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와 전국노래자랑 - 아빠의 악성 뇌종양 이야기 5

뇌종양 말기 아빠와의 이야기

by 꿈꾸다
스크린샷 2025-08-27 081002.png <사진=KBS 홈페이지>


초등학생 시절 일요일 오전이면 부모님은 늘 전국노래자랑을 시청하시곤 했다.


어른들이 나와서 알 수 없는 노래를 불렀고, 화면에 잡힌 관객들은 박수를 치고, 또 누구는 일어나 얼싸 춤을 추며 흥겹게 무대를 즐기곤 했다.

그땐 무대에서 흘러나오는 대부분의 노래가 모르는 노래였고, 그저 부모님이 시청하시니 옆에서 같이 부분 부분 보곤 했다.


그리고 아빠가 편찮으신 뒤로 고향에 내려간 어느 여름날 일요일 오전.

힘겹게 아침 걷기 운동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아빠와 엄마는 자연스럽게 전국노래자랑을 시청하셨다.

그리고 소파에 부모님과 나란히 앉은 나는, 거의 30여년 만에 처음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전국노래자랑을 시청했다.


“와 아빠 어린애가 노래를 잘하네요”라고 내가 깔깔 웃으면,

아빠는 “그러네” 하고 아주 옅은 미소를 지으셨다.


83세 할아버지가 하모니카를 불고, 멋들어지게 노래를 부르는 모습에 아빠는 “어디서 노래 많이 불러본 솜씨가 분명하다"라고 말씀하셨다. 부모님과 나를 이어주는 연결고리, 우리에게 하나의 공감대를 선물해 준 ‘전국노래자랑‘이 그렇게 소중한 줄 처음 알게 되었다.


83세 할아버지를 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83세에도 저렇게 정정하신데…저분 보다 10살이나 어린 우리 아빠는 몸이 편찮으시구나'


부러우면서, 동시에 슬펐다.


그 어르신은 이날 최우수상을 탔다.


우리는 그렇게 전국노래자랑을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봤고, 또 한 번의 소중한 주말을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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