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은 전화하지 말지니..님하! 쫌!!
첫사랑의 납골당
문정희
건너편 아파트에 내 첫사랑 살고 있다
그의 아내가 유난히 예쁘다는 소문은 들었지만
베란다에 세워 둔 유모차도 보았지만
내가 딴 데 시집가서 아이가 열 명이 되더라도
나를 기다리겠다고 한 약속 잊지 않고 있다
흐리거나 비오는 날이면
목소리 가다듬고 가끔 건너편 아파트를 쳐다본다
나 아직 아이가 둘뿐이라고 소리쳐 줄까
그러다가 멈칫 앞마당을 내려다본다
웬 여자가 아이 둘을 양손에 잡고
내 남편의 방 쪽을 올려다보고 있는 것 같다
나는 창문을 드르륵 닫는다
밤바람이 사뭇 상큼하다
사랑이 식은 재가 칸칸이 담긴 탓일까
건너편 아파트 불빛이 납골당처럼 교교하다
- 민음사, 문정희 시집 '응'
웃었다
그냥 웃었다
이렇게 귀여운 시도 있구나..하고
그리곤
머리 속으로 휙휙 지나가는 인연들
엑셀로 저장을 할까
파워 뽀인트로 프리젠테이션을 할까
아오~
내가 함~ 마~
그러다 참기로 한다
이젠 이름조차 모리는 글마들보담
만나서 더러웠고,
더러워서 모질었던,
모질어서 마침내 모자람에 도달했던 그 노마가
내가 납골당을 한상 차려 바칠 화상으로 발목을 잡더라
애가 둘 밖에 없다고 전화하지 마라
보험 안한다
기억 안 나뉘?
노후보장은 니가 청춘에 벌써 들어 놔 줬다
젊어 개고생이라도
사랑은 준 놈이 대박 연금 타는 거
* 사진 위는 시인의 시, 사진 아래는 쑥언늬 사설
* 오늘의 사진은 쑥언늬 꺼 Forget Me Not
#사랑에_순서_정하지마라#짜증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