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물통 같은 내 마음
멜버른에 사는 것의 장점은 바다를 쉽게 볼 수 있다는 것.
그래서 바다와 하늘을 시간 날 때마다 일부러 많이 보려고 하고 있다.
나름의 순간순간의 명상, 마음 챙김 시간이라고 할까.
그리고 바다와 하늘을 볼 때마다 나는 나에게 말해준다.
"바다와 하늘처럼, 모든 것을 한계 없이 품어주고, 받아주는, 수용하는, 넓은 마음으로 살아야지"
요즘은 그런 내가 되고 싶은 모습과 거리가 먼 내 모습을 본다.
나의 마음의 그릇이, 내 마음 같지 않게 너무 작아져 버린 것 같다.
작은 돌멩이 하나에도 마음에 큰 파장이 일고, 마음이 흔들린다.
바다와 하늘 같기는커녕, 우리 집 고양이들 물통만큼 마음의 크기가 작아진 것 같다.
고양이들이 물장난 치려고 작은 고양이 손으로 한 번만 휘저어도 물통의 물이 반쯤 줄어들고, 주변이 물범벅이 되는 그런 모습. 그게 내 마음 같다.
평안하고, 흔들림 없고, 모든 삶의 일들과 상황들과 사람들과 부족한 나의 모습도 여유롭게 품어주는 한없이 넓은 마음을 가진 내가 되고 싶은데, 어쩌다 좁아져버린 마음의 그릇이 커지지가 않네.
그런 내 모습을 보는 것은 불편하고.
오늘 나에게 해주게 된 말
"하늘도 바다도 항상 너무 예쁘고 감동적이야. 말로 설명할 수 없을 만큼.
어떤 마음과 생각을 다 쏟아내도,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다 품어주는 아름 다움을 갖춘 바다와 하늘 같은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내 지금 모습은 우리 고양이들 작은 물통 같아. 그렇게 얕고 좁아. 그래도 괜찮아.
끝이 없게 넓고 품어주는 하늘과 바다가 그래도 내 옆에 있어주잖아. 나 대신 넓은 존재로 존재해 주잖아. 지금은 그것만 해도 다행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