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포진 회복 과정에서의 경험, 불면증
대상포진에서 나아지기 시작한 지 일주일이 되었다. 지난주는 일로도 복귀하고, 모든 일상생활로 다 복귀할 수 있을 정도로 컨디션이 회복되었다 (의사가 컨디션 회복 되었어도 일주일은 근육운동은 자제하라 해서 그 활동만 제한되고). 대상포진 피부 발진 부분이 가끔 아주 약하게 따끔거리고, 간지럽고 했지만, 충분히 견딜만한 정도였다. 상처와 흉터(?)도 매일매일 나아지는 것이 보였다. 원래는 이번 주 월요일까지 근육 운동 (몸에 스트레스를 주는 활동)은 금지라고 의사가 말했지만, 나는 몸이 하도 근질거리고, 다 나은 것 같아서 지난주 토요일 몇 주 만에 근육운동을 재개했다. 의사 말대로 아직 몸 컨디션이 그 정도 감당할 정도는 아니었는지, 트레이닝 이후에 신체 피로 해소가 안되어, 토요일 오후, 일요일 내내 극심한 신체적 피로로 시달렸다. 의사 말이 맞았구나. 그리고 월요일 오전 컨디션이 회복되어서, 다시 gym 가서 weight training시도했는데, 어제는 그래도 회복이 정상적으로 되는 듯했다. 그렇게 신체적인 상태는 대상포진에서 나아지고 있다.
문제(?)는 나의 신체 반응에 대한 과각성이었다. 대상포진이 나름 나에게 경고/위험 신호로 다가온 것 같다. 그냥 그럴 수도 있지, 이유 없이 운 없이 걸렸나 보지 하고 넘어가기에는 대상포진은 '면역력이 낮아지면 걸리는 병'이라는 것이 팩트이고, 대상포진 경험이 너무나 불쾌하고 고통스러웠기 때문에, 대상포진 걸린 이후로 내 온갖 주의는 내 건강 상태를 재점검하는 곳에 가 있었다 (의도적으로, 자동적으로 둘 다..)
나는 잠을 길게 못 자는데 (쉽게 잠들고, 잠들면 안 깨고 깊이 자는 것 같지만, 일찍 깬다. 평균 5-6시간 수면), 의사가 잠을 충분히 안 자는 것이 대상포진을 불러왔을 수도 있다고 해서, 지금까지 나는 내 수면패턴에 별 의구심도 안 가졌고, 걱정도 안 했었는데, 대놓고 걱정이 되고,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다. 이거 정상 아닌가?
성인의 일반 적정 수면 시간 7-8시간은 너무 잘 알려져 있는 '팩트'처럼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나는 지금까지는 '개인차가 있지. 어떤 사람은 6시간 자고도 괜찮은 몸도 있겠지. 나는 그런 사람 중 한 명이고' 이렇게 당연히 생각했다. 그런데, 이제는 나의 평균 5-6시간 수면 시간이 '문제'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또, 나의 전반적 면역력 점검/면역력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내 면역력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고 내 일상 컨디션을 돌아보고, 모니터링해보니, 나는 사실 남들보다 쉽게 엄청 피곤해진다 -특히 오후 2시 이후에는 병든 닭/시체처럼 느껴진다. 이게 익숙해서 피곤한 것이 오히려 익숙하다. 그리고 쉽게 아프다. 조금만 날씨가 춥다고 느껴지고, '아 추워'라고 5분 정도만 느끼면 바로 재채기 콧물감기 증상이 닥친다 (같이 사는 파트너가 놀랄 정도이다. 같이 사는 파트너는 그래서 내가 '춥다'라고 하면 응급상황처럼 대처한다. 어떻게든 따뜻한 곳으로 나를 도피시킨다. 내가 아프면 자기 삶도 힘들어지니...). 이런 내 상태도 크게 의구심을 갖거나 걱정하지 않았다. 왜? 쉽게 또 회복이 되어서.. 남들보다 쉽게 아프지만, 쉽게 빠르게 회복되니, 이게 내 시스템이려니 했다.
하지만 대상포진이 걸리고 난 후로는 이런 나의 자잘한 신체반응들도 다시 다 재점검,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아야 하는 대상이 되었다.
