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와 엑설런트-아빠의 악성 뇌종양 이야기 1

by 꿈꾸다


아빠를 생각했을 때 가장 먼저 같이 떠오르는 건 엑설런트 아이스크림이다.

무뚝뚝한 경상도 남자. 그러나 속정은 깊고 할 말은 해야 하는.

그리하여 50대 초반 명예퇴직을 하실 때까지 '대리'를 떼지 못했던 당당한 우리 아빠.

그런 아빠는 회식을 마치고 술 취해 집으로 돌아오실 때면

늘 통닭이나 엑설런트를 손에 쥐고 돌아오셨다.

아이스크림은 늘 엑설런트나 투게더였다.

어린 우리들은 신이 나 먹었다.

아빠가 회사에서 어떤 힘듦을 겪어내며 버티셨는지, 그리하여 번 돈으로 사 오신 엑설런트라는 것을 그때는 알 턱이 없었다.


딸 셋에 아들 하나.

엄마와 아빠까지 총 6명의 가족.

입이 많으니 엑설런트 같은 개별 포장 아이스크림이 적합했으리라.

가격이나 개수 면에서.

그리하여 아빠의 손에 들린 아이스크림은 아주 가끔의 투게더를 제외하고는, 늘 엑설런트였던 것이다.


그런 아빠가 2025년 3월 너무나 갑작스럽게 악성 뇌종양 의심 진단을 받았고,

긴급 수술 끝에 뇌암 4등급, 즉 뇌종양 악성 교모세포종 판정을 받았다.

악성.

말만 들어도 무서운 이 글자는 그야말로 우리 가족을 공포로 몰아넣었다.

수술 직전 왼쪽 편마비로 왼팔과 왼 다리를 거의 쓰지 못하셨을 만큼 상태가 안 좋았던 아빠는,

수술 이후 약간 상태가 좋아지셨다.

지팡이에 의존해 혼자 제법 잘 걸으실 때도 있었다.


그러나 수술 한 달 뒤 방사선과 항암 치료를 들어가는 무렵 다시 상태는 나빠지기 시작했다.

밥맛이 없다며, 드시고 싶은 게 없다며 밥을 외면하는 아빠.

그럴 때 아이스크림 할인점에서 사 온 엑설런트를 꺼내 까 드렸다.

어렸을 땐 아마 아빠가 까주셨었겠지.

그걸 맛있게 받아먹었을 것이다.


지금은 내가 엑설런트를 까서 손에 쥐어드린다.

힘없이 엑설런트를 쥐고 한입 베어 무는 아빠.

잠시 기다린 뒤

"아빠, 맛이 있죠?"라고 여쭤보니

아빠는 힘없이 고개를 끄덕이신다.

앞으로 나는 몇 번의 엑설런트를 더 아빠께 사드릴 수 있을까.

직접 까서 손에 쥐어드릴 수 있을까.


아마 아빠가 하늘나라로 소풍을 떠나더라도,

아빠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함께 떠오르는 건 엑설런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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