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투 워라밸
얼마 전 회사에 새로 입사한 신입사원과의 식사자리에서 “자네 이제 입사도 했는데, 앞으로 꿈이 뭔가”라는 부장님의 물음에, 신입사원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이렇게 답했다
그냥 부족하지 않을 정도로만
적당히 벌고 적당히 잘 살았으면 좋겠어요
나는 신입사원의 이 대답에 무릎을 탁 칠 수밖에 없었다. 바로 저 말이 워크 앤드 라이프 밸런스, 줄여서 ‘워라밸’이 지향하는 이상향이라는 것을 순간적으로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잘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어떻게 사는 게 잘 사는 걸까?
질문을 바꾸어보자.
“왜 직장에 다닙니까” 누군가에게 묻는다면 대부분의 직장인은 아마도 “돈을 벌기 위해 다닙니다”라고 답할 것이다. 직장이란 결국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라는 뜻이다.
그 말은 곧 직장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돈’과 ‘잘 산다’는 개념은 분명히 관계가 있지만, 돈이 많은 것이 곧 잘 사는 것은 아니라는 걸 현대인들 대부분은 이미 알고 있다. 상사의 인정도, 돈도, 직장 자체도 결코 내 인생 전부가 될 수 없다는 사실, 그리고 그에 대한 깨달음.
워라밸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미국의 대형 구직 사이트 ‘커리어빌더’에서 미국 직장인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하였다.
당신은 회사 내에서 리더 (부장 이상)가 되고 싶은 의향이 있습니까?
설문에 참여한 미국 직장인 3,000여 명 중 34명만이 리더(부장 이상) 역할을 원했고, 단 7명만이 C-Level(고위 임원급)이 되기를 희망했다고 한다. 나머지 2,959명은 왜 리더 역할을 원하지 않은 것일까.
가장 큰 이유는 ‘현재의 업무나 직급에 만족해서’(52%)였으며 34%를 차지한 두 번째 이유는 바로
일과 삶의 균형을 지키기 위해서
유럽과 미국에서 회사와 가족은 그런 관계인 것이다. 회사를 다닌다는 것은 분명한 목적이 있기 때문이고, 그 목적은 가정보다 우선할 수 없다. 물론 일과 삶의 비율은 지극히도 개인적이고, 주관에 달려있기에 모든 것은 자신의 선택이다.
그러나 적어도 그들이 살아가고 있는 사회에는 워라밸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안정적으로 그 균형을 맞출 수 있도록 사회와 기업 차원의 시스템이 마련되어있다.
인은 일단 삶의 많은 부분을 포기해야 한다. 한국 직장인이 가져야 할 덕목 중 가장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건 여지없이 성실함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회사에서 그 성실함의 척도는 개인의 업무 성과가 아니라 야근 횟수나 주말의 초과근무량이 되어버렸다.
요즘 젊은 직장인들은 관리자들을 보면서 대부분이 관리자 따위는 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중에는 ‘못 하는’ 사람도 있겠으나, 일단 ‘안 한다’고 먼저 선언하기도 한다.
근무시간의 절대적인 합과 무조건적인 충성심이 사회생활의 필수라는 법칙을 깨닫는 순간, 회사와 정상적인 삶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는 것도 함께 깨닫기 때문일 것이다.
* 본 포스트는 《하우투 워라밸》의 본문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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