AI 기반 콘텐츠를 제작 및 기술 개발하겠습니다.

아트코리아랩을 통한 예술과 기술을 융합하겠습니다.


많은 분들이 슬라이드의 내용을 그대로 읽습니다. 발표자가 읽는 속도보다 청중이 눈으로 읽는 속도가 훨씬 빨라요. 지루해질 수 있는 상황입니다. 


발표는 글이 아니라 말로 한다는 걸 기억하세요. 슬라이드의 문어체를 구어체로 바꿔서 부드럽게 표현하면 한결 나아집니다. 발표자가 내용을 잘 알고 있다는 인상도 줄 수도 있어요. 


인공지능과 디지털 기술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습니다.

먼저, 생성형 AI와 관련한 저작권 제도를 개선하겠습니다.

더불어 AI 기반 콘텐츠를 제작하고 관련 기술을 개발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예술과 기술을 융합하는데 아트코리아랩을 활용하겠습니다.


이렇게 부드럽게 표현하는 요령이 생기면 준비 시간이 없을 때 스크립트를 굳이 만들지 않아도 슬라이드만 보면서 충분히 연습할 수 있어요. 


이번에는 슬라이드에 없는 내용을 덧붙입니다. 


AI 시대의 주도권 경쟁이 가속화되고 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만큼 인공지능, 디지털 기술에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지난해 12월 생성형 AI-저작권 안내서를 발표했는데요, 이어서 AI 학습 저작물 이용 시 보상체계 방식이나, AI 산출물 보호 등 제도 개선 방향을 모색하겠습니다.


그리고 생성형 AI를 기반으로 한 콘텐츠 제작 선도형 기술 개발에 377억 원, AI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휴먼 리소스 제작, 이종산업과의 콜라보에 92억 원을 지원하겠습니다.


더불어 아트코리아랩에서 지원하는 특화 프로그램을 통해 기술 융합과 창작 실험 등 예술 현장의 새로운 수요에 대응하겠습니다.


* (참고) 2024년 주요 정책 추진계획 - 문화로 행복한 사회, K-컬처가 이끄는 글로벌 문화강국 -(2024.2)


슬라이드만 읽었을 때보다 내용이 길어졌습니다. 그러나 어떤 선제적 대응을 할 것인가에 대한 세부적인 정보는 청중이 정책의 방향성을 이해하는데 필요합니다. 문장마다 불필요한 표현에 썼던 3초를 모아서 확보한 여유 시간을 이럴 때 쓰면 훨씬 효율적이에요.




발표에는 정답이 없습니다. 깔끔하게 슬라이드 대로 읽는 게 나을 수도 있고, 슬라이드 내용조차도 핵심만 짚고 빠르게 넘어가야 윗사람들이 좋아하기도 하고, 모든 청중이 다 같은 생각이나 취향을 가진 건 아닐 수도 있어요. 저마다의 목적과 청중이 다르기 때문에 모든 상황에 적합한 마스터키는 없습니다. 다만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보는 건 재미있는 일이에요. 그러면서 자신만의 발표 스타일이 만들어지거든요. 새로운 기준을 통해 다른 사람들의 발표를 보면서 다른 각도에서 평가하고 배우고, 자신을 모니터링하면서 개선할 수 있는 방법, 다음 시간에도 이어갈게요.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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