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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쑥과마눌 Sep 23. 2018

성냥팔이 소녀가 된 영화 소공녀

영화 리뷰

김영민 교수의 글을 읽고, 보게 된 영화이다.
금요일 밤에 멍 때리고 보기엔...ㅠㅠ

주인공 미소는 가난한 청춘인데,
그 가난의 정도가 의식주중 주를 포기할 만큼이라서
대학시절 친했던 밴드멤버의 집들을 찾아가서 잠깐 지내는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다

미소가 하는 일은 가사 도우미이고,
몇년째 고정되어 있는
 사만오천원의 페이로 살아 간다.
허나, 미소의 일당 빼고는 뭐든 오르는 게 당연하다는 세상이라
추워 뒤지겠는 방값도 오르고, 애연가의 기쁨인 담배도 오르고, 
오르고, 오르며. 올라서, 미소는 선택을 하다.

즉, 떠블로 올라버린 담배를 포기하기 보단
한잔에 만 2천원하는 생의 즐거움인 위스키를 포기하기 보단
을 포기하기로 말이다.

주인공 미소는 밴드 멤버의 집에 머무면서, 
자신의 현재 상황을 설명할 때
나는 집이 없는 것이 아니라, 여행을 하는 거라고 한다.
역설적이게도 그리 말하니, 더욱 집이 없는 사실에 방점이 찍히더라.
왜 여행이라 명명하는 건지, 감독의 의도를 모르는 바는 아니나,
그것 보다는 단순히 보통의 사람과 다른 선택
즉, 취향을 의식주의 주보다 더 상위에 놓았던 미소의 우선순위를 
그냥 말하는 게 더욱 어울려 보였다. 

영화가 진행되는 내내 만나는 밴드멤버들의 생각과 행동에 대해
가감없이 솔직한 서사로
허위없고, 과장없이 진솔하게 보여주는 영화에 이 멘트는 좀 우습다

이 영화가 가장 가슴 쓰라렸던 지점은 
아껴 두었던 앨범속의 인물들을 
미소가 성냥팔이 소녀의 성냥처럼
하나씩 켜 보고,
스러 지게 두었다는 것이다.

미소의 담백하고 구김없는 의도와 달리
세상에 찌든 우리는 안다

가진 자원이 한정된 사람은
가진 인맥도 또한 한정되고..
그런 사람이 먹고 살려고, 
영업을 뛰고, 다단계를 하다보면,
두드릴 수 있는 인간관계라는 게 빤하다, 
그래서, 본인도 알고, 남도 알고, 모두가 아는 
그 끝이 보이는 게임에
좋든 싫든 꼭 들어가는 삽화가 있다.
수십여년간 연락이 끊겼던 오래된 친구에게 연락하는 컷.
그리고, 그 다음은 말 해 무엇하겠는가

단지 하룻밤의 따뜻한 잠자리만 원했던 미소의 간단한 소망과 달리,
방문을 받아 들이는 옛 친구도, 
그 방문속에 옛 친구의 세밀한 일상을 본 미소도
주고 받는 것 없이도
성냥팔이 소녀프레임에서 도망가지 못하고, 
그 포로들이 되어 버리는 거 같아 맴 아렸다.

주인공 미소는 이 영화에서 비현실적으로 보인다
너무 강하고, 동화적 인물이랄까
사람이 아무리 누추해도, 
매일 저녁 돌아가서 머무는 공간이 없다는 건 절박한 일이고,
그 절박함이 일상이 되면, 아무리 강철 멘탈이라도 허물어 지고, 
무너져 내리는 일만 남았다.
단지 머리카락만 하얗게 되었을 뿐, 그녀는 너무 멀쩡해 보였다.
(약값으로 쓰는 대신, 위스키 한잔과 담배를 선택한 그녀)
인간이 열악함앞에 그리 강하지 못하다. 
부디 시험하지 마시고, 믿으시라

그리고, 아무리 한국사회가 썩어 나뒹군다해도, 사람 알아보는 눈이 귀신같은데,
청소하는 품새나, 사람대하는 태도, 그리고, 그 미모와 키, 마음씀씀이까지
십년을 저리 살면, 고시원하나 들어 갈 능력은 있는 사회라고 본다
거기다, 아직 아픈데도 없는 청춘아닌가

영화에 처음으로 미소가 등장했을때,
그녀의 부분백발에 나는 가슴 철렁했었는데,
그녀의 피부를 보고, 한숨을 돌렸다
젊음을 무척 이용하나, 숭상 또한 하는 사회고
저리 담담하고 자기 할 일 하는 쉬크한 미소를 
십년동안의 성실함과 별개로 
저녁에 누울 공간 없이 그대로 나둔다면, 
촛불을 들어야 할 사회가 아니라,
다시 화염병을 들어 야 할 세상이라고 본다.

소확행은 기본적인 의식주의 확보위에 논의 될 사항이다
저녁에 머물 곳이 없는 삶을 소확행이라고 명명하고, 
갸륵하게 바라보는 눈길은 
나를 머리에 꽃 달게 한다


정신 차리란 말이닷

또한, 이 영화에서 나온
밴드멤버들의 반응과 면면이 현실적이고 실감이 나서
나는 어떤 유형일까도 생각해 보았다
아예 선을 긋고, 집안에 들여 놓지 않는 친구일까?
반갑게 집에 들이고, 옹색한 처지를 보여줄까?
상처 받은 모습을 보이기 싫어, 집에 들여 놓고, 문 잠그고 흐느낄까?
사랑이고 감정이고 현실적인 타협안을 내 놓는 선배일까?

처음엔 마음이 먼저 반갑고. 돌아 서면 계산이 나오는 속물 언니일까?
결론은 다 가졌음..이다

그래도, 다시 말하지만, 미소같은 젊은 이가 저 지경으로밖에 살 수 없는 세상이라면
이 늙은 언늬 화염병 받고, 벽돌 깨서 들고 거리를 나갈 용의가 있다.

감독은 첫 작품 족구왕 부터 좋아서 지켜본다
영화 잘 만드심. 강추!
근처에 진짜로 예술하는 친구들이 수북한 것 같다
일상속에 그냥 자기일을 무심하게 하면서 
살아가는 예술 좋아하는 사람들을 그려내서,
보는 내내 그 점은 마음이 편하였다
특정 직업군에 속한다고, 그 정형화 되었으나, 
무척 사람 불편하게 만드는
직업의식을 아무때나 드러내는 클리셰는 영 껄끄럽더라

극중 제일 맘에 드는 캐릭터는 
요리 드럽게 못하는데, 시댁 가사도우미처럼 살고 있던 친구
미소를 만나서, 대하는 거부터, 철푸덕 이불위에 쓰러지던 모습
친구같은 친구이고, 그래서, 희망이 있던 친구

극중 제일 싫어하는 캐릭터는
잘 사는 언니의 남편
그 말투나 태도는 정말..밥맛이다.
많이 보아서 더욱 재수이고 말이다
돈 많이 벌어 온다고, 집에서 벼슬하시는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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