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여름, 밀양 계곡 - 아빠의 악성 뇌종양 이야기6

by 꿈꾸다

어린 시절, 집에서 차로 30분 거리인 밀양 얼음골은 우리 식구들의 단골 피서 장소였다.



조각조각 나는 기억을 엮어보자면,

어린 우리들은 다리를 계곡물에 담근 채 송사리를 쫓아다녔고,

부모님이 부시르면, 얼음같이 차가운 계곡물에 담가둬 시원해진 수박을 손에 받아 들고 또 물로 뛰어갔다.


부모님은 그저 발이나 담그셨을까.

신나게 노는 우리를 보며 식사를 준비하고, 수박을 준비하고 그게 우리 부모님의 피서였던 것 같다.


아빠의 뇌종양 수술 후 석 달 하고도 보름 정도 지난 어느 뜨거웠던 여름날.

가족 모두 밀양 계곡으로 향했다.


경사 있는 얼음골은 언감생심. 아이들 놀기 좋은 평지의 평평한 계곡을 찾아갔다.


오른손으론 지팡이를 짚고, 왼손으론 가족들의 부축을 받으며 아빠는 계곡과 연결되는 평지로 힘겹게 계단을 걸어 내려가셨다.


그리고 언니가 준비해 온 캠핑 의자를 계곡물 가장 얕은 곳에 고정했다.

아빠는 그 캠핑의자에 몸을 기대고 앉아 발을 계곡물에 담그셨다.


오징어땅콩과 육포를 아빠 입에 넣어드리며, 어쩌면 이번 물놀이가 아빠의 마지막 물놀이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왈칵 눈물이 쏟아지려 했다.


그렇게 아빠는 조용히, 한참을 물에 발을 담그고 계셨다.


집으로 돌아온 뒤 아빠는 한참을 힘들어하셨다. 오랜 시간 의자에 기대앉아 발을 계곡물에 담근 채 있는 것조차 체력이 떨어진 아빠에겐 고역이었나 보다.

하지만 아빠는 계곡에서 그런 내색을 하지 않으셨다.


어쩌면 당신 본인도, 생의 마지막 물놀이가 될 수도 있을 거란 생각을 어렴풋이 하셨던 게 아닐까.


그래도 만일 이번 여름이 정말로 아빠의 마지막 여름이라면, 물놀이를 하셔서 행복하셨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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