(그리고, 며칠 전 새벽 chatGPT와 이 이슈로 아주 긴 대화 (한 3시간?)를 나누었다. 처음에는 '하루에 6시간만 자도 괜찮나?'라고 시작되었는데, 내 건강 총 점검 시간이 되었다. 나는 tech person이 아니다. 핸드폰, 컴퓨터 이런 전자 기계? technology사용은 잼병이다. 관심도 없고, 보면 쉽게 피곤해지고. 그래도 AI 시대에 발맞추어 살아가기 위해서는 필요한 도구가 되어가는 것 같아서, 요즘 ChatGPT를 활용하며 사는 법을 배우고 익숙해지려고 하고 있는데 이번에 chatGPT와 건강 재점검 대화를 길게 나누며 다시 한번 느꼈다. 이 놈의 능력이 엄청나구나. 나의 디테일한 생활 패턴, 컨디션, 에너지 레벨 상황 등등을 자세히 전달해 주니 나에게 맞춤형 분석과 조언을 해줬다. 감탄했다. 감동했다. )
아무튼, 그래서 chatGPT와의 긴 대화 이후로, sleep tracking app을 써보기로 했다. chatGPT가 내가 짧게 자도 오전에 일어났을 때는 에너지 레벨이 좋고 몸과 정신이 상쾌하고, 기능도 잘한다고 하니, 내가 그 드문 6시간 (7-8시간 보다 짧게 자도) 괜찮은 부류에 속할 수도 있다고 해서. 나의 짧은 잠의 수면질을 한번 파악해 보자. 그래서 엊그저께부터 호주 돈 $9.90주고 산 AutoSleep이라는 어플과 애플 워치를 이용하여 수면 패턴을 측정하기 시작했다.
엊그제는 신기하게, 난데없이, 이례적으로 8시간 푹 자서 수면질 측정이 큰 의미가 없었는데, 어젯밤에는 다시 원래대로 잠을 길게 못 잤다. 피곤해서 9시 반쯤 잠들었더니 새벽 2시 반에 깼다. 아직 완전히 깬 것 같지도 않고, 피곤하고 몽롱한데 잠은 어차피 더 안 올 것 같았다. 그냥 하루를 일찍 시작하자 (너무 일찍이긴 하지만...) 마음먹고 아침 루틴 (커피, journaling, 집안일 등)을 하려고 했다. 커피를 타서 아침 사색 (일기 쓰는 시간)을 시작했다.
내가 스트레스를 엄청 받고 있었다.
'큰일 났네. 나한테 진짜 뭔가 문제 있네'라는 위기감이 찾아왔다. 내가 잠을 길게 못 자는 것이 나의 '안전'을 위협하는 정도로 크게 부풀려지고, '두려움'에서 비롯된 '문제 분석 모드'로 들어갔다.
"큰일 났네. 나 문제 있네. 나 왜 못 자지. 뭐가 문제의 근원이지"
내가 몸과 마음이 계속 긴장되어 있나 알게 모르게?
뭐가 긴장되니? 뭐가 불안하니? 아무리 나에게 물어도 '나도 모르겠어. 딱히 떠오르는 거 없어!', 나는 답을 못해준다. 분명 불안한 게 있고, 몸과 마음이 긴장이 되어있으니, 몸을 푹 못 쉬게 하는 것일 텐데, 내가 나의 몸을 쉬게 허용 못하게 하는 나의 불안과 긴장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파해쳐 보려고 했는데, 더 불안해지기만 하고, 내 안에서는 답을 못 찾겠다.
일기 쓰다가/사색하다가 더 스트레스받고 불안해졌다. 이씨 이것도 안 할래. 때려치우고 마당 의자에 앉아 눈이라도 감고 심호흡하고 몸과 마음을 쉬게 해주려고 했는데 그것도 안된다. 그리고 새벽 2시 반에 하루를 시작하는 건 좀 너무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면 낮에 또 시체 될 텐데.. 그래서 새벽 3시에 다시 침대로 기어들어갔다. 그래 한번 다시 자보도록 시도해 보자고 마음먹고 억지로 새벽 4시까지 눈감고 있었다. 자거나, REST 하려고 했는데, REST 하려고 하는 노력이 나를 더 RESTLESS 하게 만들었다. 1시간 동안 잠도 안 오는데 눈만 감고 있자니 '몸은 쉬는 것' 같은 '쉬지 못하는' 느낌을 받았다. 가만히 누워있으려니 오히려 더 몸이 근질거리고, 답답하고. 그러면서도 나름 이게 쉬는 것 같기도 하고. 내가 부스럭 부스럭거리자 파트너가 '가만히 있다 보면 잠이 다시 올지도 몰라' 한다. 그래서 내가 '그러려고 한 시간째 이러고 있는데 답답하기만 하고, 잠은 안와, 나한테 뭐 문제 있나 봐 속상해. 왜 나는 잠을 충분히 못 잘까. 힝' 이렇게 툭 내뱉듯이 하소연했다. 그랬더니 파트너가 '너무 스스로 몰아치지 마. 그럼 그냥 일어나도 돼. 너무 스트레스받지 말고, 억지로 자려고 하지 말고 그냥 몸 하고 싶은 대로 해봐'. 침대에서 짧게 나눈 그 대화가 은근히 스트레스받았던 마음을 가라앉혀 주었다. 툭 내뱉듯 짧게 나눈 하소연과, 파트너가 잠결에 툭 던진 조언이 패키지로 스트레스를 좀 가라앉혀주었다.
