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세계적인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그의 대표작인 《제3의 물결》이라는 책에서 ‘프로슈머 prosumer’의 등장을 예견했다. 판매나 교환을 위해서라기보다 자신의 사용이나 만족을 위해 제품, 서비스 또는 경험을 생산하는 이들을 가리켜, 생산과 소비를 겸한다는 의미의 ‘프로슈머’로 지칭한 것이다.
이 프로슈머 개념이 대한민국 시장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1인 1마켓, 1인 기업, 1인 크리에이터……. 2030 소비자 사이에서 회자되는 키워드다. 기존의 기업이나 유통의 메커니즘이 아니라 개인이 SNS나 블로그와 같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직접 판매에 나서면서 시장의 주역으로 활약하고 있다.
토플러가 ‘생산 활동에 참여하는 소비자’라는 의미에서 프로슈머라는 용어를 사용했다면, 이들은 ‘판매 활동에 참여하는 소비자’라는 의미에서 셀슈머sellsumer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셀슈머들이 판매하는 상품과 채널은 매우 기본적이면서도 무척 다양하다. 이는 생명을 이루는 기능적・구조적 기본 단위이며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세포cell와 유사하다. 이에 《트렌드 코리아 2019》에서는 프로슈머 2.0 형태의 공급자들이 주도하고 있는 극도로 세분화된 세포 단위의 시장을 ‘세포마켓Cell Market’이라 명명한다.
세포마켓은 전문성을 바탕으로 자기만족을 추구하면서
유급 생산 또는 유통을 개별적으로 수행하는 개인 마켓을 의미한다
세포분열이나 성장 및 분화를 촉진하는 다양한 물질을 세포 성장인자cell growth factor라고 부른다. 시장에서도 세포마켓이 분화하고 성장하게 된 요인들이 다양하게 존재하는데, 세포마켓이 성장할 수 있는 자양분으로 작용하고 있는 다양한 인자가 무엇인지 살펴본다.
1) 기술적 인자: 스마트폰, 소셜 혁명의 수혜자들
무엇보다도 판매 채널을 열기 위한 관문이 낮아졌다. 자본과 설비를 갖추지 않아도 누구나 스마트폰만 있으면 마켓을 열 수 있게 되었다. 게임・디자인・패션・뷰티 등 다양한 영역에서 자신의 재능을 전문화시키며 소득원으로 삼을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것이다. 다시 말해 누구나 생산수단을 보유하게 되었다.
결제 기술의 발달도 세포마켓 발전의 동인이다. 현금이나 신용카드 이외에도 다양한 ‘○○페이’와 같이 비대면 결제수단이 속속 보급되면서 셀슈머들이 판매 활동을 벌이기 위한 장벽이 급격히 낮아지고 있다.
2) 사회적 인자: 고용 위축과 N잡러의 대두
취업난과 조기 은퇴로 자의든 타의든 한 직장에만 매달릴 수 없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났다. 그 결과 최근에는 여러 일과 취미를 병행해 자아실현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바로 N잡러라 불리는 새로운 족속이 등장한 것이다. 퇴근 후 1인 크리에이터 활동을 위해 수십만 원을 들여 유튜브용 방송 장비를 장만하거나, 취미로 시작한 활동이 전문성을 띠게 되는 식이다.
일례로 대도서관 역시 처음에는 대기업을 다니던 평범한 회사원이었다. 퇴근 후 소소하게 하던 유튜브 방송이 인기를 끌면서 광고 수입이 연봉을 넘어서자 부업이 주업이 된 케이스다. 이들은 투잡으로 시작해 자아실현을 이루거나 본업에 집중하면서 부업으로 일을 확장해나가는 등, 누구나 꿈꾸는 ‘덕업일치’의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다. 당연히 이러한 성공을 선망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3) 판매자 인자: 저성장기의 리스크 관리와 투자가성비 중시
전반적인 글로벌 저성장기를 맞아 투자의 리스크를 더 보수적으로 관리하고 이른바 가성비 높은 투자 전략을 모색하다 보니 세포마켓이 증가하는 측면도 존재한다.
상대적으로 큰 투자를 할 수 있는 대기업에서도 적은 비용으로 큰 효과를 모색할 수 있는 방안을 과거보다 더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에미레이트항공은 2016년 유튜브 인기 스타인 케이시 네이스탯Casey Neistat에게 1등석 항공권을 제공하며 “솔직한 사용 후기를 유튜브에 올려달라”고 부탁했다. 네이스탯은 퍼스트클래스의 좌석과 식사, 부대 편의시설을 즐기는 모습을 영상에 담아 올렸고, 해당 영상은 전 세계에서 5,200만 명이 시청했다. 에미레이트항공 측은 “1등석 항공권(21,000달러 상당) 하나로 50억 원대 모델이 출연한 광고의 9배 효과를 봤다”고 밝혔다. 막대한 홍보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작지만 강한 수단’을 찾은 셈이다.
4) 소비자 인자: 소비자의 ‘개취’ 존중
개인의 취향을 다른 무엇보다 중시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진 것도 세포마켓의 성장 요인이다. 현대인들은 나 자신, 자기만족, 자연스러움, 다양성을 존중하며 살아간다. 이들은 ‘내’가 좋아하는 SNS 인플루언서를 추종하고 나와 취향과 분위기가 비슷한 사람을 선호하면서 자발적으로 그들과 팬십을 맺길 원한다.
무엇보다 ‘개취(개인의 취향)’가 중요한 소비자들은 남다른 포용력과 강한 동조력을 지니고 있다. 이들은 타인의 취향도 존중하기 때문에 개성 강한 상품과 서비스에도 관용적이다. 나아가 일단 같은 취향을 공유하고 있다고 확인되면 매우 강한 동조 성향을 보인다. 이러한 관용성과 동조성이 판매와 만날 때 엄청난 파급효과를 낼 수 있음은 물론이다.
*본 포스팅은 《트렌드 코리아 2019》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빠르게 세포화하는 ‘1인 1마켓’의 시대
이제 마케팅하지 말고 ‘컨셉팅’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