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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수경 Sep 21. 2021

홍보면 그냥 홍보지, 왜 홍보에 기획이 붙나요?

@ 2013년 전주세계소리축제_공연예술축제 홍보기획


7~8년 전쯤, 공연홍보기획자로 활동을 하던 나는 공연 말고 다른 프로젝트를 해보기로 결심했다. 물론 밥벌이 프로젝트를 찾던 때였고, 마침 아는 지인이 영화제 홍보팀장을 뽑는다는데 지원해 보는 게 어떻겠냐고 정보를 주었다. 공연 다음으로 좋아하는 게 영화였고, 문화예술 분야에 속하는 일이었으니 새로운 일에 도전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을 하고 응시를 했다.


면접을 보러 갔는데 영화제 프로그래머 두 명이 면접관으로 나와 있었고, 이런 저런 질문을 했다. 사실 딱히 실질적인 질문들은 별로 하지도 않아서 기분이 그다지 좋지는 않았는데 나오기 직전 한 프로그래머가 하는 말, 홍보면 그냥 홍보지 왜 홍보에 기획이 붙어요? 이건 뭐 홍보에 대해 알고 면접은 보는 건지 의심이 들었지만 당시 공연홍보기획 경력 8년차쯤 되었던 나도 순간 명확하게 답변을 하지는 못했다. 왜 홍보에 기획을 붙였지?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은 질문이었다.     


홍보는 관계를 형성, 구축하고 넓히는 일이다. 기획의 사전적 정의는 “어떤 대상에 대해 그 대상의 변화를 가져올 목적을 확인하고, 그 목적을 성취하는 데에 가장 적합한 행동을 설계하는 것을 의미”(네이버 제공), 즉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다. 공중과의 관계를 형성하고 확대해 나가는 데에도 전략이 필요하고, 전략을 짜기 위해서는 기획이 필요하다. 왜 홍보기획이라고 하느냐? 라는 질문은 전쟁터에서 아무런 준비 없이 일단 나가서 싸우라는 말과 같은 것이었던 셈이다.


기획은 주어진 예산 안에서 전략적인 방안을 가지고 계획을 세워 추구했던 목적과 목표를 실현시키는 것이다. 홍보를 기획한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공연홍보기획이란, 우리가 만든 공연을 최대한 많은 관객들이 보러 올 수 있도록 예산 범위 안에서 홍보를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계획하고, 그 방법들을 구현해 나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면접장에서 왜 나는 이 대답을 못했을까? 면접결과는 낙방이었지만, 이 질문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는 했다.     


공연 분야에서 부서나 팀을 구분할 때 보통 홍보기획팀 혹은 홍보마케팅팀으로 나누는 것 같다. 물론 홍보팀과 마케팅팀으로 나눠지기도 한다. 홍보와 마케팅을 개념적으로 살펴보면 앞서 말했듯 홍보는 공중과의 관계를 형성해 나가는 것이고, 마케팅은 실질적인 판매, 판촉을 하는 것이라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실무에서 일을 하다보면 홍보와 마케팅을 사실상 구분하는 것이 별의미가 없을 때가 많다. 확실한 건, 홍보에는 마케팅이 필요하고 마케팅에는 홍보가 필요하다는 사실! 두 가지 모두 결국은 많은 관객이 공연을 보러 오게 하는 것이 목적이므로 이를 통합하는 개념인 홍보마케팅팀으로 운영하는 것이 가장 적합한 것으로 보인다.


기획은 어디에나 필요하다. 마케팅에서도 기획의 틀은 똑같이 적용된다. 다양한 경험과 노하우가 필요한 것은 이렇게 주어진 같은 틀 안에서 한 끗 차이를 어떻게 만들어 내느냐에 따라 다른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나, 공연과 문화예술분야는 너무나 많은 변수들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공연홍보기획은 프로젝트를 할 때마다 어렵고, 매번 새롭다. 또 그런 만큼 흥미롭고 재미있다. 힘듦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일을 떠나지 못했던 이유, 지금까지 일을 하고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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