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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수빈 Jun 28. 2024

이중모음, 전문성과 성숙함을 말하다

#정확한 발음이 주는 매력 #전문성 #성숙함

발표를 위한 발음 교정, 세 가지만 기억하자면서 지난 시간을 마무리했는데요, 다음과 같습니다. 오늘은 그중애서 첫 번째 이중모음의 발음입니다.


1. 이중모음이 얼마나 섹시한지

2. 받침은 소중하니까요

3. 'ㅎ'의 강력한 존재감





"다음 주 화요일, 지휘자 은수빈이 이끄는 우주오케스트라의 제12회 정기연주회실버문화회관에서 열립니다."


이 문장을 편하게 읽고 녹음한 뒤, 밑줄 친 부분을 들리는 대로 적어보면 아마 다음과 같을 겁니다.


하여일, 지히자, 제 십이 애, 정기연주애, 실버문아애간


어린 아이들이 혀 짧은 말로 귀엽게 하는 발음 같습니다. 


그저 쓰여 있는 대로 읽으면 되는데 우리는 왜 굳이 바꿔서 읽는 걸까요. 이중모음을 힘주어 제대로 발음하기가 귀찮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해도 의미는 전달되기에 의사소통하는 데는 문제가 없습니다. 그러나 말투의 연령대가 낮아진다 함은, 성숙하고 어른스러우며 전문적인 뉘앙스는 사라진다는 겁니다. 


모음에는 단모음과 이중모음이 있습니다. 이중모음은 조음 기관을 보다 적극적으로 움직어야 해요. 신경 써서 잘 발음해야 합니다. 


단모음 : ㅏ, ㅓ, ㅗ, ㅜ, ㅡ, ㅣ, ㅐ, ㅔ, ㅚ, ㅟ

이중모음 : ㅑ, ㅕ, ㅛ, ㅠ, ㅒ, ㅖ, ㅘ, ㅝ, ㅙ, ㅞ, ㅢ


습관이란 게 무서운 거더군


롤러코스터 조원선 씨가 무심한 듯 매력적인 목소리로 노래한 가사 중에 진리가 있습니다. 습관이란 건 정말 무서운 거죠. 머리로 생각하기 전에 몸이 먼저 움직이고 있고, 입이 먼저 발음하고 있거든요. 이 잘못된 습관을 고치기 위해서는 이중모음이 많이 포함된 단어를 힘주어서 읽는 방법이 효과적입니다. 


강연회 학회 협의회 위원회 

교육과정 심의위원 분과의원 회장

기관 분위기 방위 식습관 강좌 

쾌유 궤양 왜소

민주주의 의회 여의도


연습할 때는 강하게 발음해 주세요. 그래야 새로운 습관이 입에 붙습니다. 평소에 일상적인 대화를 할 때에도 마음속으로는 의식하면서 신경을 써주세요. 그리고 발표할 때는 스크립트에 미리 표시를 해두고 연습할 때 강조를 해서 여러 번 읽어주면 실전에서 자연스럽게 이중모음을 정확하게 발음하게 됩니다.


50대의 여자분을 수강생으로 만난 적이 있어요. 멋진 커리어 우먼이셨죠. 모든 게 완벽해 보이는 그분에게 고민이 하나 있었으니 바로 사투리였어요. 어느덧 나이가 들고 중요한 자리에 오르다 보니 세련된 스피치를 위해서 사투리를 고쳐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됩니다. 평소에도 그런 마음이 없었던 것은 아닌데 반드시 고쳐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만든 건 본인의 이름을 제대로 발음하지 못하는 게 어느 순간 창피하게 느껴지면서부터였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그분의 성함이 '최수빈'이라면 평생 '최'를 제대로 발음해 본 적이 없으셨어요. 늘 '채수빈'이라고 말해온 거죠. 이름만이라도 제대로 발음하고 싶다고 하셔서 사투리 교정에 들어갔습니다. 


턱, 입술, 혀 등 조음기관의 위치를 자음과 모음별로 정확하게 알려드리고 가갸거겨부터 새로 익혔습니다. 스마트하신 분답게 이론은 빨리 익히셨어요. 그러나 늘 반복되는 상황이 있었습니다.


제가 먼저 하나씩 정확하게 발음하면 입모양을 보면서 따라 하는 식으로 진행했어요. "최 - 최, 수 - 수, 빈 - 빈, 이런 식으로 말이죠." 그래서 "최"가 완벽하게 발음되는 순간 " 자, 이번에는 붙여서 최수빈", 그러면 여지없이 "채수빈" 이렇게 평생을 입에 굳어진 발음으로 나오곤 했죠. 


전화 예약할 때 상대방이 되묻지 않고 한 번에 알아들은 기적을 체험한 학생은 턱을 잘 내리면서 입모양을 제대로 만들어 시원하게 발음하는지, 커리어 우먼은 자신을 소개할 때 성명을 정확하게 발음하는지 궁금해집니다. 발음 고민이 많은 사람들에게는 정확한 이중모음이 얼마나 섹시하게 들릴까요. 발표할 때 우리는 꼭 그렇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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