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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수빈 Jul 15. 2024

받침은 소중하니까요

# 받침 발음을 살려주세요.

1. 이중모음이 얼마나 섹시한지

2. 받침 발음, 그렇게 뭉개면 서러워

3. 'ㅎ'의 강력한 존재감




간단한 교정만으로도 발음이 산뜻해지는 세 가지 팁 가운데 오늘은 두 번째 방법을 소개합니다. 바로 받침 발음입니다. 늘 쓰고 있는 우리말이지만 때로 외국인 입장에서 보면 배우기에 발음이 참 어렵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유럽 언어는 정해진 규칙만 잘 익히면 발음이 어렵지 않은데 우리말은 평생을 쓰는 모국어인데도 사전을 찾아서 확인해 볼 때가 있어요. 그래서인지 우리나라 사람들도 발음이 틀리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아니, 어쩌면 틀리지 않고 하는 경우가 없을지도 모릅니다. 까다로운 연음 법칙 때문에 헷갈릴 때도 있지만 너무 쉬워서 대충 발음하다 보니 틀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틀리는 데서 그치면 소통하는 데는 문제가 없으나 어른스러움과 전문성이 결여될 수 있기에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주의하면 좋은 몇 가지 예를 들어봅니다. 


"나 감기 걸렸어."

"외국어를 배울 때는 문법이 중요해요."

"올해 봄에 국회의원 선거가 있었어."

"한국 사람들은 얼큰한 걸 좋아해요."

"한강 가서 라면 먹을까?"


자, 위의 문장을 읽으면서 녹음을 해보세요. 그리고 다음과 같이 발음하지 않았는지 확인해 보세요.


"나 강기 걸렸어."

"외국어를 배울 때는 뭄법이 중요해요."

"올해 봄에 국회의원 성거가 있었어."

"항국 사람들은 얼큰한 걸 좋아해요."

"항강 가서 라면 먹을까?"


이렇게 발음했을 확률 99.99%로 봅니다. :D 그야말로 "강기"걸린 목소리로 앙앙거리면서 발음을 하게 되는데 왜 그런 걸까요. 종성 자리, 즉 받침 자리에 <ㄴ, ㅁ, ㅇ> 이 올 때 주로 이런 현상이 나타납니다. 세 가지 자음 중에 아무 거나 편하게 발음하게 돼요. 그러다 보니 앙앙거리게 됩니다. 재밌고 간단한 실험을 해볼게요. 


1. 콧대의 한쪽에 손끝을 대고 "기역 디귿 시옷"이라고 발음해 보세요. 

2. 아무 일이 없죠? 

3. 손가락을 그대로 유지한 채 

4. 이번에는 "니은 미음 이응"이라고 발음해 보세요.


손가락에 진동이 느껴지시나요? 신기하죠? <ㄴ, ㅁ, ㅇ> 은 코를 통해 나오는 비강음이라 그렇습니다. 이 친구들이 받침 자리에 오면 섞여서 서로 편리한 데로 혼용되는 경우가 있으니 신경을 써주시면 좋겠어요. 앙앙 거리는 소리는 애교 있고 귀엽게 들리지만, 전문성과 품위는 반비례한다는 거, 기억해 두세요. 


위에 예시 문장에 등장했던 단어들의 옳은 발음은 다음과 같습니다. 


감기 [감:기]

문법 [뭄뻡]

선거 [선:거]

한강 [한:강]


두 글자 사이에 장음 발음 기호가 있는데요, 이 부분을 자연스럽게 늘여서 발음해 주시면 여유 있고 우아하게 들리는 장점이 있답니다. 익히는 방법은 연습밖에 없습니다. 다양한 길이와 톤으로 연습하시다 보면 나에게 맞는 자연스러운 길이를 찾을 수 있어요. 외국어 공부할 때와 마찬가지로 한국어 발음 교정할 때도 녹음과 모니터링은 정말 효과적인 수단이니 잘 활용해 보세요. 말하면서 자신이 귀로 듣는 소리와 녹음해서 객관적으로 듣는 소리는 많이 다르거든요. 


그렇다면 지난 시간에 다른 이중 모음과 오늘 배운 받침 발음이 잘 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아주 좋은 예시를 드리겠습니다. 


한국관광공사


[항국강강공사]로 읽으셨다면 얼른 고쳐 주세요. 이중모음과 받침 발음 모두 눈에 보이는 그대로 읽어주시면 됩니다. 연습하시는 방법을 알려드릴게요.


1. 한 글자씩 정확하게 입술과 턱을 적극적으로 움직이면서 읽습니다. 한! 국! 관! 광! 공! 사!

2. 이렇게 해서 입에 익숙해지면 여섯 글자를 붙여서 읽는데 천천히 읽습니다.

3. 자연스러워지면 속도를 붙여봅니다. 

4. 그래도 엉키면 [한국/관광/공사] 이렇게 의미 단위로 살짝 띄어 읽으셔도 좋습니다.


실용적인 속성 발음 교정 세 번째 팁은 다음 시간이 이어집니다. "여러분, 앙용!"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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