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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쑥과마눌 Jul 11. 2018

꽃차례

김명인시인


저녁이 와서 하는 일이란

천지간에 어둠을 깔아놓는 일

그걸 거두려고 이튿날의 아침 해가 솟아오르기까지

밤은 밤대로 저를 지키려고 사방을 꽉 잠가둔다

여름밤은 너무 짧아 수평선 채 잠그지 못해

두 사내가 빠져나와 한밤의 모래톱에 마주 앉았다

이봐, 할 말이 산더미처럼 쌓였어

부려놓으면 바다가 다 메워질 거야

그럴 테지, 사방을 빼곡히 채운 이 어둠을 좀 봐

망연해서 도무지 실마릴 몰라

두런거리는 말소리에 겹쳐

밤새도록 철썩거리며 파도가 오고

그래서 여름밤 더욱 짧다

어느새 아침 해가 솟아

두 사람을 해안선 이쪽저쪽으로 갈라 놓는다

그 경계인 듯 파도가

다시 하루를 구기며 허옇게 부서진다


            -김명인, 천지간

오뉴월 땡볕에는

이불 말리기가 활용도 최고


나도 좀 말리고 싶다만

이웃이 아무리 무난해도 

거기까진 안 참을 듯


처지가 옹색해지면

세상 역시 새삼스레 협소해 지지만,

원하는 걸
분명히 알게는 된다

책 천지에 살았으면
띄엄띄엄 보았을 시집이
한글 귀한 곳에서는
시시각각 달라지는 창가 하늘이다

한줌 글잣속에
시인의 칠십평생이..
사무친 가족이..
못다한 슬픔이..
끝끝내는 그리움이.. 
팡팡 불꽃놀이중이심.

한글이 뜻글자가 되어지는 각
내게는 월인석보 석보상절 기타등등 

그때 그때 달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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