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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래의창 Jul 15. 2019

여름의 이스탄불, 혼자만의 여행으로 얻는 기쁨

이 계절, 어떤 도시가 어울릴까?

안녕! 우리 이렇게 만나는 건 처음이지? 나는 펭귄의 친구이자 추위에 약한 북극 새 퍼핀이야. 난 추운 게 정말 싫어. 딱 질색이라구. 이런 내가 북극 새라니 너무 억울해. 그래서 그런가, 주변에서 나보고 얼굴에 억울하다고 써있대. 



추위에 약한 퍼핀 에디터



표정은 그렇게 보일지 몰라도 사실 난 펭귄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고 있어. 왜냐하면 비슷하게 생긴 우리에게 아주 큰 차이점이 있거든. 펭귄과 다르게 나는 날 수 있어! 그나마 다행이긴 한데 북극에 어울리는 몸을 가져버려서 못 가는 곳이 많아. 어디로든 날아가서 나만의 시간을 즐기고 싶은데 말이야. 이런 내 마음, 누가 좀 풀어줬으면 좋겠다~ 생각하기가 무섭게 한 해 동안 계절마다 다른 나라 도시를 여행한 사람이 있더라?



펭귄과 다르게 나는 날 수 있어

왼쪽 위 파리, 오른쪽 위 이스탄불, 왼쪽 아래 피렌체, 오른쪽 아래 뉴욕



이 서양사람, 뭘 좀 아네. 봄에는 파리를, 여름에는 이스탄불을, 가을에는 피렌체를, 겨울에는 뉴욕을 다녀왔대. 내가 생각한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날씨에 저 도시들은 아주 찰떡궁합이야. 짝이 잘 지어진 것 같아. 하나같이 강을 끼고 있고, 걷기에 좋은 도시지. 사실 도시를 떠올리기에 앞서서 각기 다른 특징을 가진 사계절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부터 멋지지 않니? 북극은 겨울에 엄청 춥고, 여름에 덜 춥다 정도로 날씨를 설명할 수 있어. 나름의 멋이 있지, 암 그렇고말고. 그렇다구. 



꼭 억울하다는 건 아니고



나에겐 특히 ‘여름-이스탄불’ 세트가 낯설면서도 매력적으로 느껴졌어. 터키 보스포루스 해협의 남쪽 이스탄불은 동양과 서양, 과거와 현재 모습을 모두 가지고 있지. 참 신비로운 동네야. 실제로 역사가 깊어. 그리스시대에 비잔티움이라고 불렸던 곳이 여기라구. 그게 기원전 660년의 일이고, 서기 330년에는 이스탄불이 동로마제국의 수도였어. 수도의 이름은? 그 유명한 콘스탄티노플이야. 오스만 제국시대에는 완전히 중심 도시였다고 할 수 있지.  


유럽으로 통하는 관문이자 동서양을 연결하는 도시였던 이스탄불



무역이 발달하기 좋은 지리적 요건을 갖춘 이스탄불에는 동서양 경계 없이 많은 문화가 공존하는데 그중에서도 한국과 닮은꼴 문화가 있어. 그게 뭐냐고? 바로 ‘때밀이’ 문화야. 우리나라에 대중목욕탕이 있듯이 이스탄불에는 ‘하맘’이 있어. 그곳에서 마사지를 받거나 때를 밀 수 있지. 서양인들은 이 문화에 꽤나 충격을 받았던 모양이야, 그래서인지 하맘에 대한 재미있는 기록들이 많아. 


벙어리장갑을 단단히 끼고 그 아래로 작은 원통 같은 것을 굴렸다. 색이 아주 하얘서 더럽지는 않았다. 이런 식으로 한참을 나를 깎아갔다. 결국 나는 입을 열고 말했다. ‘지루하겠어요. 원하는 크기로 나를 깎으려면 시간이 한참 걸릴 테니까요. 전 기다릴 수 있으니 큰 대패를 가져오세요.’ 
-마크 트웨인, 《마크 트웨인 여행기》에서


하맘에 들어가기 전에는 내 어깨가 얼마나 견딜 수 있을지 질문해보라. 아무나 견딜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목욕을 하며 저 자를 ‘펀치나 따귀로 후려갈겨서라도 최대한 나를 지켜야 하나‘라고 고민했다.
-에드몬도 데 아미치스, 《콘스탄티노플》에서



쳄베를리타쉬 하맘



한 여름에 하맘을 찾아간 서양인 저자도 엄청나게 헤매는데 그 모습이 처음엔 좀 웃기면서도 안쓰럽더라고. 혼자 떠난 여행이라서 함께 진땀 빼며 방법을 알아봐줄 친구도, 헤매는 모습에 진정하라며 달래주고 미소지어줄 지인도 없거든. 하지만 저자는 낯선 환경에 처한 것을 부정적으로 바라보지 않아. 혼자 있을 때 비로소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을 비롯한 다양한 감정을 느끼고 싶어서 떠난 여행이거든. 쉽지 않은 여정일지라도 말이야. 

그래서 저자는 때를 밀었을까?



나도 한번 떠나볼까, 잇차!



주로 아이슬란드에서 무리지어 여름을 보내는 나도 이번 여름에는 혼자 어디든 떠나볼까 봐. 꼭 멀리 가지 않더라도 동행 없이 혼자서 그동안 생각만 하고 못 가봤던 곳으로! 여러분도 가고 싶었던 곳에 직접 가서 혼자 즐겁게 헤맬 기회를 만들어보는 것 어때? 생각보다 기쁜 경험이 될 거야. 나부터 이만 출발해볼게, 안녕!




《누구나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 | 스테파니 로젠블룸 지음 | 김미란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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