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있게/열심히/아무렇게
사람들은 말한다. 너 아주 멋있게 산다. 너 아주 열심히 산다. 너 아주 아무렇게 산다... 극과 극을 달리는 이 평가들은 결국은 내가 나 하고 싶은 거 골고루 하면서 산다는 칭찬으로 수렴하는 말이다.
멋있게 혹은 열심히 산다는 칭찬을 듣고 싶어서 안달 난 건 아니지만 칭찬을 들으면 기분이 엄청 좋기는 하다. 벌려놓은 일이 엄청 많다. 내가 하는 일들을 자랑할 필요도 없지만 숨길 필요도 없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인스타에 브런치 링크를 걸어뒀고, 누가 물어오면 내가 친구들과 하는 팟캐스트에 대해서, 운동에 대해서 말해준다. 뭘 그렇게 많이 하고 사냐며 사람들이 여러 말을 해줬다.
운동과 팟캐스트, 브런치. 하나하나 보면 뭐 대단할 것 없는 조그만 것들. 그러나 모두 소화하려면 버거운 일정이긴 하다. 내가 벌려놓고도 가끔 눈물을 훔치면서 숨이 찬다고 칭얼거린다. 칭얼거리면서도 놓지 못하는 이유는, 좋아하는 일이기 때문에. 나는 글 쓰는 것도 말하는 것도 좋아하고 몸을 쓰는 것도 좋아한다. 좋아하는 것을 하지 않고 사는 삶은 무의미하니까요.
셋의 공통점이 있다면, 당장 눈에 보이진 않지만 되풀이하다 보면 어느 순간 월등히 성장해 있다는 거다. 마이크 앞에서 이상한 긴장감으로 떨었던 나와 친구들은 이제 마이크가 아무렇지도 않다. 공백을 어떻게 메워야 할지 어쩔 줄 몰라서 편집으로 왕창 잘라내던 타임라인이 없어졌다. 이제는 오디오가 겹쳐서 문제다. 브런치 연재작 한 편을 두세 시간씩 쓰고도 거지 같은 것만 업데이트했었는데 이제 힘을 빼고 30분이면 뚝딱 쓴다. 운동은... 연재까지 하고 있으니 굳이 말하지 않겠어요.
꾸준히
일을 벌이는 건 어렵지 않다. 나는 항상 지금 당장 안 하면 미칠 것 같은 충동으로 일을 과감히 시작해 왔다. 문제는 그걸 이어가는 뒷심이 부족했다. 시작만 하고 버렸던 취미들과 공부들이 눈앞에 주마등으로 스친다... 앞으로 내가 듣고 싶은 말은, '너 정말 꾸준하다', '오래 했다' 같은 것들이다.
팟캐스트도 브런치도 그냥 계속하고 싶다. 구독자 수가 늘지 않아도, 조회수가 떨어져도 무감하고 싶다. 이미 상당히 무감한 상태라고 생각은 하지만 가뭄에 콩 나듯 그런 숫자에 연연할 때가 있다. 숫자에 연연하는 순간이 0에 수렴하면 좋겠다. 모순적인 마음이다. 굳이 사람들이 볼 수 있는 플랫폼에서 방송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숫자에 무감하고 싶다니. 뭐랄까, 숫자에 내 용기를 깎아먹지 않는 마음을 갖고 싶다고 할까요.
운동은 꾸준히 할 수 있을 것 같다. 어느 날 내가 3대 200과 너무나 요원하다는 걸, 혹은 유튜브의 각종 운동 광인들만큼 퍼포먼스를 낼 수 없다는 걸 깨닫고 의기소침해지더라도 운동을 완전히 관둬버리지는 않을 것 같다. 미취학 아동 때 태권도를 배우고 수영을 하고 뜀틀을 뛰어넘으면서 느꼈던 통쾌함의 기억, 단단해진 내 가슴팍의 떳떳함을 포기해 던져 버리기란 아주 어려울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나는 미웠다. 떨치고 일어서지 못하는 마음이 제일 아팠다. 아마 그래서 '더욱 눈에 보이는 뭔가를 계속하는 것'에 집착하는 걸지도 모른다. 가끔 이게 정말 건강한 마음으로 하는 일들이 맞나 생각한다. 시발점은 무엇이든 중요치 않다. 뭔가를 하고 있는 나, 하기 위해서 애쓰는 나의 마음. 그리고 그런 걸 함으로써 나를 사랑하는 마음에 가까워지는 것. 그런 게 중요한 거다.
너(나) 정말 꾸준히 산다. 너(나) 정말 애쓴다. 너(나) 정말 자랑스러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