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간 친구를 생각하며
작년 12월 23일,
카톡에 생일을 맞은
친구 알림이 보였다.
작년 가을 40대 초반에
세상을 떠난 대학 동기였다.
20년 전, 나는 대학 입학 후
지방에서 올라와
간소한 짐을 4명이 함께
사는 기숙사 방에 풀었다.
젊다기보다는 어린 나이인
2000년. 스무 살의 나는
객지 생활에 잔뜩 긴장하고
새롭게 만난 환경과 사람들에
과도한 경계심을 품고 있었다.
서울 토박이이면서
삼수를 해서 나보다 2살 많은
동기는 종종 내 기숙사 방에
와서 술잔을 기울였다.
낯선 환경, 과도한 경계심에
늘 긴장해있던 내게
마음을 따뜻하게 해 준 것이 있으니
그의 집에서 먹은 아침밥이다.
수도권 지역의 한 영화제에서
밤새 영화를 보고 술자리가 이어졌다.
다음날 아침 서울에 위치한
그가 사는 집의 거실에서
나는 잠이 깼다.
일어나 보니 동기 형의 부모님과
누나들이 있었고 갈치구이와
갈비찜, 나물반찬이 가득 채워진 밥상에
나는 객지 생활의 고단함과 외로움을
잠시 떨칠 수 있었다.
졸업 후 그 형을 만나면
늘 그 밥상이 생각났다.
만나면 밥을 사주고,
아이들 주라고 내 주머니에
돈을 쑤셔 넣는,
마음 따뜻한 사람이 바로 그였다.
작년 봄, 그가 췌장암에 걸렸다는
소식을 전화로 들었다.
코로나로 인해 만날 수 없는
시간이 길어지고
어느 가을날 촬영이 끝나고
숙소로 돌아가는데 읽지 못한
카톡 하나가 있었다.
'오늘 우리 남편 천국 갔어요.'
갓 돌이 지난 딸을 남기고
친구는 세상을 떠났다.
영정 사진 속의 그는 여전히
따뜻한 미소로 웃고 있었다.
잘 차려진 밥상을 보면
이제는 다시 볼 수 없는
그의 얼굴이 떠오를 거 같다.
성탄절 이틀 전인 그의 생일에도
내게는 낯선 서울 거리를
함께 걸어주던, 친밀하게 말 걸어주던
그의 얼굴과 목소리가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