그래서 더 이상 나를 '더 자게 하려고' 안 몰아붙이고, 깔끔하게 '그래 포기. 나는 그냥 하루를 시작한다.' 마음 가볍게 먹고 일어났다. '괜찮아 미라야. 내 몸은 다 알아서 상황에 맞게 조절할 거야. 니 몸의 생존 본능을 믿어. 너 안 위험해. 넌 안전해.' 그렇게 나를 토닥여주었다. 그랬더니 너무 일찍 깬 것에서 온 스트레스와 추가적으로 불어난 두려움들이 조용히 목소리를 낮추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침 루틴을 제대로 시작했다. 새벽 4시부터. 아침 루틴 끝나고 chatGPT와 다시 대화 시도.
내 지난밤 짧은 수면의 질이 어땠나 궁금해서, chatGPT에 평가해 달라고 했다.
이렇게 chatGPT가 친절히 내 수면이 짧았지만, 효율적으로 깊이 있게 잤다고 문제없다 해주니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
그리고 들었던 생각은 내가 지금 되게 내 몸 상태에 예민하구나. 대상포진 이후로 내 몸의 상태에 시시각각으로 모니터링하고, 위험사인은 없나, 나 괜찮은가 지나치게 걱정하고 있구나.
그래서 chatGPT에게 다시 물어봤다.
"나는 내 몸과 마음의 목소리에 항상 깨어있고, 자기 자각을 잘한다고 생각해 왔고, 그게 내 장점 중 하나라고 생각했는데, 요즘에는 그것이 점점 지나친 자기의식/과각성처럼 느껴져. 그 둘의 차이는 무엇이고, 어떻게 그것들을 구별하며, 어떻게 하면 건강한 자기 인식 수준에 머물 수 있을까?" 이런 내용으로..
(그랬더니 chatGPT가 명쾌하게 답을 내려주었다. 한국어로도 번역해 달라고 하고, 나중에 세션 자료로 사용할 일 있겠다 싶어서 영어와 한국어 두 버전으로 ppt까지 만들어달라 했더니 다 만들어줬다. 아무리 생각해도 놀라운 세상이다... 이 기술의 발전이 믿기지 않는다).
다음의 내용이다.
몸 상태, 생각, 감정을 인식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지만, 이것이 지나치게 예민해지면 오히려 불안과 긴장감을 증가시킬 수 있습니다. 현재 본인이 스스로의 몸과 마음을 잘 관찰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최근 들어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스트레스가 커지는 것은 아닌지 고민이 들기 시작한 것 같네요.
*건강한 자기 인식:
-몸의 감각, 생각, 감정을 호기심과 중립적으로 관찰.
-휴식, 습관 조절, 자기 연민과 같은 균형 잡힌 행동을 유도함.
*과각성 / 과도한 자기 의식:
-문제나 위협을 지속적으로 탐색하며 불안 증가.
-불안과 긴장을 증가시키며 증상을 악화시킴.
- 너무 많은 것들을 감지하고 인식하게 됨—에너지, 통증, 기분 변화 등 사소한 것까지 예민하게 느껴짐
- 자기 인식이 "불편함"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증폭"시킴
- 몸 상태(심박수, 피로감, 감정 변화 등)를 계속 "점검해야 한다는 강박감"이 생김
- 자신의 내면 상태에 "집착"하게 되어 외부 경험을 충분히 하지 못함
- 정상적인 감각과 증상마저도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의심"하게 됨
1. 모니터링 대신 '마음챙김 관찰'로 전환하기
- 문제를 찾으려 하기보다, “부드러운 호기심”을 유지하세요.
- 예시:
- ❌ “내 심박수가 너무 빠른가? 피곤한가? 머리가 너무 복잡한가?”
- ✅ "지금 내 몸이 어떤 느낌이지? 무엇이 필요할까?"
