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잠을 깬 새 한 마리를 보며
의도치 않게
새벽에 일찍 깰 때가 있다.
그럴 때 나는
차가운 공기를 들이마시며
생각 없이 걷고 싶어
자리를 박차고 동네 천을 따라
이어진 길을 걷는다.
새들도 잠을 잔다.
날개를 이불 삼아
머리를 그 안에 숨긴
오리와 왜가리들을
지나친다.
그중 나와 같은 모습으로
잠을 깬 새 한 마리를 보았다.
새에게는 생각이 없겠지만
우리 둘의 공통점이 있다.
각성, 깨어남이다.
깨었는지, 잠들었는지도
모르게 2020년을 지내왔다.
꿈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시간들을 지나왔다.
그러나,
결국 깨어남으로
새해를 맞았다.
사방에 일렁이는 물결에
바위 위에 선 새는
한 발 겨우 딛고 간신히
버티는 모습 같지만
그는 언제라도 날아오를
날개가 있다.
나도 생각과 고민으로
버티고 섰던 자리를 박차고
이제는 날개를 펼치고
비상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