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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쑥과마눌 May 15. 2018

미니멀 라이프는 먼 곳에..

원하고 또 원하죠

한글학교가 열리는 교회도서관에는
빈 책꽂이가 있고
그곳에 각자가 다 읽은 책을 가져다 놓으면
필요한 사람들이 알아서 집어 간다

가끔씩은 머나먼 이민길
이고지고 온 나의 연식보다 출판연도가 오래된 전집들
한자가 무지하게 많이 섞인 파스칼 플라톤 등등의
골동품 책이 나와 있기도 하다

대중소가 자라매
집에 넘쳐나는 책들을 매주 정리해 가져다 놓았다
뽀로로만 스무권이 넘었다
뽀통령의 인기는 어마무시해서
내 손에서 떠나는 순간
한 팔로 아기를 감고
골반으로 아기궁뎅이를 받힌 젊고 기운찬 엄마들이
기뻐 채어 갔다

이거다
나도 이제부터 간소하고 심플한 삶으로 한발 내딛는 거 맞다.


혼자 뿌듯해 하는데
교장샘이 손짓한다
요 근자에 나를 지켜보고 기특히 여겨
재외동포재단이 한글학교에 증정한 책들을 마음껏 골라 가란다

아...이놈의 책복

이라믄 또 안되는 데..하면서도

집어 온 책들



미니멀 라이프는 개나줘



한뿌리씩 심었는데
해마다 복리이자로 불어 나는
감당 못하게 피는 저 작약처럼

늘 가져다 버려도 같은 수를 유지하는 우리집의 책들

역시 난 돈 빼고 다 가짐
딸도 없던가..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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