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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쑥과마눌 Mar 18. 2019

눈이 부시게는 눈이 부셨다

드라마 리뷰

봄이다





추웠던 날이 풀리고, 따스함이 몰려 오는 것을 누구나 반기듯

사람이 살아 가는 씨즌 중에도 누구나 사랑하는 때가 있다.






혜자가 같은 혜자여도

파김치 잘 담구는 칠십혜자는 아무래도 부담스러운 것이다





사람 한 평생이라는 게

길바닥 멀쩡히 잘 걷다가 소낙비를 만나고,

잠깐 그 비 그치길 기다렸다 가려고

남의 집 처마 밑에 서서,

내리는 비를 쳐다보다 나왔을 뿐인데

그사이 한 세월이 지나 가뻐리더란다.


  






노년의 걸스카웃 단장 혜자언니에게도

평생 노안이라 억울하다는 우현동생에게도


맴의 어느 한 조각도 탈색된 거 없이

시퍼렇게 살아 있는 희로애락은 어쩌라고

빼꼽하게 올라 온 백발에

성한 구석 없는 몸뚱이만 남은 노년의 이야기가

사돈의 남말이며, 만만이 콩떡인감    


  

혜자쌤 아니라도, 


솔까 거울보고 예상 깨져, 남 몰래 허걱한 각이 먼 일이던가


얼마전, 

나의 몸매가 김어준 닮았다고 커밍아웃하니,

친구 1호가 헤어도..그라고

친구 2호가 패션도..그라고

믿었던 동생놈은 욕도..그래서

쫄지마~시바~를 거울보고 홀로 외쳤다



암튼, 장자의 호접몽이든, 혜자쌤의 머리에 꽃 단 알츠하이머든, 

난 그들의 행보를 보면 내내 궁금했다지

노인네들이 왜 그리 준하를 다들 그리 사랑하는 지 말이요


있잖우

우린 알잖우

누구나 가족들 중에 쑤레귀 하나씩 있는 거

그 쑤레귀중 최고봉 다이아몬드끕 쑤레귀는 부모 쑤레귀인 거

부모가 쑤레귀면, 자식은 등신불이 된다

머리에 뜨거운 화덕을 얹고, 일평생을 굽힌 등과 다리를 뻗지 못하지.

멀쑥하니, 목소리도, 심성도 고운 우리 준하는 거기에 빙고! 당첨이 된 것이고 말여.


그런 준하는..

그렇게 큰 키가 구부정한 준수한 준하는,

샤넬 할머니에겐 그렇게 가지고 싶었던 아들이 그런 준하고,

혜자에겐 그렇게 함께 꿋꿋하게 꿈을 이루어 나가고자햇던 남편이 그런 준하고,

또 누구에겐, 미숙해서, 좌절했던 젊은 날의 내 모습이 준하고,

또 누구에겐, 준하가 저러는 것이 내 잘못만 같아서,

도와주고 아껴서 다시 일어 나게 하고 싶은 다음 세대가 준하고..

그런 거 아닐 까..

그래서 그리 애끼고, 쓰담쓰담하고, 마음을 주고...그런 거 아닐까





세상은 어제와 같이 거지같은데

누구도 누군가의 짐이 되지 않는 사람 아무도 없는데,

특히나, 자식들한테만은 짐되고 싶지 않은데

그런데, 기승전 자식밖에는 받아 줄 데가 없는 노인들의 이야기들


그런데, 나는 고맙더라

보는 내내 웃게 해서, 마음 빼곡한 부담과 슬픔에 거품을 빼줘서 고맙고,

(쓸데 없이 잘 생긴 호준아 애썼다)

인간이란 결국 더도 덜도 아닌 서로에게 짐밖에 안되는 존재를 다시금 알게하면서도

그래도, 각각의 타이밍이 다르니,

우야둥둥 번갈아 번을 서는 시스템을 어여 어여 만들어야겠다고 자각하게 해서 말이다.





드라마가 너무 훌륭하면, 여러 사람 피곤해 진다 말이다


막장은 길을 잃어 벌쭘해지고

문학은 밥 주발을 빼앗기며

시청자는 할 말을 잃는다.

눈이 부셔서리


장인이 만든 드라마..

눈이 부시게는 

눈.. 부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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