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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쑥과마눌 Nov 26. 2019

동백꽃 필 무렵-결론은 모성애?

리뷰다


동백꽃 필 무렵에서 가장 현실적인 캐릭터는 향미였다.

가족은 어찌 보면 착취의 최소 단위이기도 하니까.

그 대상이 딸이었거나, 맏이였거나, 못 배우고 마음 약하거나

아니면 그 세 가지 다였거나 하면 말이다.


또한, 동백꽃 필 무렵에서 가장 솔직한 캐릭터는 필구였다.

부모가 결혼하는 걸 보는 내 마음을 아냐고..

다 큰 어린애처럼 행동하지만, 실은 이기적인 아빠를 따라가면서

차 뒷좌석에서 엉엉 우는 필구를 보면서

나는 젊고, 미숙하고, 힘들고 지친 세상살이로 아이들 앞에서 치고받았던 내 부모한테 하고 싶은 말들을 

대신 들은 듯 마음 아프면서도 속이 시원했다.


필구의 맴을 그리 잘 그리고,

동네 아줌마들의 강철대오 연대의식도 잘 그리고,

모든 디테일에 깨알 같은 웃음과 쩌는 추리력도 훌륭하고..

그런데, 나는 그 모든 훌륭함이 왜  모성애 깔때기로 흘러가야 하는지 불편했다.


모성애를 강조할수록

그런 모성애를 가진 부모를 만나지 못한 불운한 향미가 안쓰러워 지기 때문이다.

제시카한테 너나 나나.. 한 향미 말이다.

운명은 운빨이 다니께 그리 불렀겠지.. 노력이 다면 노명이라 불렀을 것이고..


모성애는 타고나는 것도 아니고, 하늘이 들이붓는 것도 아니고, 강철 같은 신화는 더욱  아니다.

우리도 다 안다. 

실상은 오랜만에 나타난 자식 버리고 간 엄마는 대부분 나를 버렸을 때보다 더 가난해져 있고,

그간의 형편은 때를 묻혀서, 버리고 간 자식 앞에 뻔뻔해지고, 염치와 도리를 잊게 한다.

새로 결혼해서 낳은 너의 씨 다른 형제 혹은 자매가 군대를 가거나 진학을 하니

이십만 원만 땡겨달라 하고, 이십만 원이 성공하면, 묻고 더불로 가는 테크를 타며,

지나 온 과거는 각색된 드라마로, 자신은 비련의 여주인공으로 윤색하여

피해자 앞에 더욱 큰 피해자인 것처럼 배 깔고 드러눕는다.


온 동네 게시판에 숱하게 올라오는 깨알 같은 사연은 모두의 경험담이고, 척하면 아는 광 파는 소리다.

작가는 참으로 듣기 좋은 아름다운 소리를 연주했으나,

동백꽃 필 무렵이 남긴 환상이 과연 향미 같은 배경, 혹은 향미보다 더 후진 가족을 가진 사람들에겐 어찌 보였을까 

내가 대신 맴이 쓰라렸다.


세상을 살다 보니 말이다.

그다지 큰 노력 한 것도 아닌데,

시절 따라 눈이 삔 넘을 만나고

세월 따라 엄마가 되기도 한다.

솔직히 엄마가 되고 보니, 모성애가 이리 허접했나 갸웃뚱하다.

(미안하다 내가 부족한 인간이다)

그나마  이게 사랑 중에 이게 퀄리티가 쩐다는 거에.. 참말유? 싶고..


그러다, 필구가 무늬만 아빠 따라갔다가 돌아오는 장면이 나오고, 

엄마의 봄날을 먹고 자랐다는 고백이 나오더라.

아녀, 아녀, 내가 우리 엄마 봄날을 먹은 건 맞는데,

우리 애들은 내 봄날을 먹은 적 없다고! 외쳤다.


옛날이야기만 나오면 따박따박 잘도 따지는 딸년한테

말문이 막히면 치자 썰을 들고 와서 이리저리 막는 우리 엄마가 있다.


그랬다 치자

내가 그랬다 치자

니가 섭했다 치자

아무리 섭해도, 평생 널 짝사랑 한 나만 하겠나..


그런 치자꽃 여사가 내가 엄마의 봄날을 물 말아먹었다고 말하자 나섰다.

아녀, 아녀, 니가 내 봄날을 먹은 적은 없는디

니 새끼덜은 내 딸 봄날을 슈킹 한 거 맞다고!


이거였나?

맞다 칠까?

먹은 것도 같고, 안 먹은 것도 같다 칠까?

우리들 사랑 중에 이게 최고라고 칠까?


헷갈릴수록 짠한 건 향미고.. 향미 비스무레고.. 모성애 레전드 앞에 나가떨어질 우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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