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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리여행자 똥씨 Mar 15. 2024

여행자, 탐험자

인생이 가르쳐준 인생을 대해야 하는 태도

매일매일, 혹은 평생을 한 메시지만 기억하며 살아가야 한다면, 모든 걸 다 잊어버려도 꼭 붙잡고 싶은 한가지 메세지- 삶이 내게 가르쳐준 삶을 대하는 마음가짐이 있다. 살아간다는 것은 나에게 주어진 삶이라는 여정을 탐험하는 과정이라는 것. 사건, 내 마음의 반응, 생각의 반응, 지나가는 사람들, 지금 내 삶의 상황까지도.


며칠 전 바라본 아침 하늘은 안개가 뿌옇게 끼어 있었다. 안개 때문에 산이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생각했다. "안개가 가려 산이 보이지 않지만, 나는 그 뒤에 산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 


그렇다면 지금 내 인생이 안개가 낀 것처럼 느껴지는 순간에도 같은 원리가 적용될까? 내 앞길이 보이지 않고, 내가 어디에 서 있는지조차 불확실한 순간에도, 안개가 끼어있다고 해서 그 너머에 길이나 방향이 없는 것은 아니겠지? 안개 뒤에는 여전히 '산'—인생의 답—이 존재하고 있는 거겠지?


그러다 문득, '아니, 인생에는 정답이 없잖아. 그럼 인생에는 '산'도 없는 걸까? 인생 자체가 그냥 안개—불확실함, 알 수 없음, 정답 없음—그 자체인 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런저런 사색 끝에 엄마와 오빠에게 이 생각을 나누었다. 

오빠의 해석: 내 생각에는  인생에 있어서 안개에 가려진 '산’은 인생의 정답이 아니라, '만족감, 행복감’인 것 같아. 안개가 끼어 인생에서 만족감이나 행복감이 뚜렷하게 느껴지지 않을 때에도 인생의 만족감, 행복감은 언제나 존재하고 있는 것. 

엄마의 해석: 내 생각에는 인생에 있어서 '산’이란 우리의 인생 여정인 것 같아. 안개 뒤로 보이거나 가려진 존재가 아니라, 우리의 지금 살아있는 이 순간 순간이 산 속을 걸어가고 있는 여정인 거지. 안개가 낀 날은 우리가 걸어가는 길 앞이 뿌옇게 보이지 않고, 그래서 먼 앞길을 내다보지 못하고 한 치 앞만을 보고 걸어가야 하는 순간도 있고, 그 순간에도 우리는 여전히 인생이라는 여정을 걸어가고 있는 거야. 그 순간에 보이는 시야 안에서 그만큼만 걸을 수 있는 한 걸음을 걷는 거지. 길을 잘못 드는 것도 없어. 내가 지금 처한 상황에서 (예: 뿌연 안개 속에서) 그 순간에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가고 싶은 방향으로 한 걸음 내딛고, 그렇게 내디딘 곳에서 예기치 못하게 펼쳐진 새로운 장소들과 새로 이어진 길을 탐험해 나가고 걸어가는 거지. 비록 그 산속 길이 지금까지 아무도 지나가지 않은 닦여진 길이 아닐지라도 그 길과 여정조차 나름 의미가 있는 거지.


안개에 가려 보이지 않는 산을 두고 나, 오빠, 엄마는 각기 다른 해석을 했는데, 맞고 틀린 해석은 없지만, 왠지 엄마의 해석이 제일 와 닿았다.


인생은 그냥 주어진 순간마다, 충실하게 각 순간을 살아가고, 한 발자국씩 내딛는 여정이라는 것. 


탐험자/여행자로 살아가는 마음가짐은 힘든 상황에서도, 불편한 상황 속에서도, 내가 하고 있는 일들과 나의 선택들이 의심이 가는 순간에도, 나의 마음을 조금은 덜 흔들리고, 평안하게 안정시켜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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