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는 어떻게 일하는가
언어를 모르면서 만들 때와 제대로 알고 만들 때는
‘어떤 것에 비중을 두느냐’에서부터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다.
네이버는 포털 서비스를 시작한 1990년대 말부터 국어, 영어와 같은 필수 사전과 중국어, 일본어 등 주요 외국어 사전 출시를 지속해왔다. 하지만 2005년을 전후해서 새로운 언어에 대한 사전 서비스 출시가 일시 중단됐다. 종이 사전 디지털화에 불과했던 사전 서비스를 온라인에 맞게 변화시키는 일에 우선순위가 부여됐다. 단어장, 미니사전 등을 포함해 단어와 예문의 발음을 온라인에서 직접 들을 수 있는 기능 등을 추가했다.
사전팀은 외연을 더 늘려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렸다. ‘프랑스어, 독일어, 스페인어 같은 언어들은 온라인 사전을 만들지 않아도 되는 걸까’ 다행스럽게도 2010년 들어 프랑스어 사전 온라인 서비스를 실시하자는 결정이 이루어졌다. 듣던 중 반가운 소식이었다.
프랑스어 사전 서비스 준비에 나선 사전팀이 가장 먼저 한 일은 무엇이었을까. 바로 프랑스어를 배우는 일이었다. 사전팀 기획자부터 운영자, 개발자, UX 디자이너까지 모두 ‘un, deux, trois(프랑스어에서 숫자 1, 2, 3을 세는 말)’에서부터 시작했다.
새로운 언어를 공부한다는 건 매우 피곤했지만 새로운 언어 사전 출시를 갈망했던지라 군말 없이 임했다. “언어를 모르면서 만들 때와 제대로 알고 만들 때는 ‘어떤 것에 비중을 두느냐’에서부터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다. 그래서 짧게라도 프랑스어의 기본을 배우는 과정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다.”당시 네이버 사전팀장의 얘기다.
난관을 헤치고 프랑스어 사전을 만들어내자 뿌듯함이 밀려왔다. 무엇보다도 이용자들이 보낸 작지만 긍정적인 반응들은 직원들의 마인드를 바꿔놓기에 충분했다. “꼭 필요했던 서비스였다”, “다른 언어들도 꼭만들어달라"라는 얘기였다. 이 같은 성원에 힘입어 사전팀 직원들은 스페인어, 독일어와 같은 또 다른 언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새로운 사전 서비스 론칭은 계속되고 있다.
부동산 모바일 앱을 준비할 때도 의미 있는 ‘삽질’은 이어졌다. 처음 앱을 만들 때부터, 마땅한 사업 모델이 나오지 않은 기술인 AR(증강현실)을 접목하고자 한 것이다. 스마트폰은 내 위치를 중심으로 주변 아파트 매물 정보를 공간에 뿌려서 보여줄 수 있었다. 그래서 당시 네이버 부동산 앱 콘셉트는 ‘걸어 다니며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현장감 있는 부동산 정보’였다.
2011년 초여름, 부동산 AR 프로젝트가 출범했다. 네이버 부동산팀 또한 프로그래밍 언어부터 공부하면서 기초를 다졌다. 또한 ‘화면에 어떤 정보를 어떤 식으로 뿌려야 할지’ 앱 구조 설계에 대한 고민도 해야 했다.
여러 가지 실험들이 시작됐다. 최초에는 3D 느낌을 주기 위해 멀리 있는 부동산일수록 작게 표시되도록 했다. 하지만 너무 작아서 유저들이 선택하지 않는 문제가 있었다. 그래서 가까울수록 화면 아래쪽, 멀어질수록 화면 위쪽에 표시했다. 대신 내 주변 반경 범위를 100미터에서 1.6킬로미터 단위로 선택할 수 있게 했다.
네이버는 일련의 과정 속에서 여러 가지 교훈들을 몸소 체득한다. 앱 속도를 향상시키기 위해 ‘앱 자체에 저장하는 정보’와 ‘서버와의 통신을 통해 가져오는 정보’를 구분해 효율을 높인 것이 대표적인 예다.
앱이 ‘죽는’ 현상을 막는 방법도 알게 됐다. 이를테면 앱이 최초에 부산 해운대구를 보여달라는 요청을 처리 중인 상태에서 경기 성남시 분당구를 보여달라는 요청이 들어온다면 어떻게 될까. 내부 충돌이 일어나 앱에서 튕겨 나가게 되는 현상이 발생한다. 부동산팀에서는 이 같은 현상을 발견한 뒤 앱에서 일어나는 모든 명령을 모아 취소된 명령 말고 유효한 명령만을 내보내도록 정리해 해결했다.
현재 사전과 부동산은 모두 네이버를 대표하는 서비스가 되었다. 새로운 도전과 시도가 역량 축적과 결실로 이어진 것이다. 처음에는 ‘맨땅에 헤딩하기’였는지 모르지만, 이것이 결국 후일 글로벌 메신저 서비스 ‘라인’의 성공을 이끈 발판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 본 포스트는 《네이버는 어떻게 일하는가》을 웹연재용으로 편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