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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쑥과마눌 Sep 20. 2019

슬픈 샘이 하나 있다

문태준시인

                                    

슬픈 샘이 하나 있다               


                                                   문태준  




맹꽁이가 운다 


비를 두 손으로 받아 모으는 늦여름 밤 


맹꽁이는 울음주머니에서 물을 퍼내는 불룩한 바가지를 가졌다 




나는 내가 가진 황홀한 폐허를 생각한다 


젖었다 마른 벽처럼 마르는 


흉측한 웅덩이 




가슴 속에 저런 슬픈 샘이 하나 있다 






                                           - 문태준, '가재미', 문학과지성사 


                        

예전에 다니던 직장이 종로 한 복판에 있었고,

툭하면, 내 사수는 종로를 팔아대며 외쳤다지. 

돈 벌기 쉬운줄 아냐고. 


종로바닥에 떠억 버티고 서서 

지나가는 사람들 면면을 보라고 

어느 넘 하나 만만해 보이냐고 


그 바닥에 이리저리 치이며  

내가 본 것은 

어느 넘 하나  

저런 슬픔의 골짜기 옹달샘  

맴 속에 안 품고 다니는 사람 없다는 거 


습도가  

구름이 아니라 

사람들이 모이니  

만들어지더라는 거 




* 사진 위는 시인의 시 

* 사진과 사진 밑의 사설은 쑥과마눌 


                                     

우리 집 맹꽁이들은 

내가 그 넘의 슬픈 새미에  몰입하지 않도록 큰 역할을 하고 계심 


그들이 자라서 훨훨 날아가면 

큰 개를 키울 생각임 

검은 색으로, 인기 별루 없는 종으로 말임 


그 큰 개가 날 조련하면, 난 개피곤하여  슬픔을 잊을거임 

그렇게 한 세상 때우고 갈 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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