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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쑥과마눌 Jan 24. 2021

가재미

시 리뷰) 문태준 시인

가재미

                                                 

                                                문태준


김천의료원 6인실 302호에 산소마스크를 쓰고 암투병중인 그녀가 누워있다.


바닥에 바짝 엎드린 가재미처럼 그녀가 누워있다.


나는 그녀의 옆에 나란히 한 마리 가재미로 눕는다.


가재미가 가재미에게 눈길을 넌네자 그녀가 울컥 눈물을 쏟아낸다.


한쪽 눈이 다른 한쪽 눈으로 옮겨 붙은 야윈 그녀가 운다.


그녀는 죽음만을 보고 있고 나는 그녀가 살아 온 파랑같은 날들을 보고 있다.


좌우를 흔들며 살던 그녀의 물 속 삶을 나는 떠올린다.


그녀의 오솔길이며 그 길에 돋아나던 대낮의 뻐꾸기 소리며


가늘은 국수를 삶던 저녁이며 흙담조차 없었던 그녀 누대의 가계를 떠올린다.


두 다리는 서서히 멀어져 가랑이지고


폭설을 견디지 못하는 나뭇가지처럼 등뼈가 구부정해지던 그 겨울 어느날을 생각한다.


그녀의 숨소리가 느릅나무 껍질처럼 점점 거칠어진다.


나는 그녀가 죽음 바깥의 세상을 이제 볼 수 없다는 것을 안다.


한쪽 눈이 다른 쪽 눈으로 캄캄하게 쏠려버렸다는 것을 안다.


나는 다만 좌우를 흔들며 헤엄쳐 가 그녀의 물 속에 나란히 눕는다.


산소호흡기로 들어마신 물을 마른 내 몸위에 그녀가 가만히 적셔준다.




어느 바람

어느 나무

어느 꽃 한 송이도 

그냥이 없는시인이니

가재미라고 그냥 가재미일 수 없다


암에 걸려 야위고 야윈 채 누워서

찾아 온 사람을 쳐다 보려 돌아 볼 힘도 없어

눈만 이렇게 가재미처럼 굴리는

누대에 걸쳐 흙담도 없고, 

저녁으로 국수를 삶고

지금은 6인실에 지금 누워 있는 혈족 옆에서

역시 가재미 일가인 나는 눕는다


그녀는 죽음만을 바라보고 있고

나는 그녀가 살아 온 파랑같은 날 들을 보면서


큰어머니의 투병을, 죽음을 겪고 쓴 시라고 시인이 설명했다던데.

자신의 어머니의 투병과 죽음을 겪고는 이리 시를 쓰지 못했으리라는 사람들의 추측은 옳다


사랑해도 거리

가족에도 거리

타인이 아니면서 의미있는 사람인

그 정도의 거리에서 이런 묘사가 나올 수 있겠지.


거리는 그래서 옳고, 또, 그래서 슬프다



#사진위는 시인의 시

#사진 아래는 쑥언뉘 사설

#그렇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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