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얼 가족은 인구구조로 보나, 소비 시장 규모로 보나 향후 한국 소비 시장에서 몸통으로 성장할 것이다. 그들은 기성세대가 당연하다고 받아들이던 기본값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대신 그들만의 새로운 삶의 모습을 씩씩하게 써내려간다.
집안일도 가성비 있게
밀레니얼 가족에게 가사 노동은 그다지 보람 있는 일이 아니다. 가족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자신의 편의도 중요시한다. 이들에게 가사 노동이란 그저 최소한으로 줄여야 하는 일, 안 할수록 좋지만 해야 하는 일일 뿐이다. 따라서 이들은 집안일을 할 때 완벽함보다는 효율성을 추구한다. 당장 생활이 곤란하지 않을 정도로만 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가사 노동에 투입하는 비용, 즉 시간·노동·금전 대비 성과(아웃풋)의 비율을 따진다.
요리 대신 조립, 가정간편식의 성장
최근 한국 사회에서 가장 급진적인 변화를 맞이하고 있는 영역이 바로 식생활이다. ‘요리 대신 조립’을 지원하는 가정 간편식인 HMR(Home Meal Replacement)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가정 간편식이 집밥 시장의 주연을 당당히 꿰차게 된 이유는 그 맛과 품질이 집밥 수준으로 높아지고 있다. 별도의 조리 없이 바로 먹을 수 있는 RTE(Ready to Eat) 제품과 즉석밥처럼 데우기만 하면 먹을 수 있는 RTH(Ready to Heat)는 국·탕·찌개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부부는 “동반자”, 자녀는 “친구”
밀레니얼 부부의 역할 분담 역시 20세기형 부부에서 21세기형으로 진전하고 있다. 특히 맞벌이 부부가 증가하고 주 52시간 근로제가 자리 잡으면서 남편은 경제를 책임지고, 아내는 집안일을 도맡는 식의 이분법적 역할 분담은 점차 사라져가고 있다.
부모와 자녀의 관계도 변한다. 엄마라면 아이를 위해 무조건적으로 헌신해야 한다는 ‘모성 신화’가 밀레니엄 가족에게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아빠의 역할도 급변한다. 싱가포르에 있는 ‘아버지가 되는 것에 대한 센터Center for Fathering’의 리처드 훈 회장은 “밀레니얼 남성 사이에서 신식 아빠가 되는 것이 유행 중”이라며 “이들은 아기 기저귀를 갈아주는 등 아버지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데 거부감이 없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3신 가전과 외부 도우미 경제를 활용해 확보한 시간은 부부의 개인적인 욕구 충족을 위해 아낌없이 사용된다. 서로의 취미활동을 존중하는 것은 기본이다. 가사와 육아로 주중 시간을 많이 할애한 배우자에게는 주말 반나절 동안이라도 혼자 외출해 자유를 만끽할 수 있도록 배려해준다. 이러한 변화는 상권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즉, 도심의 회사 근처 노래방과 고깃집의 인기는 하락하는 반면, 주거지상권, 가령 아파트 상가 내에 위치한 커피숍·헬스장·노래방·만화방 등의 상권은 상대적으로 활성화되고 있다. 남편과 아내가 각자영화를 즐기는 ‘혼영족’이 등장하기도 한다. 휴가를 즐기는 모습도 달라지고 있다. 어렵게 날짜를 맞춰 온 가족이 함께 떠나는 휴가에서 벗어나, 가능한 범위 내에서 가족이 각자의 휴가를 즐기는 형태가 최근 유행 중이다.
자기계발 중독
밀레니얼 가족은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일에 중독되는 현상도 보인다.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회사를 다니고는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성취감을 충족하지 못한다. 생존보다는 의미를 찾고자 직업을 갖길 원하는 사람들이다. 워킹맘의 경우엔 육아 휴직 기간이 끝나고 곧바로 회사로 복귀하는 엄마들이 늘고 있다. 회사라도 나가야 이 세상에 나라는 사람이 존재하는 이유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아르바이트를 하는 경우도 별반 다를 것은 없다. 하루에 4시간 아르바이트를 해서 번 약간의 돈으로 자녀의 학원비를 보충하는 것이 기성세대의 모습이라면, 밀레니얼 부모는 그 돈을 본인을 위한 피트니스·원데이 클래스 등의 자기계발에 사용한다.
* 본 내용은 《트렌드 코리아 2019》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새로운 가족의 탄생에 주목하라
밀레니얼 가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