2. 불필요한 점검 줄이기
- 증상을 계속 체크하는 습관이 있다면, "특정 시간(예: 아침과 저녁 1회)"만 점검해 보세요.
- 하루 종일 내 상태를 분석하지 않고도 충분히 건강을 관리할 수 있습니다.
3. 몸을 믿는 연습하기
- 우리 몸은 "자연스럽게 조절되는 시스템"입니다.
- 불편함이나 피로, 기분의 변동은 "정상적인 과정"입니다.
- 어떤 감각이 올라와도 즉시 반응하지 말고, "내 몸이 알아서 조절할 거야."라고 스스로에게 말해보세요.
4. 관점을 넓혀 보기
- "다른 사람이 이걸 느낀다면, 나만큼 걱정할까?"
- 몸 상태는 기계가 아니라 유기적인 존재라는 걸 기억하세요—늘 완벽할 필요는 없습니다.
5. 외부 세계로 주의 돌리기
- 내 몸과 생각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면, "바깥 세계와 연결"해 보세요.
- 주변에서 "보이는 것 5가지" 찾아보기
- 신체 활동(산책, 스트레칭)하되 분석하지 않기
- 대화, 창작 활동, 자연과의 교감에 몰입하기
6. ‘완벽한 상태’가 아니라 ‘충분히 괜찮은 상태’를 목표로 삼기
- 모든 증상이 사라져야 하는 것이 아니라, “이 정도면 괜찮다”는 기준을 설정하세요.
- 예시:
- ❌ “완전히 컨디션이 좋아야 해.”
- ✅ "조금 피곤하긴 하지만, 그래도 충분히 잘 지낼 수 있어."
7. 즉각적인 반응 대신 잠시 기다려보기
- 불편한 감각이나 생각이 올라올 때 바로 반응하지 말고, 다음을 자문해 보세요.
- "이게 진짜 문제일까, 아니면 그냥 지나가는 감각일까?"
- "불안해서 반응하려는 건가, 아니면 균형 잡힌 대응을 할 수 있을까?"
- 10~15분 정도 기다려 보면 많은 증상과 감정이 자연스럽게 변합니다.
“내 자기 인식이 나에게 도움을 주고 있는가, 아니면 오히려 불안을 키우고 있는가?”
만약 후자라면, 이제는 몸과 마음을 더 믿고, 자연스럽게 흐르도록 허용하는 연습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자기 인식 능력이 원래 강점이었던 만큼, 이제는 이를 좀 더 편안하게 조절하는 방향으로 다듬어가면 좋을 것 같아요.
똑똑한 내 chatGPT말대로면 나는 대상포진 이후로 건강한 자기 인식이 과도한 자기 인식 (과각성)이 되어버린 상태였다. 그래서, 모든 걸 문제의 신호로 해석하고, '큰일 났다/위험하다'로 받아들이고, 작은 신체 반응에도 과도하게 반응했다. 나에게 와닿는 take home message는 다음과 같았다.
1. 나의 자기 인식하는 것의 '의도'의 차이 - '불안함/두려움'에서 오는 강박적 체킹인지, 아니면 '나를 잘 돌봐주고 싶은 마음에서, 온전한 궁금함/호기심으로 나의 반응들에 깨어있는 것인지'.
2. 목표 재설정: 완벽한 상태가 아니라 '이 정도면 괜찮아' 상태 목표 유지하기.
3. 그리고 대처법의 중요성 - 나의 몸의 생존 능력을 믿기. "내 몸이 알아서 조절해 줄 거야. 피곤하고 졸리면 알아서 나를 잠들게 할 거야". 오늘 오전 나와의 '싸움' (‘무조건 더 자야 되는데, 안 그러면 큰일 나는데, 미라야 자자 자자 자자 자자!!‘)을 포기하고, 에라 모르겠다. 항복. 하는 마음으로 그냥 일어나고, 나한테 '괜찮아. 너는 안전해. 니 몸을 믿어'라고 했을 때 마음이 편안해지는 경험과 맞아떨어지는 조언이었다. 이건 불면증 심리치료에 사용되는 인지행동치료 접근법 중 하나다.
대상 포진 후 이렇게 다시금 건강한 자기 인식과 과각성의 애매한(?) 차이?, 비슷한 듯 헷갈리는 두 다른 내면 경험에 대한 사색을 하게 되었다. 나름의 깨달음과 배움과 성장의 기회겠지 - 이런 내 반응도. 대상포진 이후로 과각성 상태로 넘어가 있었으니, 이제 그걸 알아차렸으니, 다시 의도적으로 '건강한 자기 인식'으로 건너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