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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래의창 May 31. 2018

비난 1번이 칭찬 99번보다 강하다. 왜 그럴까?

뇌 이야기 - 엄청나게 똑똑하고 아주 가끔 엉뚱한 

몽둥이나 돌로는 내 뼈를 부러뜨릴 수 있을지라도, 
비난의 말 따위로는 결코 나를 해칠 수 없다.

이 속담을 자세히 따져보면 절대 말이 되지 않는다는 걸 알 수 있다그렇지 않은가첫째우선 뼈가 부러지면 그 고통은 상당히 심하다그렇기 때문에 일반적인 고통의 기준으로 삼을 수 없다둘째만약 비방이나 모욕이 전혀 우리에게 해가 되지 않는다면애초에 이런 속담은 왜 만들어졌을까좀 솔직해보자비난은 분명 기분 나쁘다
  
예를 들어 머리 스타일을 바꿨을 때이를 칭찬해주는 사람이 얼마나 많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내 모습을 보고 칭찬을 하기 전에 머뭇거렸거나싫증난 듯한 눈길을 주었던 사람즉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사람이 결국 여러분의 마음에 남아 기분을 상하게 만든다이건 무슨 현상일까우리 뇌는 왜 비난을 이처럼 심각하게 받아들일까? 답은 여러 가지다.
  
뇌에는 일반적으로 좋은 것보다 나쁜 것이 더 큰 힘을 발휘한다아주 근본적인 신경학적 관점에서 보면,비난이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것은 코르티솔의 작용 때문이다코르티솔은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뇌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이다이는 지속적인 스트레스로 인해 생기는 모든 문제의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코르티솔의 분비는 주로 HPA (시상하부 뇌하수체 부신 축)에서 담당한다. HPA 축은 스트레스에 대한 일반적인 반응을 조율하는 뇌와 몸의 신경 및 호르몬을 조절하는 영역이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다최근 연구에 따르면 HPA 축은 선택적 스트레스에 반응해 특정 환경(목표 달성 등)에서만 활성화된다고 한다.
  
우리의 여러 목표 중 가장 분명한 목표는 자기 보호다. 따라서 계속 살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는데 이 목표를 방해하는 일이 생겨 살아가는 것을 막는다면, HPA 축은 스트레스 반응을 일으킨다이는 과거에 HPA가 모든 것에 반응한다고 믿게 된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인간은 모든 곳에서 자기 자신에 대한 위험 요소를 발견할 수 있고또 실제로 위험해지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타인의 생각이나 반응에 상당히 의존한다사회적 자기 보호 이론에 따르면 인간은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유지하려는 동기가 깊이 뿌리박혀 있다고 한다이로 인해 사회 평가적 위협이 발생한다다시 말해 개인의 사회적 입지 혹은 이미지를 위협하는 것은 모두 타인에게 호감을 얻으려는 목표를 방해하며따라서 HPA 축이 활성화되어 코르티솔을 분비시킨다. 






비난은 우리의 자존감을 공격하고 잠재적으로 자존감을 해치게 된다. 그리고 타인에게 호감을 얻고 인정받으려는 우리 목표를 방해한다이때 이러한 스트레스로 인해 코르티솔이 분비되고코르티솔은 여러 가지 생리적 영향을 일으킨다동시에 우리 뇌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코르티솔은 다른 호르몬과 함께 이러한 신체적 현상이 일어나도록 만든다그 결과 우리는 예민해지고 이에 대한 기억에 더 집중하게 되는 신체적 반응을 실제로 겪게 된다
  
물론 칭찬받을 때 역시 기쁨을 느끼게 하는 호르몬인 옥시토신을 분비시킴으로써 신경학적 반응을 일으킨다그러나 이때의 반응은 약할 뿐만 아니라 아주 순간적으로 일어난다칭찬을 받을 때 나오는 옥시토신의 화학반응은 약 5분 안에 혈류로부터 사라지지만비난을 받을 때 나오는 코르티솔은 한 시간 이상심지어 두 시간까지도 지속된다. 코르티솔의 효과가 훨씬 오래 가는 것이다기쁨이 순간적이라는 점은 다소 잔인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뇌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특정 화학물질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칭찬보다는 비난에 집중하게 되는지에 대해 다른 이유를 좀 더 찾아보도록 하자대부분의 사람들은 사회적 규범이나 에티켓에 따라 타인에게 존중하는 태도를 보인다그런데 뇌는 새로운 것을 선호하기 때문에 사회적 규범에 대해서는 별로 신경을 안 쓴다항상 일어나는 일이라면 무시해도 무방한데 뭐 하러 아까운 정신적 자원을 낭비하겠는가?
  
그러나 비난은 사회적 규범처럼 일반적인 것이 아니므로칭찬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친다관객들이 웃고 있는 가운데 딱 한 명이 못마땅한 표정을 짓고 있으면다른 사람들의 표정과 너무 다르기 때문에 더 눈에 띈다마찬가지로 잘했어라는 의미 없는 반응에 익숙해져 있는 상황에서 누군가 이 쓰레기야!”이라고 한 다면이는 흔히 듣는 말이 아니므로 훨씬 더 귀에 거슬리게 된다그리고 불쾌한 일이 생기면 왜 그런 일이 생겼는지 알아야 다음에도 같은 일이 반복되는 것을 피할 수 있으므로우리 뇌는 여기에 더 집중하게 된다. 그러므로 비난은 칭찬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하는 것이다






뇌가 잠재적인 위협 요인을 찾아내어 대응하는 섬세한 시스템을 가진 덕분에오늘날의 섬세하고 문명화된 인간으로 발전하게 되었다하지만 여기에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인간의 복잡한 지능은 위협 요인을 찾아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예측하고 상상해내기도 한다뇌가 위협 요인을 피하기 위해 찾아다니다가 급기야는 스스로 위협을 만들어내고 있다니정말 잔인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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