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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쑥과마눌 Jan 22. 2019

문정희, 첫사랑의 납골당

첫사랑은 전화하지 말지니..님하! 쫌!!

첫사랑의 납골당

 

                           문정희



건너편 아파트에 내 첫사랑 살고 있다

그의 아내가 유난히 예쁘다는 소문은 들었지만

베란다에 세워 둔 유모차도 보았지만

내가 딴 데 시집가서 아이가 열 명이 되더라도

나를 기다리겠다고 한 약속 잊지 않고 있다


 흐리거나 비오는 날이면

목소리 가다듬고 가끔 건너편 아파트를 쳐다본다


나 아직 아이가 둘뿐이라고 소리쳐 줄까

그러다가 멈칫 앞마당을 내려다본다

웬 여자가 아이 둘을 양손에 잡고

내 남편의 방 쪽을 올려다보고 있는 것 같다 


나는 창문을 드르륵 닫는다

밤바람이 사뭇 상큼하다 


사랑이 식은 재가 칸칸이 담긴 탓일까

건너편 아파트 불빛이 납골당처럼 교교하다
      


                        - 민음사, 문정희 시집 '응'



웃었다

그냥 웃었다


이렇게 귀여운 시도 있구나..하고


그리곤

머리 속으로 휙휙 지나가는 인연들


엑셀로 저장을 할까

파워 뽀인트로 프리젠테이션을 할까


아오~

내가 함~ 마~


그러다 참기로 한다


이젠 이름조차 모리는 글마들보담

만나서 더러웠고,

더러워서 모질었던,  

모질어서 마침내 모자람에 도달했던 그 노마가

내가 납골당을 한상 차려 바칠 화상으로 발목을 잡더라


애가 둘 밖에 없다고 전화하지 마라

보험 안한다


기억 안 나뉘?

노후보장은 니가 청춘에 벌써 들어 놔 줬다


젊어 개고생이라도

사랑은 준 놈이 대박 연금 타는 거



* 사진 위는 시인의 시, 사진 아래는 쑥언늬 사설

* 오늘의 사진은 쑥언늬 꺼 Forget Me Not


#사랑에_순서_정하지마라#짜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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