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는 어떻게 일하는가>
필자가 프로젝트 건으로 네이버 정자동 사옥으로 출근했을 때 가장 신선했던 것은 바로 층층이 배치된 ‘음식 자판기’였다. 네이버 직원들이라면 누구든지 자판기에서 음식을 꺼내 먹을 수 있었다. 빵, 바나나, 달걀, 샐러드 등 주로 아침식사를 위한 용도였다. 번호를 누르면 기계가 해당 아이템을 ‘툭’ 쳐서 배출구로 나오게 하는 식이다.
네이버 공식 출근시간은 오전 10시였는데, 그때쯤 되면 곳간이 텅텅 비어 있었다. 필자가 속했던 프로젝트의 팀원들은 통상의 직장인처럼 오전 9시에 출근했는데, 그러지 않았더라면 자판기는 이용해보지도 못했을 것이다.
일각에서는 조식을 없애야 한다는 얘기도 나왔다. 아침에 일찍 오는 직원들이나 식사를 할 수 있지, 직무상의 이유로 저녁 늦게 출근하는 직원들은 아예 혜택을 못 받기 때문이다. 또 다른 문제는 조식 준비를 위해 매일 상당한 비용을 유통 회사에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직원들이 지겨워하지 않도록 매일 음식의 종류를 바꾸는 것도 일이었다.
그렇지만 조식 철회는 결국 없던 일이 됐다. 이유는 간단했다. ‘다른 건 몰라도 제발 조식만큼은 없애지 말아달라’는 목소리가 더 많았기 때문이다.(필자가 속했던 프로젝트의 팀원들도 한 달여 그린팩토리 근무를 종료했을 때 조식과의 이별을 가장 아쉬워했다.)
마치 자판기가 네이버 먹거리의 전부인 양 얘기했지만 진짜 식당은 지하 1층에 있다. 매일 네 종류의 식사 중 선택해 먹을 수 있다. 오후에는 간식을 팔기도 한다. 떡볶이, 라면 등 분식을 내놓는데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4층에 위치한 카페테리아는 항상 붐빈다. 저렴한 카페 메뉴와 200여 명이 앉을 수 있는 넓은 공간이 있기 때문이다. 한쪽에는 거의 누운 자세로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도 있고, 레고를 가지고 놀 수 있는 테이블도 있다. 카페테리아에서는 할인된 가격에 매일 다른 레시피의 수제 햄버거를 제공하기도 한다.
네이버 공식 점심시간은 오후 12시 30분부터 1시 30분까지다. 식사는 정오부터 시작된다. 오후 2시가 넘으면 카페테리아는 문을 닫는다. 카페테리아는 정오부터 오후 2시까지 계속 붐빈다. 보고 있자면 두 시간 동안 식사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나 싶은 생각도 든다. 하지만 각종 조인트벤처, 외주업체 직원들을 포함해 ‘진짜’ 네이버 직원이 아닌 사람들도 많이 섞여 있다. 네이버와 협업하고자 하는 니즈가 많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회사 안에 병원도 있다. 2010년 11월 ‘제너럴닥터@NHN’이 개원했다. 줄여서 ‘제닥’이라고 한다. 홍대 앞에 자리 잡은 카페 겸 병원으로 시작한 ‘제닥’은 동네 주치의 역할을 하는, 인간적인 병원을 목표로 한다. 인간적인 병원이란 무엇일까. 의사가1 분, 아니 30초 남짓 진료하고 처방해주는 기업형 병원을 지양한다. 환자의 입장과 상황을 충분히 이해한 상태에서 진료를 해주려 한다. 그러다 보니 10분이고 20분이고 진료를 하는 경우도 흔하다.
가족 친화적 제도도 많다. 우선 네이버는 IT 기업 중에서도 선제적으로 어린이집을 도입했다. 서울, 경기 지역에 있는 4개 어린이집에서 약 560여 명의 어린이를 돌본다(2017년 6월 기준). 워킹맘의 경우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제도도 활용할 수 있다. 또한 출산・양육상의 필요에 따라 근무시간을 조정할 수 있도록‘퍼플잡Purple Job’을 도입했으며 부모가 시간에 쫓기지 않고 아이들을 보육기관에 맡길 수 있도록 ‘시차출퇴근제’도 도입했다.
여성의 경우 산전후 90일 동안 유급휴가를 지원하기도 하며, 법적으로 보장된 유산・사산 휴가와 별도로 5일간의 추가 휴가를 제공하기도 한다. 물론 육아휴직은 남성에게도 적용된다. 사옥 내에는 모유유축기,냉장고 등을 구비한 4개의 ‘모자유친실’이 있다. 임산부 발레주차 서비스도 제공한다. 이렇듯 다양한 방식의 지원 덕분에 네이버의 육아휴직 사용률은 93.8%, 육아휴직 사용자 복직율은 97.8%에 달한다.
‘오아시스OASIS’ 제도도 눈에 띈다. 한 달에 한 번5시 에 퇴근하는 제도다. 그래서 ‘5아시스’라 불리기도 한다. 김상헌이 대표로 취임한 직후 임직원들에게 첫 이메일을 보냈을 때 담은 내용이 오아시스였다. ‘평일에 공연이나 전시회에 갈 수 없다’거나 ‘저녁 모임에 갈 수 없다’는 등 저녁이 없는 삶에 대한 직원들의 성토 때문에 생긴 제도다.
가장 좋은 복지는 임직원들의 가족까지 상해보험에 가입시켜준다는 점이다. 부모와 자녀는 물론이고 형제자매와 배우자의 부모까지 포함된다. 네이버 임직원들의 평균 연령은 30~40대로 젊은 편이다. 사측에서 젊은 구성원들을 보험에 가입시키는 것 정도는 큰일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60~70대 부모들까지 가입시켜준다는 것은 다른 일이다. 개인적으로 노부모를 상해보험에 가입시키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네이버는 이를 회사 차원에서 지원하는 것이다. 한 직원은 입사한 후 6개월 동안 부모가 모두 병원에 입원하게 되어 1,000만 원을 타기도 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한 임원은 퇴직할 때 상해보험 지원만은 유지해달라며 부탁했다고 한다.
종합검진도 지원한다. 2년에 한 번 종합검진을 시행하며, 종합검진이 없는 해에는 일반검진을 받는다. 또한 종합검진을 받는 해에는 직원이 지정하는 가족 한 명도 무료로 종합검진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네이버에는 이밖에도 다양한 형태의 복지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사내외 사람들이 네이버의 가장 큰 매력을 우수한 복리후생 제도로 꼽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수밖에 없다.
* 본 포스트는 《네이버는 어떻게 일하는가》을 웹연재용으로 편집했습니다.