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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수빈 Jun 28. 2024

내국인을 위한 한국어 발음 교정에 앞서

#모국어 발음에 대한 우리의 마음 먼저 교정해요

"선생님! 저 정말 신기한 경험을 했어요!"

"뭘까요." 

"어제 치과에 전화해서 예약하는데, 제 이름이랑 전화번호를 그쪽에서 한 번에 알아들었어요!


윗니와 아랫니를 꽉 깨문 채 턱을 거의 내리지 않고 말하는 습관을 가졌던 한 학생이 있었어요. 그렇다면 혀와 입천장 사이 공간이 거의 없을 텐데 조음 기관 입장에서는 운신의 폭이 거의 없는 이토록 열악한 환경에서 그래도 한국말이라는 건 알아들을 만큼의 대화가 가능한 게 신기한 정도였죠. 자신도 답답하고 주변 사람들도 다들 못 알아듣겠다는 성화에 보이스 트레이닝을 의뢰한 적이 있어요. 네 번째 만나는 수업에서 화사해진 얼굴로 저와 나눈 대화였습니다. 대면해서 말할 때는 입술 모양도 함께 읽으면 되니까 대충 무슨 말인지 알아듣는데 오로지 목소리에만 의존해야 하는 전화 통화에서는 이름이나 전화번호를 상대방이 한 번에 알아들은 게 처음이라더군요. 늘 몇 번을 되물어오는 게 다반사라 오히려 그 불편함에 익숙해져 있던 상태였습니다. 


이 친구와 7회의 수업을 진행했는데 마칠 때에는 이전보다 많이 좋아졌지만 이후로 계속 유지를 하고 있는지 아니면 예전의 습관대로 돌아갔는지는 모르겠어요. 상대방이 내 말을 한 번에 알아듣는 신기한 경험이 강력한 동기가 되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오늘부터는 보이스 트레이닝에 들어갑니다. 스피치 강의를 듣는 분들이 가장 흥미로워하는 부분이기도 해요. 고치고 싶었지만 그동안 방법을 몰라서 아쉬웠던 부분들이 해결되기도 하고, 방송하는 사람 같다는 칭찬도 듣게 되면서 효과를 체감할 수 있는 부분이거든요. 


사투리 억양을 고치고, 호흡을 잡고, 목소리 톤 자체를 대대적으로 교정하는 건 몇 개월이 걸리는 긴 프로젝트지만 대체로는 몇 가지 간단한 교정만으로도 발음이 산뜻해지고 전달력이 좋아지는 마법을 여러분께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발음 / 발성 / 호흡


스피치 관련 책이나 학원 수업에서는 크게 보이스 트레이닝 파트를 이렇게 세 가지로 나눕니다. 호흡을 먼저 잡아주는 게 좋지만 이 부분은 글로 풀기에는 좀 어렵고 대면해야 가능한 영역이기에 이번 시리즈에서는 나중에 간단하게 다루기로 하고 다른 부분부터 시작할게요. 스피치를 자동차 주행과 비유하자면 호흡은 연료와 같습니다. 연료를 공급하기 전에 자동차에 탑재된 여러 기능 가운데 꼭 필요한 몇 가지를 조작하는 방법을 먼저 알아보도록 해요.


먼저 발음입니다.


우리나라는 외국어 발음에 대해서 상당히 높은 기준을 갖고 있습니다. 누군가가 외국어를 구사하는데 발음이 유려하지 않으면 일단 놀리고 보죠. 외국어 실력 자체와 비례해서 여기는 경향도 있습니다. 영어 교육, 영어 학습의 현실을 다룬 다큐멘터리에서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의 스피치를 다룬 적이 있어요. 구수한 발음의 영상을 보던 내국인들, 즉 우리나라 사람들은 좋은 평가를 내리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영어를 메인으로 사용하는 외국인들에게 해당 영상을 보여주니 고급 문법을 사용하고 세련된 표현을 사용한다면서 높은 점수를 주더군요. 재미있는 사실은 반 총장에게 박한 점수를 준 내국인들에게 혹시 내용을 알아들었는지 물었더니 대다수가 멋쩍어하면서 답을 흐렸습니다. 이렇게 우리는 발음에 민감하고 비중을 많이 두는데, 정작 우리말 발음에 대해서는 안타깝게도 너무도 관대합니다.


그렇게 된 이유는 대강 발음해도 소통이 되기 때문입니다. 무슨 단어를 말하려는지 다 알기 때문에 크게 괘념치 않습니다. 그런데 친한 사이, 개인적인 사이에서는 이런 부분들이 크게 문제 되지 않지만 비즈니스나 공식적인 상황으로 가면 영향을 미칩니다. 애써서 준비한 발표의 내용을 기왕이면 깔끔하고 정확한 발음에 얹어서 전하면 좋겠어요.


우리가 한국어능력시험을 보거나 방송국에 입사할 것도 아니고 "없다"를 "읍:따", "전화"를 "즌:화"로 발음할 필요까지는 없습니다. 전라도 "광주"와 경기도 "광주"를 다르게 발음하는 것까지는 안 해도 돼요. 

* 사전의 발음기호는 "없:따"와 "전:화"인데 장음을 부각해서 길게 내면 저렇게 들려요. 


여기까지 읽으신 분들, 그래서 어떤 발음을 어떻게 하라는 건데?


오늘은 배경 설명을 하느라 벌써 여기까지 왔네요.  


발표를 위한 발음에서는 다음의 세 가지만 기억합니다.


1. 이중모음이 얼마나 섹시한지

2. 받침 발음, 그렇게 뭉개면 서러워

3. 'ㅎ'의 강력한 존재감


학생, 수강생 입장에서는 수업을 일찍 끝내는 게 좋을 때가 많지요. 기회비용과 본전을 생각하는 모범생도 있지만 대다수는 그렇죠. 그런데 가끔은 선생님이나 강사도 수업을 일찍 끝내고 싶을 때가 있네요. 오늘이 그런 날입니다. 시원한 바람 얼굴에 스치는 노천에서 생맥주 한잔 하고 싶은 금요일 밤이라 그런가 봐요.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깔끔한 발음을 위한 본격적인 레슨은 다음 시간에 강도 높게 하도록 할게요. 오늘 숙제는, 없습니다. 다음 시간에 편하게 오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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