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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쑥과마눌 Mar 06. 2022

말 못할 사정은 어느 가정이나 있다

팔이쿡에 쓴 글임


팔이쿡을 비롯한 여초사이트들이 대선을 앞두고

육이오때 누구나 지키려 했던 백마고지처럼

날마다 게시판에서 전쟁이 벌어지고 있네요.


사실 지난 오년내내,  같은 후보를 지지했지만,

그 후에 올 다음 후보를 두고 벌어진 논란과 갈등이  엿보였습니다.


물론 그 후보가 꼬투리 잡힐만한 언행을 하기도 했고,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화법을 용감하게 구사하기도 했지요.

하지만, 지나치게 길고, 한편으로 집요하기까지한, 그를 향한 혐오를 보면서,

그 감정의 바닥에 흐르는 것이 진심 궁금했습니다.

분명 작전세력이 존재하기도 했지만,   

진심으로 공감하는 보통사람들도 분명 적지않게 있었으니까요. 


온라인이긴 해도, 

그간의 그들이 썼던 글들에 익숙했던 사람들이 그러는 걸 보면서,  

가슴 한편이 무겁고, 씁쓸하고, 또 쓸쓸하게 했죠.

황량하고 힘든 풍경을 가진 사람이, 그곳에서  거칠게 살아 남았는데,

그런 와중에 그를 둘러싼 가족구성원과의 갈등은 

분명 보통의 사람들이 정서적으로 거부반응을 일으킬만 했기 때문이죠.


저는 한국적인게 좋고,

그래서 늘 한국 드라마와 영화 즐겨 보지만,

그 속에 표현되는 화목한 가정과, 대단한 가족애와, 어마무시한 모성애에 대한 

끊임없는 미화와 획일적인 이미지가 불편한 사람입니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밖에서는 내가 나온 가정의 화목을, 가족간의 사랑을 위장해요.

문제없는 가정을 가진 것이 모든 자격요건에 기본으로 매김하는 사회에서,

가족간의 갈등이나 불협화음은 한 개인의 결격 사유로 간주되기 때문이예요.


사실, 배운 거 없고 가난해도 화목한 가정..이나,

못 살아도, 멸시당하는 환경이라도, 서로서로를 위하는 따뜻하고 훈훈한 가족애는

실제로 얼마나 존재하기 힘들까요? 그리고, 존재한다면, 얼마나 힘들게 존재하는 걸까요?


그냥저냥 살아도 사람과 사람이 만나면 일단 갈등인데,

협소한 공간에 몰려 살면서, 부족한 자원을 이리저리 배분하기 위해 늘 부대낀다면,

그곳은 살아남기 위한 경쟁의 각축 장이 되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따뜻한 가정을 일구고, 알뜰살뜰 가족끼리 보살피고 살아 오셨다면,

눈을 감고 찬찬히 생각해 보시길..

그 온기와 아름다운 그림을 위해, 희생해 간 가족 구성원을 말입니다.

분명 당신의 좋은 기억과 기회는 누군가의 피땀눈물 위에 선 것입니다.


이재명후보의 욕설파문이 상징하는  그 뒤죽박죽 집안의 가족간에 할 말 많은 성장사는 

집에서야 어떻든, 적어도 밖에서는 좋은 가족임을 위장해야 한다는

대한민국 가족의 이상형, 그 국룰을 건드린 것 같아요. 

가난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안에 무언가 있는 화목한 가정을 커다란 이상으로 

간주하고, 그러기 위해 피나게 노력중인 많은 사람들을 불편하게 했지요.


그럴 수 밖에 없었던 길고 긴 사연일랑 듣고 잡지도 않았고,

진실여부와 상관없이,  누군가 이재명후보의 가정사를 천형으로 간주하며 돌을 던질 때,

감정적으로도 같이 돌을 던지고 싶었던 것은, 

나를 포함한 보통 사람들이 그간 모두 믿으며, 가꿔왔던 그 가치관이 옳다는 걸 증명하는 느낌이거든요. 


그런데 말입니다.

그렇게 가정에 대한 미화된 이미지가 강요될 때, 가장 피해를 보는 것은 누굴까요?

다른 가족들에게 누가 될까바,  이미 힘든데, 나포함 모두 힘든데,

내가 커밍아웃해서, 그나마 다른 가족들마저 세상에 찍혀 버리면,

그래서, 얻은 거 없이, 더 큰 낙인으로 피해를 입게 될 것을 두려워하는

그래서, 끝없이 화목함을 위장하는 데 동조하는 가장 약한 고리는 바로 최고 피해자예요.


가난하고 힘들면,

문제가 생기기 쉽고,

가족들 각 구성원들이 먼저 잘못한 놈, 나중 잘 못한 놈,

서로 잘잘못을 따지고, 상처를 주고 상처를 받으며, 

결국은 돌려막기 상처끝에 모두 피해자가 되어버리는 게 

세상 어디에도 있는 흔하디 흔한 가정의 단면이 아닌가요?


이재명으로 대표되는 한국의 시대정신이

그가 대통령이 되어서든, 안 되어서든,

부디 이런 대한민국의 위선도 찢어 버리는 그런 세상으로 향해 가길 바랍니다.


흙탕물에 태어나서,

진흙에 뒹굴어 다니며 크고,

그리 크다, 잎사귀 찢어지고, 

흙더미가 군데군데 묻어도,

끝끝내 꽃을 피우면..


연꽃이유.


진흙아님요.

매화꽃이유..연꽃아님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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