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과 하늘색 사이
예전에는 글을 두 곳에 쓰는 버릇이 있었다.
아무도 모르는 내 개인 블로그에는 어두운 이야기들을 쓰고
사람들이 적지만, 아주 없지는 않은 곳에는 밝은 이야기들을 쓰곤 했었다.
두 곳에 올린 글들의 온도차는 상당했었다.
상당하리라는 걸 어느 정도 예상하고는 있었다.
예상하고는 있었지만 나중에 다시 한 번 읽으면서 그 이질감에 사뭇 놀라곤 했었다.
밝은 글과 어두운 글,
하늘색의 나와 회색의 나,
둘 중 무엇이 진짜 나인가 고민하던 시절이 있었다.
때로는 어두운 글들을 애써 무시하고,
나는 낙천적이고 밝은 사람이라고,
정신적으로 성숙한 편이라고,
어느 정도는 착한 사람이라고,
그렇게 스스로를 속이곤 했었고,
또 때로는 비관주의자를 자처한 채,
내가 써제낀 밝은 글들은 한낱 정신승리에 불과하다고,
여기 이 글들을 보라고,
이게 진짜 나라고,
나는 용감한 척을 하는 겁쟁이라고,
그렇게 한없이 아래로, 아래로 침잠하곤 했었다.
이제와서 새삼 알게 된 것은,
둘 다 나라는 것.
어두운 글들에 애써 눈을 감고, 밝은 글만을 보려 하는 것이 정신승리이듯
어두운 면만 보고 그게 전부일 거라 생각하는 것도 무책임일 거라는 것.
동전을 오롯이 이해하기 위해서는 앞면과 뒷면 모두를 보아야 한다는 것.
아마도 인생이란,
전혀 동떨어져 있는 그 두 지점 사이에서,
균형의 키를 잡고,
마음이 그리는 곳을 향해 나를 조타질하는 일일 터,
중요한 건 역시나 균형.
고삐를 너무 느슨히 잡아도, 너무 세게 조여도,
목적지에 이를 수 없으니까.
앞 면으로 넘어지든 뒷 면으로 넘어지든,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는 것은 같으니깐.
그리고 두 면 가운데 어느 하나를 거부하지 않을 때,
회색과 하늘색 사이의 숱하게 많은 색들이 모두 나라는 사실을 인정할 때,
앞면과 뒷면이 위태로운 균형을 잡는 데 성공할 때,
동전은 비로소 앞으로 나아가게 되고,
그 아슬아슬한 곡예는 삶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